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중증장애 아이들 어쩌란거냐”···달서구 지원사업 공모 탈락 갈등

중증발달장애 자녀 둔 부모들 각출해 협동조합 설립
달서구 공모사업 지원하려 사무실 임대, 직원도 채용
"중증 장애인들 보호 가능 한 주간보호센터 없어" 반발

18:35
Voiced by Amazon Polly

대구에서 중증중복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주간보호시설을 직접 만들어 지자체 공모사업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선정된 기관 중에서도 중증인 자녀들이 이용할 만한 곳은 없어서 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공모사업을 통한 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초기 자본을 마련한 이들은 당장 필요한 임대료나 인건비에서부터 어려움에 처했다.

지난 20일 달서구가 공고한 ‘2023년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제공기관 공모’ 선정 결과에 따르면 아동발달센터 등 3곳이 선정됐다. 공모에 선정된 기관들은 오는 5월부터 2년 동안 국·시비를 지원 받아 주간활동서비스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운영된다.

▲ 27일 전정순 사회적협동조합 ‘함께맘’ 대표는 중증중복발달장애인 당사자들과 그 보호자들과 달서구청을 찾아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제공기관 공모’ 탈락에 반발하며, 대안 마련을 호소했다.

공모 결과에 낙담한 전정순 사회적협동조합 함께맘 대표는 27일 달서구청을 찾았다. 중증중복발달장애를 가진 당사자 5명과 같은 처지의 보호자 12명과 함께다. 이들은 지난 3월 자녀들이 다니던 지원시설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 순번을 기다리던 중 달서구 공모사업 소식을 듣고 자체적으로 시설을 만들어 공모에 참여했다.

중증중복발달장애인은 신체 장애 정도가 심하거나 여러 장애가 중복되어서 1대 1 케어가 필요하다. 때문에 지역 내 주간보호센터도 케어를 꺼려한다. 대구에선 대구시가 대구대학교에 위탁 운영하는 라온센터와 상록주간보호센터 정도가 중증중복발달장애인 케어를 하고 있다.

우순옥(57) 씨의 아들 박정현(26) 씨도 지난 3월까지 라온센터에서 생활했지만 최대 이용기간 2년이 도과해 퇴소한 상태다. 박 씨는 뇌병변 장애와 지적 장애를 갖고 있다. 박 씨는 20살이 되던 해에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2년 동안 집에서 지내다가 2021년 라온센터가 개소 때부터 시설을 이용했다.

우 씨는 “혼자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렵다 보니 1대 1 케어가 필요하다. 관련 시설도 갖춰져 있어야 한다. 장애 유형에 따라 적합한 프로그램도 다르다”며 “그나마 갈만한 주간보호센터가 하나 있는데, 자리가 없더라. 학교 졸업 전부터 대기를 해도 대부분 한 번 들어가면 안 나와서 순번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 씨는 “복지가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장애 아이들을 가족이 책임 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증일수록 가족 책임이 더 크다. 경증 장애인은 받아주는 곳이 많은데, 중증 장애인은 갈 곳이 없다. 복지가 필요한 곳에 더 맞춰져야 중증이든 경증이든 소외되지 않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뇌병변과 지적 장애를 가진 고현웅(32) 씨의 어머니 이영숙(63) 씨는 “우리 아들은 여기 애들 중에 나이가 많은 쪽에 속한다. 중증 장애인을 받아주는 거의 유일한 주간보호센터에 4년 정도 다녔다가 라온센터에 가려고 나왔고, 다시 못 들어가고 있다”며 “라온센터의 프로그램이 중증도가 심한 장애인들에게 맞춤형으로 이뤄져 만족스럽게 이용했다. ‘발달장애’가 자폐와 지적장애에 맞춰져 있다 보니 같은 장애 유형 중에서도 소외감이 크다”고 말했다.

▲ 27일 중증중복발달장애인 당사자들과 그 보호자들은 집회 신고를 내고, 달서구청에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제공기관 공모’ 탈락에 반발하며, 대안 마련을 호소했다.

우 씨나 이 씨 같은 어려움을 가진 부모들은 집마다 500만 원씩 각출해 마련한 자금으로 최근 협동조합 함께맘을 만들었다. 달서구가 예정한 주간활동서비스 제공기관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전정순 함께맘 대표는 “자격 조건을 맞추기 위해 직원도 구하고, 사무실 임대도 해서 리모델링을 거의 끝냈는데 공모에서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전 대표는 “당장 매달 나가는 수 백만 원의 비용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달서구 측은 심사위원회를 거쳐 형평성과 공정성을 고려해 선정됐다는 입장이다. 달서구 어르신장애인과 관계자는 “어머님들의 안타까운 상황과 마음에 공감한다. 대책을 찾아 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긴급하게 부모들과 달서구 간 간담회를 마련한 박종길 달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 이곡·신당동)은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엄마들이 나서서 하겠다는 데, 심사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안된 것 같다. 복지는 더 어렵고 필요한 곳에 가야 한다”며 “달서구 내 주간활동 보호기관을 이용하는 중증발달장애인 현황을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용률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의회 차원에서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