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구지하철참사 20년···왜 사회적 참사 반복되는지 물어야

김태일 전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

14:58
Voiced by Amazon Polly

2.18안전문화재단의 비전은 ‘안전한 세상을 우리 손으로’이다. 희생자 유가족들이 만들었다. 김태일  전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은 2010년 12월 이사장에 선출됐다. 김 전 이사장은 아직 홈페이지에 남아있는 인사말에서 “재단 설립 발기인 총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2003년 2월 18일의 고통을 넘어설 수 있는 어떤 희망의 단서를 찾았다는 기대에 마음이 부풀어 있다”며 “지방자치 민선 6기 대구시정이 시작되면서 권영진 시장이 재단 설립 문제를 풀어보자고 나서며 기약없이 지연되었던 설립이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고 썼다.

재단은 그로부터도 몇 년의 시간이 지나 2016년 3월 11일 국민안전처의 허가를 받고 설립됐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가 난지 13년만이었다. 지난해 8월, 김태일 전 이사장이 직을 내려놓으면서 재단은 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7년 간 이사장직을 수행한 김 전 이사장에게 대구지하철참사의 남은 과제와 방향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14일 오전 전화로 진행됐다.

Q. 올해는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이다. 이 시점에 우리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뭘까?

2003년 비극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패턴의 대형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 반성과 성찰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적 진전도 있었다. 가연재 소재였던 지하철 시트가 불연재로 바뀌었고, 소방청도 승격 됐다. 안전을 담당하는 국가기구가 더 강화됐고, 안전 관련 기본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태일 2.18 안전문화재단 전 이사장

하지만 ‘왜 참사가 반복되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만큼이나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재난은 크게 예방, 대비, 대응, 회복 네 가지 단계로 나뉘어지는데 이게 미흡해서 큰 일로 확대된다.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도 불이 난 전동차에선 4명이 숨졌다. 맞은 편에서 불이 나는 화염 속으로 전동차가 진입을 해서 사고가 커졌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배가 가라앉게 된 원인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구하지 못하면서 사고가 커졌다. 이태원 참사도 같은 패턴이다. 사람이 많이 모였다거나 골목이 좁다거나 길이 비탈진 것은 직접적으로 참사를 만든 요인이지만, 실제 사람이 그만큼 모인다는 것을 예상해서 대비책을 세우는 시스템은 부재했다. 이런 패턴이 계속되는 이유가 뭔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Q. 대구지하철참사가 발생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지점이 많다.

2003년 당시 대구지하철참사 직후 추모사업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진다. 재난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 대구시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인 거버넌스 기구였다. 지역사회가 어떻게 추모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논의를 했고, 그 연장선에서 몇 가지가 추진된다.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 사고현장을 보존한 기억 공간을 조성하거나 2.18안전문화재단을 설립하고, 팔공산에 추모공원을 세우는 것. 이 세가지가 주요 과제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어느정도 진전이 됐지만 세 번째, 팔공산 추모공원 건이 미진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가, 전임 대구시장인 권영진 시장의 임기 마지막 해에 로드맵이 세워졌다.

재난 피해자들의 대표적인 요구는 현재 시민안전테마파크에 2.18 추모공원이라는 말을 병기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상인 반대가 심해서 갈등이 심화되다가, 권 시장 당시 대구시와 상인들 사이에 협약을 맺게 된 배경이 있다. 시장 상인들에게 일부 인센티브를 주면 추모식 행사를 허용한다거나 하는 등 단계적으로 실마리를 풀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마저도 현재는 멈췄다. 진전이 되려면 대구시가 액션을 해야 한다. 대구시도 일종의 가해자격이니, 대구시 의지가 필요한 부분이다.

Q. 대구시도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인데, 지금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나?

지하철 운영의 주체이니 대구시는 피해자에 대한 추모나 대책 수립을 해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동안 잘 해왔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 하지만, 앞으로 과제도 만만찮게 남았다. 홍준표 시장이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부상자 문제도 있다. 권 시장 시절에 질병 치료를 계속 부조해 주는 방향에 대해 조례를 만들었다. 그것도 사실 큰 진전이었다. 대구시가 현재도 예산으로 매년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지하철 사고와 관련된 질병에 대해 치료를 도와주고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사망자 유가족의 트라우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홀할 수 있지만 당시에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건 가족이 희생된 사람들이다. 20년 전에는 트라우마와 관련해서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재단이 만들어진 다음에 여러 시도는 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진 못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