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동상담기관 네트워크, “5인 미만 사업장 등 사각지대 없어야”

대구 노동상담기관 상담사례 발표 토론회
민주노총 대구본부 부설 노동상담소 주관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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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노동상담을 하고 있는 상담기관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대구에서 이뤄진 다양한 노동 문제를 놓고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구 노동상담기관 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선 여성, 청년, 이주노동자, 경비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공유하고, 대응하는 근로감독관들의 공감 능력 향상이 요청됐다.

21일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 노동상담기관 상담사례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에 나선 정현철 직장갑질119 사무국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 후 현재까지 상황을 짚으면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 적용 확대와 근로감독관들의 공감 능력 향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사무국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고용노동부 제공 자료를 보면 신고 건수는 1만 7,978건인데 그중 2,076건(11.5%)만 개선 지도가 내려졌다”며 “‘위반 사항 없음’, ‘법 적용제외’가 9,792건(51.7%)으로 상당수였다”고 지적했다.

▲ 21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부설 노동상담소 주관으로 ‘대구 노동상담기관 상담사례 발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정현철 직장갑질119 사무국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정 사무국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인 2,000만 명 중 절반에만 적용되는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 특히 아파트 경비원이나 원·하청 관계에 있는 노동자들은 모두 사각지대다. 이들에게도 확대 적용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근로감독관들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무성의하게 조사하거나 노골적으로 (가해자) 편을 든다는 제보도 있다. 상사에게 1차 가해를 당하고 근로감독관에게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명시된 발생 시 지체 없는 조사와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누설 금지 조항 등에 대한 조치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그 외 근로감독관 처리지침 개선과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피해자 복귀 지원 프로그램이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이후 대구지역에서 노동상담실을 운영하는 주체들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배현주 대구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정책국장 ▲백선행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 활동가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노동상담소장 ▲박경순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 ▲이승재 민주노총 대구본부 부설 노동상담소 상담실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우선 여성단체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의 인식 부족에 대해 지적하며,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배현주 대구여성노동자회 정책국장은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 다수가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 여성노동자고, 고용형태는 계약직이자 비정규직이다. 행위자는 사장이나 남성·중장년 관리자”라며 “소규모 사업장은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회사가 처리 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서울의 ‘위드유 성희롱 성폭력 예방센터’처럼 전문기관의 컨설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선행 대구여성회 활동가도 “개인 간 성폭력 문제로 스스로 해결하라는 경우도 있는데 소규모 사업장에 관련 법과 제도, 사업자의 의무를 인식시켜야 한다”며 “대기업, 공공기관에서도 담당자가 경험 부족으로 2차 가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컨설팅과 모니터링이 요청된다”고 덧붙였다.

▲ 21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부설 노동상담소 주관으로 ‘대구 노동상담기관 상담사례 발표 토론회’가 대구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렸다.

이주노동자 상담을 중심으로 하는 김용철 소장은 가장 큰 문제로 임금 체불을 꼽았다. 김 소장은 “지난해 상담 사례 284건 중 91.7%가 임금이 체불된 것으로 심각한 상황이고, 대다수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면서 “사업주의 벌금을 상향하거나, 정부 지원 제외, 노동청 예방활동 등이 필요하다. 특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주노동자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도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노동자’ 상담을 주로 하는 박경순 위원장은 주휴수당과 연차휴가가 적용되지 않는 1주 평균 15시간 미만 ‘쪼개기’ 고용 문제를 언급했다. 박 위원장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많이 겪는 상황”이라며 “이런 노동자들에게 노동법 적용 예외를 두지 않도록 하거나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보조 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승재 상담실장은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50대 이상, 노무직이 주요 상담대상으로 취약노동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임금 이슈가 가장 많았고, 산재보상이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아파트 경비원들과 같은 감시직 근로자들에게 근로시간을 예외 적용하는데,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통해 노동자 인권 보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 주최 측은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도 참석 요청을 했으나, 인사이동과 연말행사 일정 등으로 참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편, 대구 노동상담기관 네트워크에는 금속노조 대구지부 미조직위원회,대구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 대구청년유니온,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부설 노동상담소, 성서공단노조 노동상담소가 속해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