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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행정기관의 무능력한 대응으로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이 2년째 이어지면서 건축주와 주민 고통만 커지고 있다. 대구시나 북구(구청장 배광식)가 ‘종교의 자유’, ‘내국인 차별’이라는 허울을 내세우는 사이 문제는 전국적·국제적 사안으로 번졌다. 지역 기관들이 문제를 풀지 못하자 전국에서 사원 건축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이들이 북구청을 찾아 문제 해결 촉구 집회를 열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실무자를 내려보내 사안 확인에 나섰다.
18일 오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은 북구청 광장에서 ‘이슬람 사원 평화적 건립 지지를 위한 집중행동’의 일환으로 집회를 열고 북구청을 규탄했다. 이들은 이미 4년 전 착공한 사원 건축이 진즉에 완공되어야 하지만, 이토록 지연되는 것은 북구청이 제대로된 행정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아즈 라자크(Muaz Razaq) 경북대 무슬림 학생공동체 대표는 “주민들은 이슬람 혐오가 아니라고 하지만, 미디어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행동한다”며 “기도처 앞에는 돼지머리를 가져다 놨다. 그들은 한국 문화일 뿐이지 이슬람 혐오는 아니라고 한다. 다들 알듯 한국 문화가 다른 사람 집 앞에 돼지머리를 두는 건 아니”라고 짚었다.
라자크 씨는 “불행하게도 돼지머리는 여전히 거기에 있고, 한국 사회가 외국인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 인식을 갖는지 보여준다. 이는 북구청을 포함한 행정기관이 실망스러운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며 “법을 집행하는 당국에 묻고 싶다. 한국 사회에도 묻고 싶다. 이것이 고향을 떠나 단순히 연구하는 곳 가까이 기도할 곳을 만들려는 우리를 대우하는 방법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안승택 경북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 공동의장도 제자들의 문제로 북구청과 대화를 나눴던 일화를 소개하며 관계기관의 적극적 대처를 주문했다. 안 의장은 “최근 북구청과 학생들이 이야길 나눌 기회가 있었다”며 “그 자리에서 건축지 인근에 비계, 텐트, 돼지머리 같은 불법적으로 방치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치워달라고 했지만, 구청에선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거라며 참아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안 의장은 “혐오나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 당연한 듯 지켜지지 않을 수 있는지 학생들을 이해시키기 어려웠다.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도록 관공서가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해줘야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특히 북구청의 건설 중지로부터 시작된 만큼 기본적 책임이 북구청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깊고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일에 응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는 대구뿐 아니라 서울, 부산, 대전 등지에서 찾은 시민 80여 명이 참여했다. 경북대 무슬림 학생공동체 구성원 10여 명도 현장에서 함께 했고, 희년공동체는 이들에게 선한 사마리안상을 수여했다.
한편 이날 오후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장 상황 파악을 위해 실무자를 대구로 내려보낸다. 실무자는 북구 관계자 등을 만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상원,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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