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홍준표 시장님, 언론은 ‘순금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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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학신문사 기자 시절 학생회나 대학 본부 견제·감시는 중요한 취재 업무였다. 대학신문 운영 예산은 대학 본부에서 나오지만, 주간교수가 있다는 점 외에는 큰 제약이 없었다. 예산을 이유로 눈치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대학신문 기자가 재학 중 취업 준비 등으로 줄자 장학금 지급에 나설 정도로 존속을 위해 노력했다. 돌이켜보니 국립대여서 공공적 성격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만 학생회로부터는 적지 않은 견제를 받았다. 부정 선거 이슈가 있었고, 문제 상황을 취재해 보도했다. 물론 학생회 측 입장도 반영했지만 당사자들에겐 불편한 기사였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학생회 회의 자리에서 대학신문 예산 지원 방식을 살피고, 예산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불편한 기사에 대한 보복적 성격이 느껴졌다. 그렇다고해서 학생회가 반론권을 포기하거나, 대놓고 위협을 가하는 일은 없었다. 학생이었지만, 성인이었고 지성의 공간이 아닌가.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과 언론 대립을 보고 그때가 떠올랐다. 대학언론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성격의, 규모도 큰 언론이 지역에 있다. 공론장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자유’롭게 비판을 하는 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 토대이자 작동 원리다. 지자체가 내놓은 주장을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살피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대구시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있는 그대로, 한술 더 떠 ‘참 잘했다’며 홍보하는 건 언론이 피해야 할 일이다.

▲대구 지역 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홍준표 시장의 지난 100일을 ‘파워풀한 불통정치’ 였다고 평가했다. (뉴스민 자료사진)

그런데 선출 권력인 홍 시장이나 공공기관인 대구시는 자신들의 주장·입장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언론을 ‘좌파언론’이라고 낙인찍고, 취재 거부까지 한다. 지난해 연합뉴스를 상대로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 일처럼 대구시는 언론에 지원하는 예산을 손에 쥐고 압박하는 방법도 서슴지 않는다. 먹고 사는 일에서 자유로운 언론은 거의 없다.

대구MBC 취재 거부에 이어 뉴스민도 거부 대상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대구시는 오해라며 다음 날 상황을 수습했지만 여러모로 찝찝함은 남아있다. 취재 거부까진 아니어도 올해 들어 대구시 취재가 번거로워진 면은 있다. 대구시 여성 청소년 보건위생 물품 지급 대상에 대해 알아보려 부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대답은 없고 ‘질문이 그게 다냐’는 반문만 되돌아왔다. 기자 질문은 부서장과 논의 후 답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부서장에게 문의를 해도 세부적인 내용은 몰라서 다시 담당자에게 확인하고 알려오는 식이지만,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조차 이런 식의 대응이 늘었다. 담당자가 늘 한 번에 전화를 받는 것도 아니고, ‘뺑뺑이’를 돌리는 느낌도 적지 않다. ‘통제되지 않는 정보는 내보내지 않는다’는 ‘홍준표표’ 시정의 단호함이 느껴진다.

뉴스민이 취재 거부 대상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오히려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언론은 홍 시장이 기르는 순금이 같은 ‘애완견’이 아니다. 감시견(watch dog)으로서의 역할은 진짜로 뉴스민이 취재 거부 대상에 오르더라도 계속될 것이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