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금호강 파크골프장 증설 두고 환경단체 반발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행위···생태감수성 부족"
파크골프장, 광역시 중 대구시 최다···"수요 많다, 다른 부지 없어"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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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파크골프장 증설 계획을 내놓자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대구시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1일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파크골프장을 증설하는 대구시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6일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2024년까지 사업비 82억 5,000만 원(시비 61억 5,000원, 시 특별교부금 21억)을 투입해 금호강 둔치에 총 6개소 108홀(신설 4개소, 확장 2개소) 규모 파크골프장을 확충한다고 밝혔다.

현재 대구시가 운영하는 파크골프장은 ▲동구 3개소 ▲서구 2개소 ▲남구 1개소 ▲북구 3개소 ▲수성구 2개소 ▲달서구 2개소 ▲달성군 11개소로 총 25개소다. 이중 14개소가 금호강변에 위치해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전국 파크골프장 현황을 보면 서울시 11개소, 부산시 10개소 등 대구시가 8개 광역시 중 가장 많다. 대한파크골프협회 자료에는 대구가 28곳으로 확인되지만, 일부 중복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공동대책위는 “다른 도시에 비해 지나치게 파크골프장이 많은데 추가로 더 짓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며 “이용가능한 하천둔치가 죄다 파크골프장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둔치는 하천 생태계에 있어서 중요한 공간으로, ‘야생생물들의 집'”이라며 “파크골프장이 들어서면 야생생물들은 살 곳을 잃어버리게 된다. 야생과 더불어 사는 공존의 길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누가 우리 집에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와서 1m 간격으로 딱딱 소리를 내고, 웅성거리고 하면 한순간도 살 수 없을 것”이라며 “노인복지라는 이름으로 야생동물에게 그런 짓을 하겠다는 것인데, 대구시 생태적 감수성이 없다. 토건주의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 1일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대구시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퍼포먼스 등을 했다.

반면 대구시는 환경적 문제가 없고, 파크골프장을 지을 만한 다른 공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찬균 체육진흥과장은 “대구시가 전국에서 파크골프장이 많은 것은 맞지만, 파크골프장 수요가 그만큼 많으니까 짓는 것”이라며 “하천점용 허가를 득해야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경문제가 있다면 낙동강환경유역청에서 승인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고모역 부근에도 파크골프장을 고려했지만, 철새도래지를 이유로 승인이 안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크골프장을 만들기 위한 최소 면적이 필요한데, 그만한 부지가 없고, 시내에 공간을 마련하려면 사업비도 많이 든다”며 “(외곽에도) 다 돌아봤지만 부지가 없다. 다른 예정된 시설들도 있다 보니 할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회견 이후 홍준표 시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던 환경단체 사람들은 이를 막는 대구시 공무원 및 청원 경찰 등과 20여 분간 대치했다. 이후 대구시 관계자는 서한을 대신 전달하고, 향후 홍 시장과 면담을 주선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 기자회견 이후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던 환경단체 사람들은 이를 막는 대구시 공무원 및 청원경찰 등과 20여 분간 대치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