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 기계가 바꾼 노동시장] (하) 키오스크, 그리고 서빙 로봇이 온다

KT, 대구경북에 550여 대 판매···우아한형제들도 50여개 매장 서비스
서빙 로봇도 키오스크처럼 저임금·미조직 노동부터 대체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구조에 대한 대응책 마련해야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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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긴 한데, 아이가 뛰다가 부딪힐까 봐 신경 쓰였어요. 로봇이 음식을 싣고 테이블 앞에 도착하면 직접 손님이 음식을 내려야 하니 종업원이 서빙하는 것과 비교해서 더 번거롭다고 느꼈어요. 서빙 로봇 두 대가 음식을 나르지만 종업원 대여섯 명이 그 뒤를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던 걸 보니 아직 완전히 사람을 대체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34살 박인애 씨는 몇 달 전 4살 아이와 함께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에서 서빙 로봇을 경험한 일을 이렇게 기억했다. 외식업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서빙(배달) 로봇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직 완전히 인력을 대체하진 못하지만 어느정도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키오스크처럼 노동시장 구조를 흔들게 되는 단계에 돌입한다면 그 피해는 고용구조의 가장 아랫단에 있는 이들부터 받게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에서 서빙 로봇 렌탈사업을 펼치는 대표 업체는 KT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다. KT는 작년 7월 말 서빙 로봇을 출시했고, 대구·경북에는 8월 초 최초 개통됐다. KT 로봇은 AI 서비스 로봇, AI 호텔 로봇, AI 방역 로봇, AI 케어 로봇 시니어, AI 뉴바리스타 로봇으로 구성돼 있으며, 올해 6월 기준 대구·경북지역에는 약 550대가 판매됐다. 자체 앱을 통해 로봇관제·알림·리포트·서비스 설정 등을 조작할 수 있도록 기술도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외식기업의 성격상 서빙 로봇 종류만 판매하고 있다. 서빙 로봇 ‘딜리S’와 실내배달 로봇 ‘딜리 타워’가 상용화 단계다. 실외 배달로봇 ‘딜리 드라이브’는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현재 전국 500여 개 매장에 630여 대의 서빙 로봇이 보급됐으며, 대구·경북은 전국 대비 약 10% 수준인 50여 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우아한형제들 홍보팀 관계자는 “대구에는 고깃집 프랜차이즈 매장과 스크린골프장 등에서 서빙 로봇 딜리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워낙 서울, 경기, 인천의 식당 밀집도가 높은 편이라 대구·경북 보급률인 10%는 타지역 대비 낮은 수준이 아니다. 전문 유지보수 담당자가 지역마다 배치돼 있으며 콜센터를 통해 개별 매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산시의 한 식당에 도입된 서빙 로봇. 주방에서 직원이 음식을 로봇에 담으면 입력된 동선에 따라 테이블로 이동한다. 손님이 로봇으로부터 음식을 내리거나, 로봇을 따라온 점원이 음식을 내리면 로봇은 다시 대기 장소로 이동한다.

아직은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서빙 로봇을 이용하는 고객인 점주들의 평가다. 로봇의 이동 동선 등의 문제로 현재는 규모가 큰 식당 위주로 서빙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수성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며 서빙 로봇 두 대를 계약한 A 씨는 “외부의 위험 요소에 자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직 인건비 절감 효과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키오스크처럼 대중화될 거라 생각하고 미리 들였다. 생각보다 손님들의 거부반응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KT, 대구경북에 550여 대 판매···우아한형제들도 50여개 매장 서비스
서빙 로봇도 키오스크처럼 저임금·미조직 노동부터 대체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구조에 대한 대응책 마련해야

키오스크가 2~3년 사이 전국적으로, 또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된 사례를 보면 서빙 로봇 또한 임계점을 넘으면 빠르게 인력을 대체할 전망이다. 키오스크는 최근 2~3년 사이 기계의 기능이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가격의 폭도 넓어졌다. 실제 기계 판매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50만 원대부터 300만 원대까지 금액대가 다양했다.

반면 아직 확산 초기 단계인 서빙 로봇은 1대당 1,000만 원대, 렌탈료 월 50~100만 원 수준으로 가격 부담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서비스 제공 비용도 떨어지는 추세여서 가격 장벽은 점차 적어질 수 있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이 서빙 로봇 ‘딜리S’ 신규 대여 상품을 출시하면서 월 대여료를 75만 원(24개월 약정)에서 월 34만 원(36개월 약정)으로 낮춘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신규 상품은 가격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향상된 모습을 보인다. 대형 터치스크린에 점주가 원하는 영상이나 사진, 음성을 적용할 수 있는데다 지정된 테이블에 차례로 음식을 서빙할 수 있고, 정해진 동선에 따라 반찬이나 냅킨을 제공할 수 있다.

▲대구 중구 봉산동에 위치한 무인 로봇 카페. 키오스크와 바리스타 로봇이 있어 주문부터 음료 제조까지 무인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24시간 운영되며 인근 카페와 비교해 음료 가격은 1,000원 이상 저렴하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까지 사업 영역이 확장되면서 소비자의 경험치는 올라가고 있지만, 서빙 로봇이 가져올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조사 자료는 찾기 어렵다. 최영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구경북본부 사무국장은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먼저 위험이 닥치고, 그 때문에 사전 대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국장은 “(서빙 로봇 확산이) 시간문제일 수 있다. 이젠 젊은 층이 많은 번화가에 가면 키오스크가 완전히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기계가 사람을 내쫓지 못하도록 순차적으로 사람과 공존하며 산업 전환을 이뤄가야 하는데,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가 먼저 내몰리다 보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무인화 기계는 소비자에게 셀프 노동을 하도록 만드는 측면도 있다. 서빙 로봇도 로봇에서 음식을 내리고 싣는 과정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소비자가 기존과 같은 돈을 내고 자본의 이윤을 위해 자기 노동을 들이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도 “대구는 청년 일자리 폭이 좁고 특히 대기업이 적다 보니 3차 서비스직에 청년들이 많이 종사한다.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 같은 서비스직 인력을 대체하는 무인화 기계가 도입됐을 때 청년 일자리가 타격을 입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고용구조에 대한 대응책이 주문되는 시점이다. 키오스크의 확산을 통한 고용구조의 변화가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0년 연구보고서 ‘키오스크 확산이 외식업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고용원에 대한 고용안정성, 장기 업종 생존력, 산업조직의 경쟁촉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야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 방향으로의 외식업 발전이 가능하며, 고용 파괴가 최소화되는 노사협치 방안을 발굴하는 등 키오스크 도입으로 인한 노동시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일자리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배달, 택배 등 플랫폼 노동으로 흡수된 인력을 위한 안전망 구축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 지 이미 오래됐다. 단순 반복 노동부터 완전히 대체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특히 대구는 자영업 비율이 높고 그 세부 항목도 음식, 숙박 쪽에 몰려있다 보니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봇에 대체되는 인력을 교육훈련을 통해 임금근로자 등 다른 업종으로 전환 시키는 게 공공기관이나 연구소의 최근 주요 화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르바이트 같은 단시간, 저임금 일자리 종사자가 밀려났을 때 충격이 덜 할 수 있는 고용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