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난 대구시의회의 홍준표 견제

심사 보류했던 안건 11개 중 7개는 재심사 의결
대구참여연대, “홍준표의 ‘나쁜 최초’, 의회도 공동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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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 시정에 대한 견제를 시작하는가 했던 대구시의회가 논란과 숙제를 남긴 채 295회 정례회를 폐회했다. 대구시의회는 홍 시장을 상대로 한 첫 시정질문으로 시정 견제의 포문을 열었다.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선 주요 정책 안건을 심사 보류하는 등 시정 견제 모습을 보였지만, 폐회를 앞두고 보류한 안건을 하나, 둘 의결해주면서 견제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30일 대구시의회는 295회 정례회를 마무리하는 본회의를 열고 80개 안건을 처리했다.

32명 중 31명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구성된 대구시의회는 지난 7월 출범부터 홍준표 대구시장의 거수기 역할에 머물거란 평가를 받았다. 7월 열린 첫 임시회에선 대구시 입맛에 맞는 조례안을 대신 발의해 원안 가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거수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7월의 기억을 간직한 채 맞이한 295회 정례회는 대구시의회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지만, 뒷심 부족을 여과없이 내보였다. 지난 16일 열린 2차 본회에서 김대현, 윤권근(이상 국민의힘), 육정미(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홍 시장을 상대로 정책 결정의 타당성을 묻는 질의에 나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영진 시장에게 물어보라”거나 “의원 처음해서 그런다” 등 홍 시장의 문제적 발언을 이끌어내 의회 내 공분도 만들었다.

이후 시작된 각 상임위원회는 “의원 처음하는” 실력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홍 시장의 주요 정책 추진에 필요한 조례안 심사에 제동을 걸었다. 채무 감축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각종 기금 및 특별회계 폐지 조례안을 상임위에서 묶었고, 시장특별고문 도입 조례안, 한시기구 조직 조례안도 심사 보류했다.

대구시는 홍 시장이 추진하는 채무 감축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 등 9개 기금과 중소기업육성기금 특별회계 등 2개 특별회계 폐지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대구시의회 각 상임위는 지난 19일부터 21일 사이 조례안 심사 과정에서 6개 기금, 1개 특별회계 폐지안을 심사 보류했다. 사업 목적이 정해진 기금이나 특별회계를 폐지할 경우 해당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보류의 주요 이유였다. (관련기사=대구시의회, ‘홍준표 채무 감축’ 제동···718억 규모 기금 폐지 보류(‘22.9.20))

하지만 가장 많은 폐지 조례안(5건)을 보류한 문화복지위원회(위원장 김재우)는 본회의를 하루 앞둔 29일 재심사를 실시해 모두 원안 가결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조례안 처리에 반대한 김재용 의원(국민의힘)이 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문복위가 해당 조례안을 모두 원안 가결하는데는 10분 남짓이 걸렸다. (관련기사=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 심사 보류 기금 폐지 모두 원안 가결(‘22.9.29))

김재우 위원장(국민의힘)은 “솔직히 말하면 시정질의 과정에서 홍준표 시장의 태도를 좋지 않게 보는 의원들도 있기도 해서 유보가 됐다”며 “폐지 이후에도 사업 진행은 의회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이후 문제를 살펴볼 수 있지 않겠나 해서 의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에는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임인환)가 심사 보류했던 한시기구 조직 조례안(대구광역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수정 처리했다. 지난 21일 심사 보류 이후 대구시는 5개로 계획했던 한시기구를 4개로 줄여 만드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관련기사=‘홍준표의 한시기구’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 문턱 넘어서(‘22.9.28))

임인환 위원장(국민의힘)은 조례 처리 불발 시 추경예산안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 등을 고려해 대승적으로 조례안 처리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정책 추진에 필수적인 조례안은 논란을 빚긴 했지만 대부분 처리된 셈이다.

30일 대구시의회는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안을 포함해 80개 안건을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했다.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남은 조례안은 시정특별고문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보건의료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중소기업육성기금 특별회계 설치 및 운영 조례폐지 조례안,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등 4건이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회의 시작 1시간여 전부터 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폐지 조례안 부결을 촉구했다.

같은 날 오전부터 대구시의회 앞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의회를 비판하는 시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본회의 개회 1시간 전부터 집회를 열고 대구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 폐지 조례안의 부결을 촉구했고, 대구참여연대는 대구시의회가 결국 거수기에 머물렀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했다.

대구참여연대는 “홍 시장이 시정개혁의 이름으로 추진하는 ‘전국 최초’ 정책이 즐비하다”며 “이는 모두 ‘좋은 최초’가 아니라 ‘나쁜 최초’다. 대구시의회의 행태 역시 ‘나쁜 의미’의 전국 최초로 시정 개악의 공동정범”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30일 대구참여연대는 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수기로 전락한 대구시의회를 비판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