[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5. 한국비엔씨

코로나 테마주 되며 시가총액 껑충 뛰어
대구시 신산업 지원의 영향은 아직 미미
연구 개발비와 시설 투자비 영향으로 지난해 적자 
직원 계속 늘지만 연봉 인상폭 적어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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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구시가 추진한 신산업 정책이 영향일까, 2013년 대비 2021년 대구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업에 못 보던 기업이 여럿 이름 올렸다. 전통 제조업 기업이 아니라 미래차, 의료 같은 신산업 분야의 기업들이다. 새로운 산업의 성장은 기업의 성장을 가져왔지만 시민의 삶의 질도 함께 높였을까?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통해 신산업의 성장이 가져온 대구시민의 변화도 살펴본다.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1. 어떤 변화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2. 엘앤에프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3. 대구은행
[신산업은 대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4. 에스엘

한국비엔씨가 지난해 9월 기준 대구 상장법인들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안에 포함된 건 5+1 신산업에 의료산업을 포함하고 있는 대구시로선 기분 좋은 일이다. 대구시가 지난해 대구 주력산업이 제조업에서 신산업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한국비엔씨가 시가총액 3위에 오른 걸 붉게 강조되어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비엔씨의 시가총액 상승과 대구시 신산업 정책의 연관성은 크게 높지 않다.

한국비엔씨가 지난해 대구 상장법인 시가총액 순위 상위 10곳 중 1곳으로 이름을 올린 건 실적보다 코로나19 테마주로 묶인 탓이 크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이 주가를 견인했다.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치료제 승인이 미뤄지면서 주가는 빠르게 빠졌다. 지난해 9월 말 6만 7,212원까지 올랐던 주당 가격은 6일 오후 9,000원 이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조 5,173억 원에서 6,000억 원대로 내려앉았다. 당연하게도 대구 상장법인 시가총액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세종시에 최근 준공 완료한 ‘의약품 제조 GMP 공장’ 전경. 대규모 프리필드시린지 생산라인과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 센터 및 생산시설 구축이 예정돼 있다. 사진=홈페이지

코로나 테마주 되며 시가총액 껑충 뛰어
대구시 신산업 지원의 영향은 아직 미미

대구 의료산업의 핵심 부문은 한국비엔씨와 비켜나 있다. 지난해 8월 대구경북연구원이 내놓은 ‘대구형 스마트건강도시 조성방향-의료산업 육성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대구 의료산업은 치과용 의료기기에 특화돼 있다. 그 뒤를 의료용 가구 제조업, 정형 외과용 및 신체 보정용 기기 제조업이 잇는다.

2007년 8월 설립한 한국비엔씨의 주력 사업은 필러와 같은 미용성형 재료, 의료용 생체조직재료 부문이다. 2012년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으로는 최초로 필러 제품을 출시하며 ‘1세대 필러 업체’로 알려졌다. 현재는 더말필러 등 메조테라피제품, 유착방지재, 콜라겐흡수성창상피복재와 콜라겐조직보충재의 4가지 의료기기 제품군에서 주된 매출이 나온다. 대구의 전반적 의료산업 분위기와 결을 달리하는 셈이다.

대구시 혁신성장국 의료산업기반과 관계자도 “대구는 메가젠임플란트, 덴티스 같은 치과재료 부문 기업이 강하다. 한국비엔씨의 경우 대구 의료 부문 주력 사업 파트는 아닌 셈”이라고 설명한다. 대구 의료의 주력 사업 파트는 아니지만 대구시는 2012년 한국비엔씨가 본사를 이곳으로 옮겨오는 걸 준비할 때, ‘작지만 저력있는 의료기업’이라 소개했다. 

당시 한국비엔씨는 최초로 필러 제품을 출시하며 중국, 일본, 남미 등 대형 성형시장으로 제품 수출을 논의하는 단계에 있었다. 한국비엔씨는 대구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면서 2015년까지 74억 원을 추가 투자하고 44명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투자 계획은 상당 부분 이행된 것으로 보인다. 달서구 성서공단 대구테크노파크벤처에 공장과 연구소를 뒀고, 2017년 12월 기준으로 직원은 67명으로 집계됐다.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출액은 2018년 167억 원, 2019년 177억 원, 2020년 194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직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해서 2018년 73명, 2019년 91명으로 늘었으며 지난해는 162명까지 늘었다. 2019년 12월에는 엔에이치스팩11호와 합병하여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018년부터 내리 감소했다. 2018년 43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9년 23억 원, 2020년 9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11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발생한 영업손실은 코로나19 치료제 사업과 연계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시자료를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를 R&D 비용 증가 및 세종공장 고정비 증가로 인하여 전기 대비 -1,285.26% 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비엔씨는 지난해 대만 제약사 골든바이오텍사와 코로나19 치료 후보 물질인 안트로퀴노놀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 긴급사용승인이 나면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절차도 진행하고, 세종공장에서 안트로퀴노놀을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비엔씨가 계획대로 코로나19 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대구로선 세종시에 ‘괜찮은 공장’을 빼앗긴 셈이 된다. 더해서 대구시가 자랑하는 의료 신산업의 성과가 테마주 수준을 넘어서 실체적인 결과물로 드러날 수 있지만 그 과실이 온전히 대구와 대구 시민들에게 전달될지는 알 수 없다.

연구 개발비와 시설 투자비 영향으로 지난해 적자 
직원 계속 늘지만 연봉 인상 폭 적어

코로나19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 변동성이 심하지만 한국비엔씨의 기존 주력 사업은 인구 노령화 및 미용성형 의료기기 수요 증가 등으로 계속 성장이 점쳐진다. 정부 지원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5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글로벌 강소기업에 대구시와 대구테크노파크가 발굴한 지역 수출 중소기업 12개사 중 하나로 꼽혀 해외 마케팅 지원과 연구개발 참여 우대 등의 지원을 받는다.

사업 다변화를 위한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의료기기 사업을 넘어 당뇨와 비만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진출에 힘을 쏟고 있으며, 뷰티 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고, 세종공장 증설이 뷰티사업과 연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성장 중인 기업인 만큼 성과의 과실이 구성원과 주주들에게 고르게 분배되는 모습은 아니다. 직원 연봉은 2017년 3,300만 원 수준이었지만 2021년 3,500만 원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다. 주주배당도 최근 3년 새 없었다. 이에 반해 등기이사 보수는 2017년 1억 5,600만 원에서 2021년 2억 200만 원으로 30% 가까이 늘었다.

대구시 혁신성장국 의료산업기반과 관계자는 “공장을 세종에 지은 것도 경기도가 뷰티산업을 중점으로 육성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한국비엔씨가 최근 코로나 치료제 임상 등 내부적으로 이슈가 많아,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2022 메디엑스포 코리아 부스 참석에도 어렵다는 의사를 표시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