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혐의’ 동물원, 행사 홍보물에 ‘대구시·기관’명의 무단 게재

대구경찰청, 수성구청, 대구은행 등 13개 지역 단체 후원사로 명시
13곳 중 8곳, "후원한다고 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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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업체가 ‘동물복지’ 행사 홍보물에 공공기관 등의 명의를 동의 없이 후원 단체로 게재했다. 해당 업체는 종양이 생긴 낙타를 방치해 죽게 한 뒤 다른 동물의 먹이로 주는 등의 동물 학대를 한 혐의로 업체 대표가 지난 3월 기소된 곳이기도 하다. <뉴스민>이 후원 단체로 기재된 13곳에 후원 여부를 확인하자, 이 중 8곳이 ‘후원한 적이 없다’고 알렸다. 업체는 취재가 진행되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관련기사=동물권단체, “동물 학대한 대구 동물원 운영자 강력 처벌 촉구”(‘22.05.04))

29일 대구 A 업체 홈페이지에서 확인된 ‘동물복지 챌린지 페스티벌’ 행사 홍보물에는 후원 기관으로 대구시, 대구시교육청, 대구지방경찰청, 수성구청, 대구도시철도공사, 제2작전사령부, 대구은행 등 총 13개가 기재됐다. <뉴스민> 확인 결과, 이 중 8곳(대구시, 대구지방경찰청, 수성구청, 대구도시철도공사, 제2작전사령부, 제50사단, 대구관광협회, 대구은행)이 ‘후원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 29일 대구시 한 동물원이 행사를 주최하면서 공공기관 등을 동의 없이 후원사로 게재해 논란이다. 특히 해당 행사는 ‘동물복지’를 주제로 내세웠는데, 해당 동물원 운영자는 지난 3월 동물학대죄로 기소된 상황이다. (출처= 동물원 홈페이지 갈무리)

후원 단체 명의 게재 사실을 몰랐던 기관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수성구청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저희도 의아하다. 후원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고, 대구경찰청 홍보팀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확인해 보니 사전 협의 없이 후원한다고 넣었다고 했다. ‘이름을 올려놓으면 후원을 해주지 않을까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대구시에 후원 명칭 사용을 요청하는 공문이 들어오긴 했지만 승인이 나지 않았다. 승인 없이 후원 명칭을 쓴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기관은 후원하는 것은 맞지만 행사 주최 측에 A 업체가 포함됐다는 점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개최하는 사생대회라서 올해도 승인해준 것”이라면서 “문제의 동물원이 함께 한다는 사실은 공문을 통해 확인이 어려웠다. 상황 파악 후에 문제 소지가 있다면 후원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0일부터는 A 업체 홈페이지에서 해당 홍보물이 확인되지 않는다. A 업체는 허가 없이 후원 단체 명의를 게재한 것은 착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 업체 관계자는 “후원 리스트 초안이 잘못 올라갔다.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지웠다. 이게 너무 많이 퍼져서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면서 “행사는 이전부터 모 신문사에서 계속해오던 행사인데 이번에 우리가 장소 제공하고 하는 거다. 사생대회를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장정희 녹색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해당 동물원은 실내에 있고, 체험형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서식 환경이 적절하지 못한 상황이다. ‘동물 복지’를 하려면 이런 행사가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동물부터 제대로 돌봐야 한다”며 “특히 해당 동물원 운영자가 불구속기소 된 상황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3월 A 업체 대표가 동물보호법과 야생생물보호법, 동물원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8월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A 업체가 당시 운영하던 달성군 한 동물원이 국제 멸종 위기 동물 8종을 무단 사육했고, 종양이 생긴 낙타를 치료 없이 방치해 죽게 하고 사체를 다른 동물들의 먹이로 줬다고 밝혔다. 현재 A 업체가 운영하던 달성군 동물원은 폐업한 상태지만, 대구 다른 지역 1곳과 경남 등에서 동물원 여러 곳을 운영하고 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