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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누구나 다 아는 식상한 정의는 권력을 비판하고 불의를 폭로하며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라 말할 것이다. 언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는 순간, 해야 하는 고유의 기능이 있으며, 또 차별화하고 경쟁력까지 갗추면서 컨텐츠를 생산해 내야 한다.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차별과 경쟁이 가능하려면 어쩔수 없이 자본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시스템이 필요하고 사람이 필요하고 장비가 필요하다. 어쩌면 이걸 다른 말로 하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주’를 가졌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다.
획일화되고 힘 있는 중앙언론, 서울공화국 같은 우리나라에서 지역 독립언론의 역할은 무엇이며, 또 어떤 효능감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스친다. 저예산과 제한된 인력만으로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만을 쫓는 것을 거부하고 지방권력이나 이익집단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언론을 위해서 그들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뉴스민은 지금까지 그 이유를 너무 잘 증명해왔다. 200%!
적어 놓고 보니 너무나 외로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참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난 10년의 길을 외롭고 어렵게 걸어 왔다면 앞으로 10년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아름다운 연대가 이어졌으면 한다. 언론과 왠 연대냐 싶겠지만 뉴스민은 그냥 언론이 아니다. 기자들이 발품을 팔고 보도해내고 지역의 묻힐뻔한 이야기를 드러낸다. 특히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문제를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보도하고 함께하는 건 지역 독립언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뉴스민은 지나간 일을 복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앞으로 살아갈 이들이 어떤 실천으로 삶을 꾸려나가면 좋을지 알려주는 반사경이 되기도 한다.
뉴스민을 채워 가는 기자들을 지역에서 만난다. 그런데 이런 일을 아무 어려움 없이 해 나갈 것 같지 않은 캐릭터 들이다. 아주 평범하다. 투사의 눈빛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의 찬 사람들도 아니다. 조용하고, 자유분방하고, 그저 일상의 삶을 착실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하지만 써내려가는 글에서, 취재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확인하게 된다. 견뎌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뭔가를 헤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즐거워 보이고, 재미있어 보인다.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그래서 뉴스민은 계몽적이고 가르친다는 느낌이 아니라 소수의 얘기를 상식이 되게끔 바라보는 시선을 길러준다. 매섭게 비판해야 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할 땐 과잉된 언어가 아니라 보편적인 언어로 서로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여성, 노동, 환경 등 크게 듣고 싣는다. 그래서 내가 사는 지역의 긍정적인 면을 찾게 하고, 내가 모르는 나의 대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내 자신의 배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10년이 흐른 지금 뉴스민 창립 멤버들의 나이는 서른아홉, 서른일곱이다. 여전히 젊다. 가장 치열하게 생각하면서, 세상이, 사회가 던진 질문에 청춘을 걸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도 한번 최선을 다해서 답해주면 어떨까? 들어주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그사이에 뉴스민이 항상 있었다. 때로는 우리가 그 사이에 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한번 보여 주자. 지금은 뉴스민의 이야기를 우리가 듣고, 그들이 꾸는 꿈이 그들만의 기쁨이 아니라 우리들이 희망이 될 수 있다 것을 함께 말해보자.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이 아름다운 연대가 퇴행의 시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조금은 견디게 숨 쉬게 해주리라! 1,500명의 후원회원 속에 한 명이 되어 주시라! 그래서 우리가 뉴스민이 지역을 대변하고, 우리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하자. 그들이 쌓은 경험과 가치가 공중분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속에서 숨 쉬게 하자!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