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9일 한국게이츠 투쟁 종료···“대구시청 앞 농성장은 유지”

해고노동차-사측 쌍방 고소는 취하하기로

15:58

539일 동안 이어진 한국게이츠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이 일단락된다. 16일 오전 해고노동자와 모회사 미국게이츠 간 대화 자리가 마련됐고, 여기에서 양측은 서로의 요구를 절충하는 안에 합의했다. 양측은 구체적 합의 내용은 기밀 사항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5분 가량 채붕석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장과 송해유 사무장, 금속노조 관계자가 미국게이츠 청산인, 법률대리인 김앤장 관계자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당초 2일 예정이던 양측의 협의는 미국게이츠 측의 확답이 늦어지면서 지연돼 이날 자리가 마련됐다.

채 지회장은 “한국의 판매 법인도 철수하는 상황이라 주요하게 요구했던 고용 승계 부분은 이뤄내기 어려웠다”며 “게이츠 측은 현재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자신들도 산업 전환 고민이 깊고, 글로벌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 했다”고 전했다.

▲ 지난해 6월 30일 한국게이츠 공장 폐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한국게이츠 공장에서 열렸다. (뉴스민 자료사진)

이번 합의를 통해 사측이 해고노동자들을 상대로 낸 3억 4,000여만 원의 손해배상가압류 청구 등 노조와 사측 간 고소 및 고발 건도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게이츠 투쟁이 종료됨에 따라 대구 달성군 게이츠 공장 앞과 서울 대성산업 본사 앞에 있던 천막농성장도 정리된다. 대성산업 측이 게이츠 노조에 제기했던 업무방해 고소 건도 취하했다.

서울에서 화상회의를 마치고 대구로 내려오는 채붕석 지회장은 “아쉬운 마음이다. 시원섭섭하다. 오랜 기간 투쟁했는데 각 가정의 상황들도 생각해야 했고, 마음이 착잡하다. 정리는 됐지만 아직 남은 과제들도 있다”며 “한국게이츠 투쟁이 외국인투자기업법과 관련해 각계각층에서 논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 지회장은 “한국게이츠 투쟁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함이 크다. 덕분에 외롭지 않은 투쟁을 했다”며 “힘든 과정 속에 지도부를 믿고 1년 6개월 동안 투쟁해온 한국게이츠 조합원과 그 가족들에게도 존경과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노조는 대구시청 앞 천막농성장은 당장 철수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는 대구시에 한국게이츠 해결을 요구하며 노동자가 참여하는 산업전환 대응 협의체 구성을 요구해왔다.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 참여가 없다면 이번 한국게이츠 사례처럼 또다시 해고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대구시는 기존 기구로 충분하고, 추가적인 협의체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채붕석 지회장은 “대구시에 산업전환 TF 협의체 구성 요구에 대한 답을 듣고자 한다”며 “사측과의 투쟁은 끝났지만 대구시청 앞 농성장을 유지하고, 남은 과제들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게이츠는 대구 달성공단에서 자동차 내연기관 부품을 생산해서 현대차 등에 납품하던 업체로 최대주주는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이며 본사는 미국으로 전세계 30개 120개 도시에 사업장을 둔 다국적 기업이다. 지난 해 6월 26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와 구조조정 일환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폐업 통보를 했고, 147명이 직장을 잃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순이익이 1,049억 원 등으로 한국게이츠 노조는 ‘흑자폐업’이라며 반발하며 일방적 해고에 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노조는 한국게이츠 공장을 비롯해 대구시청과 서울 대성산업 본사 앞에 등에서 천막농성을 했고, 청와대, 미국대사관, 국회, 현대차 본사, 울산 현대차 공장 등에서도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했다. 지난 3월에는 대구시민 1만 6,455명에게 대구시 해결책 마련과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권영진 대구시장과 면담도 진행했다. 김문오 달성군수와 달성군의회, 대구시의회 등이 나서 게이츠 본사에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기도 했고, 지난해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한국게이츠 폐업 사태에 대해 정부 책임을 촉구하는 지적도 나왔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