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9일의 투쟁, 한국게이츠지회 해산···“끝 아니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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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가 539일간의 투쟁을 마치고 해산했다. 28일 오후 6시 20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3층 대강당에 모인 한국게이츠지회 조합원들과 민주노총 관계자,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해산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채붕석 한국게이츠지회장 인사말로 시작한 해산대회는 투쟁 경과보고, 진보당 노동자 당원의 노래 공연, 감사패 증정, 조합원 인사 순으로 진행됐다.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대표,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장 위원장,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 위원장, 신원호 기본소득당 대구시당 위원장,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 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이대동 대구민중과함께 공동상임대표, 나원준 경북대학교 교수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참여해 자리를 지켰다.

백현국 상임대표는 “일면 마음이 아프지만 오늘 해산대회는 종전선언이 아닌 정전선언이다. 현실은 암담해도 우리에겐 민주노총과 조직원들이 있다. 지역에 연대한 많은 이들이 있었다. 당사자들이 정말 고생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해산대회에는 지역 정당 관계자들과 시민단체,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참여해 자리를 지켰다.

두 번의 단식을 하며 한국게이츠 조합원들과 함께 한 윤종화 금속노조 대구지부장,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에게는 감사패가 전달됐다. 감사패에는 ‘위 동지는 한국게이츠 공장폐업에 맞선 539일간의 투쟁에 헌신적인 활동으로 대구지역 노동운동을 하나로 묶어내고 민주노총 사수와 발전에 공헌하였기에 19명의 마음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라고 적혔다.

이길우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제가 감사패를 받는 게 적절하지 않다. 이 투쟁을 함께 한 조합원들과 대구의 민중단체, 진보정당, 시민들과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윤종화 지부장도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윤 지부장은 “결과적으로 큰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19명이 남아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서를 만들어냈을 때 고맙고, 또 고마웠다. 이 상은 금속노조 대구지부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특히 끝까지 싸워준 19명의 동지가 자랑스럽다. 오늘 해산식이 동지들에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까지 투쟁한 19명의 조합원 중 8명이 이날 해산대회에 참여했다.

이날 참석한 한국게이츠 조합원 8명은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이 돼 준 덕분에 후회없이 투쟁했다”,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1년 6개월 동안 투쟁을 끌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 참석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있어 마음이 아프지만, 다들 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직장을 다니는 동지도 있고 아직 취업이 안 된 동지도 있지만 모두 꿋꿋하게 지내고 있다. 우리끼리 모임을 계속 가질 예정이다”, “한국게이츠지회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힘들고 어려운 노동자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539일 한국게이츠 투쟁 종료···“대구시청 앞 농성장은 유지”(‘21.12.16.))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