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약자들의 연대’와 ‘1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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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엔 얼굴을 맞대고 편집회의를 하고, 분기마다 ‘내가 하고싶은 취재거리’에 대해 <뉴스민> 구성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어려운 회사 상황을 들은 것도 두 달 전 쯤 이런 회의 자리에서 였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취재를 하겠다, 하는 이야기가 무색했다. 실연을 당한 아픔처럼 부정과 약간의 무기력증이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솔직하게 회사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던 고마움과 함께 안타까움도 들었다. 나는 이곳에서 ‘1인분’을 하고 있었나 돌아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치와 이상, 현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2주 전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도움의 손길이 오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기후원 신청을 했다는 말 속에 그동안 <뉴스민>에 대한 생각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뭉클한 글들이었다. 일시·정기 후원과 함께 콘텐츠 사업 논의도 시작됐다. ‘약자들의 연대’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떤 절박함과 기대감은 저마다 다를 수도 있다. 그 기대에 늘 부응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곳이 사라지지 않고, 그 가치를 증명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지난해 <뉴스민> 10주년을 맞아 ‘막내기자’로 10년 동안 뉴스민을 후원해준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서는 때때로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각자 몸 담고 있는 단체나 조직에서 인식하는 사회문제를 <뉴스민>에서도 잘 다뤄주길 기대했다. 많은 언론이 소홀히 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였다. <뉴스민> 역시 여전히 부족한 점도 있고, 해나가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은 덤이었다.

매체 존속을 위한 숙제는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었다는 게 맞는 표현 같다. 거기에 힘을 보태 주신 분들의 마음을 안고, 앞으로 더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마음을 기억하며 <뉴스민>의 가치를 하나씩 쌓아가야겠다는 다짐도 스스로 해본다. 함께 만들어가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여러 조언과 제안, 응원을 부탁드린다.

최근엔 경북 청송에 다녀왔다.(관련기사=‘할매’들에겐 더 특별한, ‘청송무료버스’(‘23.01.23)) 이곳은 경북의 16개 인구소멸지역 중 하나인데, 지역 문제 외에도 여성이나 노인 같은 복합적 사회적 약자의 문제도 있었다. 경북의 인구소멸지역에 대해 언급하며 이를 고민하는 취재를 해보고 싶다는 포부가 담겼던 내 입사지원서가 떠올랐다. 올해 초 회의에서도 언급했던 올해 가고 싶은 현장 중 하나도 그랬다. ‘1인분’을 해내는 사람으로, 가치와 현실을 더 좁혀나가는 길을 계속 모색하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많은 조언과 제안 부탁드린다.

▲ 지난 18일 경북 청송군 취재 현장. 인구소멸지역 중 하나인 이곳에서 노령인구, 특히 여성노인들을 많이 만났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