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 허들 높인 대구시···“정말, 홍준표식”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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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유연근무제 확대와 함께 초과근무 방침을 변경했다. 기존까지 과장 승인을 받으면 할 수 있던 초과근무를 국장 승인을 득하도록 변경하면서 ‘허들’을 높였다. 필요한 초과근무 조차도 눈치가 보여 하지 못하게 되어 무보수로 근무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시는 일과 삶의 균형 가치인 워라밸 문화 확산을 위해 직원들의 유연근무제 참여를 현행 3%대에서 20%까지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간부 공무원부터 솔선 참여하고 전 직원이 자유롭게 참여할 것을 권장하는 공문을 지난 6일 전 부서에 전달했으며, 오늘(11일)부터 시행했다.

이와 함께 초과근무 승인 절차도 변경했다. 최종 결제 단계가 과장에서 그 위 직급인 국장까지 올라가 한 단계 허들이 높아졌다. 대구시 측은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조직 내부에선 변경된 시스템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대구시청 공무원 A (50대, 여성) 씨는 “장기적으론 워라밸이 좋아지고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당장 적응할 때까지 어려움이 있다. 부서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내부적으론 (초과근무를 신청하지 말라는) 약간의 강제성이 느껴진다”며 “하지만 업무가 있는데 어떻게 초과근무를 하지 않겠나. 무보수로 초과근무를 하는 신참들의 임금을 절약해서 예산 절감을 노린다는 웃픈 이야기도 나온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홍준표 시정이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고 성급하게 제도를 손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구시청 공무원 B (30대, 여성) 씨는 “평소 초과근무를 잘 안 하는 부서면 모를까, 일이 많은 우리 부서에선 벌써 답답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력을 충원해주거나, 일을 줄여준 것도 아니면서 초과근무 승인의 허들을 높여 버렸다”고 우려했다.

B 씨는 “업무 많은 부서는 더욱 기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는 결국 행정력에 구멍이 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일한 시간만큼 대가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격무부서에서 일하겠는가”라며 “부당하게 수당을 신청하는 경우를 잡으려면 윗선부터 단속하고 감사를 통해 개별 케이스를 규율해야지, 초과근무 수당을 없애버린다는 건 정말, 홍준표식이라고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

김용석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경북지역본부 대구시지부장은 ”시장이 10시부터 7시까지 근무하는데 국장, 과장, 실장이 먼저 퇴근할 수 있겠나. 관행상 아래 직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취지는 좋으나 현장의 의견을 받고, 부정한 초과근무에 대한 문제가 없어지도록 조치를 취한 뒤에 시스템을 손봐도 됐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전했다.

김 지부장은 ”정례 업무도 있지만 실무를 하다 보면 국회의원실이나 정보공개청구 등 외부에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가 생긴다. 오후 다섯 시에 업무 지시가 내려오면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신청 자체를 부담스럽게 만들어버리면 무보수 초과를 하게 되지 않겠나. 내부 여론을 수렴해서 총무과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권오상 대구시 자치행정국장은 “시장님이 늦게까지 직원들이 남아서 일하는 걸 별로 안 좋게 보신다.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하지 말고 일찍 집에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라는 취지”라며 “기존 과장까지 결제받던 초과근무를 국장에게까지 결제를 받게 되면 관습적으로 저녁에 남아 일하는 문화가 사라질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