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당신의 개,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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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출연자가 키우는 ‘동물’이 나오면 신경이 쓰인다. 물그릇과 밥그릇, 화장실 상태와 산책 등 기초적인 양육을 살펴보게 된다. 무엇보다 ‘저 아이는 어디에서 왔는가’가 중요한 질문이다. 흔히 말해 ‘동물을 사고 파는, 품종과 가격 매겨진’ 판매점에서 데려온 경우엔 그 유명인에게 편견을 갖게된다.

‘저 사람은 동물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고, ‘공장식’으로 생산되는 저 동물의 부모견이 처한 환경은 모르는 건가. 아니, 아는데도 그 소비에 동참했다면 그것도 문제인데. 그런 무지함 또는 인식을 가지고 최소 15년쯤 되는 동물의 삶을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되면, 걱정은 다음 단계로 간다.

‘이 방송을 보고, 누군가는 저 품종을 검색하고, ‘그 공장’에선 그 ‘상품’ 마케팅을 하고, 빠르면 몇 개월, 늦어도 몇 년 안에 그 품종의 유기동물이 늘어나겠구나’

미디어의 동물 노출이 신중해야 하고,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감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산업과 시스템 역시 손을 봐야하는 이유다.

▲ 동물보호소에 있는 강아지들 모습 (뉴스민 자료사진)

지난 4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의 한 주택에서 개 사체가 집안 곳곳에서 층층이 쌓인 채로 발견됐다. 경찰 추산이 1,200마리이고, 집 주인인 60대 남성은 도주 우려로 구속됐다. 양평군은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봤고, 집주인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세금 1,100만 원들여 사체를 처리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주인은 번식업자들에게 한 마리당 1만 원씩을 받고 데려온 것으로 확인된다. 발견된 사체 규모를 보면, 애초에 개를 기를 생각이 아니라 집주인도, 번식업자도 모두 동물 처리 비용에 1만 원을 들인 모습이다.

이 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동물보호법에서 정의한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한’ 동물학대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규정한 처벌로 이런 상황을 앞으로도 막을 수 있을까.

애초에 쉽게 사고 파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근본적 질문과 해답도 여기에 있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나오지 않았다면, 장난감 바꾸듯 구매하는 사람이 없어 그런 식의 산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면, 1,000마리가 넘는 품종견들이 제 몸 하나 제대로 누울 공간 없이 그곳에서 죽을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한 동물산업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쉽게 사고 파는 구조에서 ‘업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판매용 ‘상품’을 만들고, 가치가 떨어진 ‘상품’은 처리한다. 감춰져 있거나 규모 또는 방식의 차이 일 뿐 비슷한 일은 어디선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 ‘죽기 직전까지 교배를 반복하다가, 죽을 때도 굶어서 죽은’ 개들의 아픔이 공감되길 바란다. 개인에게도 반려인으로 책임감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 역시 우리사회가 답을 찾아야 한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