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창간 11주년에 부르는 인터내셔널가

09:49
Voiced by Amazon Polly

2023년 5월 1일로 뉴스민은 창간 11주년을 맞았다. 11년을 돌아보며 뉴스민이 취재, 보도해야 할 대구, 경북지역 사안을 살펴보며 노래 한 곡을 나누고자 한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익숙한 노래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노래일 수도 있다. 오늘, 독자들과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는 ‘인터내셔널가’다.

▲2012년 5월 1일 122주년 세계노동절 대구 집회에서 참가자 122명이 인터내셔널가를 불렀다.

11년 전 오늘, 뉴스민이 창간하던 날은 122주년 세계노동절이었다.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 앞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 122명이 인터내셔널가를 불렀다. 122명 중에는 노동조합 조합원도 있었지만, 비 노조원도 있었다. 장애인, 대학생, 여성과 남성이 함께 어우러졌다.

유튜브에 있는 합창 영상에는 “대구에서 저러면 위험하지 않나”라는 댓글도 달려 있다. 해당 영상과 댓글에 대구경북지역에서 보통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 노동권과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언론의 역할을 하겠다는 뉴스민의 창간 취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와 불령사 회원들이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장면. [사진=영화 <박열> 소개 영상 갈무리]

국가보훈처가 선정한 올해 5월의 독립운동가,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후세 다쓰지(布施辰治)가 나온 영화 <박열>에도 인터내셔널가가 나온다.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배우 최희서가 직접 꼽은 명장면인데, 유치장에 들어간 박열, 후미코, 불령사 회원들 중 박열만 혼자 형무소로 이송될 때 후미코가 쇠창살을 흔들면서 인터내셔널가를 부른다. 곧이어 다른 불령사 회원들도 “起たて飢うえたる者ものよ 今いまぞ日ひは近ちかし(일어서라 굶주린 자여 지금 그날이 가깝도다)”라는 일본어 인터내셔널가를 일제히 부른다. 후미코, 다쓰지 선생뿐만 아니라 식민지 조선의 해방을 위한 일본인 운동가들은 우리 생각보다 많았다.

스페인 내전에 공화파 일원으로 참전한 영국공산당원의 이야기를 다룬 켄 로치 감독의 영화 ‘Land and Freedom(랜드 앤 프리덤)’에도 인터내셔널가가 흘러나온다. 국제여단 동료가 전투 중 사망하자 장례식을 치르며 다시 싸울 것을 결의하면서 “Arriba, parias de la Tierra” 스페인어 인터내셔널가를 장엄하게 부른다.

인터내셔널가는 국적, 민족을 뛰어넘어 억압받는 민중이 함께하는 국제주의 저항의 상징이다. 1989년 6월 4일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중국어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하는 서글픈 장면에서도 노래는 함께 했다. 중국공산당 행사에도 불리는 노래지만, 정부에 저항하는 중국 노동자와 민중들도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며 곱씹어야 할 일이 대구경북에는 여전히 많다. 지난 3월 경찰은 달성군 논공읍 한 교회에서 예배 중이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해 본국으로 추방했다. 체류 자격이 없다고 종교 활동에 자격이 있지 않다. 체류 자격이 없다고 불법 노동을 한다고 내몰아서도 안 된다. 노동조합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쫓아내라고 항의하는 일은 노동권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강제 단속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경북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투입하고 있다. 내쫓으면서도 필요에 의해 단기 비자로 이주민을 또 입국시킨다. 어디에도 존재 자체가 불법인 사람은 없다.

9년째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는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본 본사 항의 방문을 할 때면 일본의 노동조합,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함께 힘을 보탠다. 어제 대구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노동절 집회에는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없애자고 발언했다. 뉴스민은 국적, 지역, 성, 종교, 장애 등의 이유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지 않도록 대구경북지역에서 국제주의를 실천하는 언론의 소임을 다 하고자 다짐하며 노래 한 소절을 불러 본다. L’Internationale sera le genre humain.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