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신청사 건립 최후통첩···달서구 선출직 “수용불가” 다수

홍준표 임기 중 장기 표류 전망···“산격동에서 임기 마쳐도 돼”
홍, 신청사 부지는 7만 8,000제곱미터 뿐 주장
2019년 달서구 신청 부지는 두류정수장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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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 임기 중엔 신청사 건립이 어려울 전망이다. 6일 대구시는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에 프로농구단 전용 경기장을 포함한 체육시설을 추가하고 나머지 부지는 매각하는 방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지만, 달서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시·구의원이 불수용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여러 차례 ‘빚 내서 신청사는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해서 신청사 건립은 홍 시장 임기 중 장기 표류할 공산이 커졌다.

6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김용판 의원(달서구병) 주관으로 대구시가 달서구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신청사 건립 방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구시는 김용판 의원 요청에 따라 마련된 시간이라고 설명했고, 정장수 정책혁신본부장과 권오환 도시주택국장이 참석했다.

대구시는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에 한국가스공사 프로농구단 전용 경기장으로 쓸 5,000석 규모 실내체육관과 시민 생활 체육을 위한 4,500m2 규모의 실내생활체육관을 건립하겠다고 제안했다. 체육관을 건립하면 신청사 부지는 6만 8,000m2에서 7만 8,000m2로 늘어나고 매각할 유휴부지는 9만m2에서 8만m2로 줄어든다.

정장수 본부장은 “지난해 9월 신청사 건립 계획을 발표한 후 문화체육시설 등 주민편의 증진을 위한 시설을 보완해 달라는 지역 주민의 다양한 요청이 있었고 시민 의견을 반영해 다시 계획을 보완하라는 시장님 지시가 있었다”고 최종안 배경을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시민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된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신청사를 건립한다는 시장님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는 대구시 재정여건상 유휴부지를 매각하지 않고는 건립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최종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홍준표 시장 재임 중에는 신청사 건립이 추진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최종안 제시를 앞두고 홍 시장도 강경하게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 매각 없이 신청사 건립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동인동 대구시청사 기자실을 찾은 홍 시장은 성서행정타운 매각 등의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 시장은 “나는 빚내선 절대 안 짓는다. 빚내선 절대 안 된다”며 “나는 산격동에서 임기를 마쳐도 별 불편함이 없다. 내 재임 중에는 재정건전화가 제1 목표다. 지금 반대하고 모여서 떠든다고 해서 그걸 내가 빚내서 지어줄게, 그런 소리 할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서타운을 팔아서 짓자? 그건 팔아선 절반도 안 된다. 나머지는 빚을 내야 된다”며 “30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채 발행 없는 예산을 짰다. 그런데 신청사가 뭐라고, 수천억을 빚내서 지어달라는 택도 아닌 소리를 하느냐. 빚내선 절대 안 짓는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이번 제시안이 아니면 건립이 어렵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지만 달서구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김용판 의원은 대구시 안을 들은 후 기자들과 만나서 “재정건전화를 원칙으로 내세운 것은 공감하지만, 매각 대상이 될 옛 두류정수장 부지를 매각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최후통첩이라는 것에 대해선 “대구 시민의 여러 민의를 수렴해야 할 문제”라며 “국정감사를 통해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질의 시간을 신청사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 함께 했던 한 대구시의원도 <뉴스민>과 통화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며 “농구장이며 체육관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고, 한 구의원은 “체육관을 임시 방편으로 하는 건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 10월부터 4월까진 농구장 쓰고 나머진 시민에게 할애한다는 방식은 우리도 필요 없다. 제대로된 걸 요구했다. 성서행정복지타운을 기업은행을 유치한다든지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차례 신속한 신청사 건립을 촉구한 손범구 달서구의원은 “성서행정복지타운 매각을 포함해서 다른 대안을 마련해서 추진하면 가장 좋지만, 그게 안 된다면 대구시 안처럼 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해서라도 빠르게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여지를 남겼다.

▲2021년 1월 대구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구시는 두류정수장 부지 15만여 제곱미터 전체를 신청사 부지로 언급했다.

한편, 대구시는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 매각이 신청사 부지를 매각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청사 예정부지는 손대지 않고 옛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해 건립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인데, 신청사 예정부지 일부를 매각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같은날 홍 시장도 SNS를 통해 “신청사 부지는 원래 두류공원 2만 3,500평이고 유휴지 2만 4,200평은 신청사 예정부지가 아니”라며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신청사 예정부지 일부를 매각해 신청사를 짓는다고 사실과 다른 소설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신청사 건립 부지를 두고 시민공론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달서구는 두류동 706-3번지 외 6필지에 해당하는 두류정수장 전체 부지 15만 8,807m2를 후보지로 신청했다. 시민공론화위원회도 전체 부지를 대상으로 한 공론 절차를 거쳐 두류정수장 부지를 최종 신청사 부지로 확정했다.

2021년 1월 28일 대구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구시는 두류정수장 부지 전체를 ‘신청사 건립 부지’로 명시하면서 “청사 뿐 아니라 문화 및 생활 인프라 등 다양한 기능이 함께 어우러진 시민을 위한 공간 조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한다”고 밝혔다.

당시 대구시는 “부지 7만 8,000여m2, 건축물 연면적 9만 7,000m2 규모를 목표로 타당성 조사를 받을 계획이며,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하게 될 나머지 부지(8만여m2)는 공원, 광장 등 시민을 위한 다양한 시설 입지를 계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원, 장은미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