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폐양어장 동물학대 첫 재판···”혐의 인정하지만 심신미약”

시민 협박해 구속돼···특수재물손괴로도 기소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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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북 포항 호미곶 폐양어장에서 길고양이 학대 사건 가해자의 첫 재판이 열렸다. 검찰은 피고인 A(28·남성)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협박등)과 특수재물손괴로 기소했다. 재판에서 A씨는 혐의는 인정했지만,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14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권순향)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은 “고양이 여러 마리를 포획해 학대해서 죽였고, 이를 SNS에 게재했다”며 “또 보복 목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 측은 혐의를 인정했으나, 조현병 등 정신병력이 있어 정상참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 씨의 변호인은 “우발적으로 벌인 일이고,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조현병 등 정신장애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 씨도 “다시는 동물 학대를 하지 않겠다. 생각이 짧았다”면서도 “동물이 나한테 달려들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2일로,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같은 날 재판을 앞두고 동물권단체는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법원 앞에서 피켓팅을 진행했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학대자가 감형을 받고자 심신미약을 주장할 것 같았다”며 “학대자가 한 행위에 대해 재판부가 제대로 판단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동물권행동 카라와 포항 동물보호단체 유토피아 등은 제보를 통해 경북 포항 남구 호미곶면 폐양어장에서 길고양이들이 학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구조에 나섰다. 피고인은 당시 약 3m 높이 폐양어장에 고양이를 가둬놓고 죽여 훼손한 것으로 확인된다.

일부 시민들이 SNS에 고양이 학대 사진이 올라온 것을 우연히 보고, 사설탐정을 이용해 학대장소를 찾아냈다. 경찰 신고 당시 불구속 수사를 받던 A 씨는 자신을 신고한 시민들에게 SNS를 통해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로 인해 A 씨는 지난 4월 구속됐다. (관련기사=경북 포항남부경찰서, 길고양이 학대 20대 남성 입건(‘22.03.23))

▲ 14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포항 폐양어장에서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이는 등 학대행위를 한 피고인에게 강력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