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미니#43:친절한 김기자]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 22명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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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뉴스민 뉴스레터 담당자 김보현 기자입니다. 벌써 2023년의 2월이 왔습니다. 이번 주 ‘친절한 김 기자’에선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의 공장 밖 9년을 다룬 기획기사를 소개합니다. 뉴스민이 작년 11월부터 준비한 기사입니다.
 외국계투자기업인 아사히글라스는 2015년 178명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한 뒤 법무법인 김앤장과 태평양을 고용해서 ‘법대로 하라’며 버텼습니다. 1, 2심 법원은 해고노동자를 원청인 아사히글라스가 직접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들은 아직 회사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며 9년간 투쟁해 온,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 이야기를 더 깊숙이 들여다봤습니다. 관련해 지난 9년간 기사를 쓴 박중엽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김 기자: 안녕하세요, 박중엽 기자님. 이번 주 ‘친절한 김 기자’가 PICK한 기사는 1월 30일부터 출고되고 있는 기획기사 👉아사히글라스 공장 밖 9년입니다. 22명 해고노동자의 이야기부터, 회사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불해야 했던 비용까지 다루고 있죠?
  박 기자: 기획은 아사히글라스가 하청노동자 178명을 갑자기 해고한 후 소송을 진행하거나 경비를 강화하는  비용을 얼마나 썼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됐어요. 그 비용을 추산해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데 들었을 비용과 비교해보자는 거죠.
거기에 더해 9년째 투쟁 중인 해고노동자를 한 명 한 명 들여다보기로 했어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30대 초반의 노동자는 40대가 됐고, 40대 중반의 노동자는 50대가 됐죠. 만약 아사히글라스가 노동조합을 인정했더라면 이들이 9년째 거리에서 싸우는 일도 없었을 거예요.
  김 기자: 현재 소송 진행 상황이 어떤가요? 복직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박 기자: 해고노동자와 아사히글라스가 서로 제기했던 민사소송은 6건이고, 파견법 위반으로 진행 중인 재판도 있어요. 아사히글라스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과 법무법인 태평양에 소송을 맡겼죠.
 오늘(3일) 소성리 사드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선고 날이었는데요. 벌금형이 나왔어요. 그렇게 오며가며 자주 만나는데, 우스갯소리로 “앞으로 복직할 건데 재판 왔다갔다 하면 어쩌지”하고 농담도 건네 봤어요. 조합원들은 그냥 웃죠. 형사재판 2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민사재판은 대법원애 계류 중이에요. 길면 몇 년씩도 걸리니까 아직도 안갯 속이에요. 그 전에 회사가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복직시키면 또 모르죠.
🎥지회장 제외 복직 거부한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 “22년 같이 할 것” – 2021년 12월 31일 뉴스민은 구미시 산동면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 농성장에서 해고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이들은 복직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기자: 계속 이슈를 보도했지만 22명 해고노동자 개개인의 이야기를 다룬 취재는 처음이라고요. 취재하면서 어떠셨어요?
  박 기자: 그동안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 이슈 관련해서 꾸준히 기사를 써 왔는데, 주로 재판 결과나 투쟁 과정을 다루는 내용이었어요. 전임자 같은 대표자에게 공식적인 입장을 묻는 일이 많았죠. 사건의 흐름이 어떻고, 재판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새로울 게 없었는데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살아온 이야기를 쭉 듣는 건 처음이었어요. 단순히 숫자로, 몇 명이 해고됐고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으며 판결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를 보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삶이 보여주는 부분이 강렬했어요. 천막에 남은 22명, 나아가 회사가 문자 한 통으로 해고한 178명의 삶의 무게가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김 기자: 9년, 투쟁 기간이 길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박 기자: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지금 떠오르는 건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사드 배치 현장에 새벽같이 달려왔던 모습이 떠올라요. 지회장을 빼고 복직하라는 회사 제안을 거부한 다음 열었던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다 같이 공장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도 인상깊었어요.

 

 김 기자: 취재가 끝나고,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에서 총회를 통해 뉴스민에 후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해왔죠. 
  박 기자: 요즘 뉴스민이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인 걸 먼저 말해야겠네요. 우리가 재정적 문제를 공식화한 다음에 지회에서 총회를 거쳐 당분간 후원을 하기로 했다고 전해 왔어요. 처음 든 생각은 ‘우리가 받아도 되나’ 였죠. 지회도 재정 사업을 힘들게 해 온 장기투쟁 사업장이잖아요. 조합비로 생활비를 조금 받아 생활하는 분들도 계시고. 그런 복합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다음으론 감사한 마음이 들었죠.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 이슈 관련해서 우리가 아주 중요한 사건으로 여기고 관련 보도에 비중을 뒀거든요. 그 노력이 적어도 당사자들에게는 의미가 있었다는 걸 느끼죠. 여전히 뉴스민 재정상황은 나아질 길이 까마득하긴 한데, 해고자들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마음 쓰는 걸 보면 ‘이거 망하면 안 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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