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발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시작부터 난항···용역비 전액 삭감

대구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이전 타당성 용역비 2억 원 삭감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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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의 주요 공약으로 추진되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사업은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지난 28일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대구시가 제출한 2회차 추경예산안 중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비를 전액 삭감했다. 예산 삭감으로 시장 공약 추진이 난항에 부딪히자, 대구시 주무부서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구시는 2018년 국비와 시비 1,075억 원을 들여 현재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리모델링해 현대화하기로 결정했다. 28일 예결위 의원들과 대구시간 질의응답에 따르면 대구시는 재건축을 위해 425억 원을 지출해 부지를 매입했고, 설계를 진행 중이었다. 설계에는 15억 원이 지출됐지만, 현재 설계 진행은 멈춘 상태다. 대구시는 올해 당초 예산으로도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사업 명목으로 국비 29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홍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도매시장 외곽 이전 검토를 공언했고, 당선 후 인수위원회는 도매시장 외곽 이전을 대구 미래 50년 위한 50대 과제로 선정했다. 대구시는 홍 시장 공약에 따라 2회차 추경안에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2억 원을 반영했다.

▲김재용 의원(왼쪽)이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용역비의 적절성을 따져 묻고 있다. (사진=대구시의회 유튜브 갈무리)

28일 예결위는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문제로 포문을 열었다. 도매시장 소재지인 북구에 지역구를 둔 류종우, 김재용 의원은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자로 나서서 도매시장 이전 용역비의 적절성을 따졌다. 이들은 권영진 시장 시절 결정된 재건축 사업이 홍준표 시장의 말 한마디로 멈췄다면서, 사업 중단의 근거도 없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건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류종우 의원(국민의힘, 북구1)은 “홍준표 시장 말씀 한마디에 현대화사업이 올스톱 된 거냐”며 “기존 사업 추진도 늦어지고 있는데 용역까지 얹으니 전체적으로 사업이 스톱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예결위원장인 김재용 의원(국민의힘, 북구3)도 “이전을 화두에 두고 이전을 하기 위한 용역을 하려고 한다. 재건축 진행은 중지되고, 왜 실행되지 않는지에 대한 건 (분석이) 없다”며 “이전 사업을 중지하는 근거를 만들고 그것에 의해 이전이나 재건축도 논의해야 하는데, 그전(재건축)은 내가 안 했어, 또 권영진 시장한테 물어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의관 대구시 경제국장은 “시장님 한마디에 올스톱된 건 아니”라며 “이전이냐 재건축이냐는 몇 년 동안 논란이 된 걸 아실거다. 현재 사업을 하면서도 당초 계획대로 진행이 안 됐다. 계획보다 2년 정도 지연됐는데, 그건 여전히 이전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저희가 보기엔 종사자들의 반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이전 요구가 여전히 있고, 그게 기반이 되어서 시장님이 공약에 도매시장을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할지 검토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농수산유통과는 예산 전액 삭감에 따른 추후 계획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의회의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지금 현대화사업이 왜 안되는지 설명하라고 하는데, 우리 설명을 믿을 수 있나.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으려면 비용이 따르는데, 최소한 그에 따른 예산은 세워줬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한편 예결위는 도매시장 이전 용역비 외에도 홍 시장 정책 추진을 위해 반영한 용역비 일부를 삭감했다.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국군부대 통합이전 종합계획 수립용역비도 1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줄였고, 지구단위계획 통개발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비도 5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감액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