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구미공단 외투기업 폐업···대기업 주력 품목 전환 영향?

최근 LG디스플레이 협력 외투기업 두 곳 폐업
대기업의 전환, 계속기업 정체성 약한 외투기업 노동자에 직격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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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공단 외투기업이 최근 몇 달 새 연속해 폐업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올해 4월에는 동양전자초자가 노동자들에게 폐업을 통보했다. 두 회사는 LG디스플레이에 LCD용 부품을 납품해 온 협력사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LG디스플레이의 국내 LCD 사업 축소가 구미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계속기업으로서 정체성이 약한 외투기업 노동자가 직격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기사=구미 1호 외투기업 동양전자초자 폐업 통보, 노조 “배당만 챙기고 먹튀” (23.06.02.))

LG디스플레이는 서울 영등포구에 본사를, 경기도 파주와 경북 구미에 공장을 두고 있다. TFT-LCD 및 OLED 등의 기술을 활용한 디스플레이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단일 사업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LCD 사업은 파주공장이 대형 LCD, 구미공장이 중소형 LCD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에 1995년 P1공장, 1997년 P2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으로 LCD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 구미 P3공장을, 2002년 구미 P4공장, 2003년 구미 P5공장, 2004년 구미 P6공장, 2009년 구미 P6E공장(P6공장 증설라인)에서 양산을 시작하며 공장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에서 OLED로 넘어가면서,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은 대부분 생산라인을 전환하거나 축소·폐지해 운영 중이다. 현재 P1~P5공장은 생산라인을 멈춘 상태다. P5공장은 지난해 6월 완전히 라인을 닫았으며, P6공장이 중소형 LCD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다.

LC디스플레이 홍보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생산은 파주로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구미는 LCD 중심으로 공장이 형성돼, 생산라인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 홍보팀 관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들 생산시설은 대부분 파주나 중국 공장에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LCD에서 OLED로 주력 품목을 전환한 배경엔 중국 시장의 저가 공세가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LCD는 한국기업이 고부가가치인 OLED 전환을 위해 생산을 축소하면서 2018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OLED 생산 확대를 위해 LCD 생산을 축소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업이 주력 품목을 전환하면서 대기업-중소기업 수직적 하청계열화 고착이 심화된 구미는 산업계 전반이 큰 영향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외투기업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정체성보단 하나의 수익 기회라는 관점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기술전환기에 취약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폐업을 결정한 구미공단 내 외투기업 두 곳이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지난해 폐업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공장 화재가 폐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긴 했지만, LCD 산업 하락세로 인해 화재 복구 이후에도 사업성이 없다는 판단이 폐업에 영향을 미쳤다. 동양전자초자 역시 LG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축소를 폐업의 주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철우 경북대학교 지리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산업 위기 지역의 현 주소 : 구미지역 산업 환경과 위기실태’(전지혜, 이철우)를 통해 “대기업의 구조조정 및 디지털 제품 중심의 주력상품 전환 전략은 1~3차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분리 창업과 무선통신기기 및 디스플레이 부문을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고도화를 촉발했고, 이로 인해 대기업에 대한 지역 중소기업 의존도가 더욱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외투법인 대부분이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업종 전환을 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특히 대구‧경북의 외투기업은 단일품종만 생산하기 때문에 기술전환기에 취약하다”고 짚었다.

나 교수는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수직적인 공급체계로 엮여 가치사슬의 한 고리를 담당하다가 변화가 생기면 빨리 청산하는 수순으로 넘어간다. 신사업에 투자 하지 않고 배당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