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콜택시 24시간 통합운행’ 법 바뀌었지만···경북, 지자체별 ‘들쭉날쭉’

시행령은 '통합'운행하라지만, 지자체별 연계는 부족
야간 관외 이동 어려워 휠체어 두고 귀가하기도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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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밤 10시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김지애(40) 씨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서울에서 병원 진료를 받고 경북 김천 김천구미역에 도착해 구미의 자택으로 귀가하려던 참이었다. 사전에 운행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듣기도 했고, 장애인 콜택시를 24시 상시 운행해야 하는 개정된 시행령이 7월부터 시행된 것도 알았기 때문에 지애 씨는 당연히 배차되리라 생각했다.

지애 씨 집은 김천구미역에서 20km 거리, 갈 방법이 없었다. 도보 4시간 30분 거리, 전동 휠체어를 전속력으로 운행해도 2시간이 넘게 걸리는데다 늦은 시각 사고 위험도 있다. 결국 지애 씨는 역무원에게 휠체어 보관을 부탁하고 승용차가 있는 지인에게 귀가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었다.

지애 씨는 “통합운행 취지대로라면 설령 배차가 처음 접수된 지역에서 장애인 콜택시 운행이 어렵더라도 다른 지역의 차를 배차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KTX역이 있는 지역이라면 그 지역에서 인접지로는 갈 수 있도록 좀더 세심하게 고려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교통약자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경북은 개정안 취지대로 장애인 콜택시 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교통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을 24시 상시 운영하며, 기초지자체 간 상이한 운행 범위와 시간도 광역지자체가 통합 운영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증진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법 개정 전에는 기초지자체마다 장애인 콜택시 운영 시간을 달리 운영해서 장애인 이용자가 숙지하고 이용해야 했다. 지역 경계를 벗어날 경우에도 이용이 어려워지는 불편함이 있었다.

장애인 콜택시 업계에서는 시행령 개정안을 곧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호소한다. 경북의 경우 현재 장애인 콜택시는 광역이동지원센터가 관내 17개 시군을 통합해 접수(자체 운영하는 포항, 경주, 성주, 의성, 울릉 제외) 받으며, 차량 운행 현황과 목적지 등을 고려해 적합한 차량을 배차한다. 하지만 통합 운행은 접수와 배정에 그치며, 실제 차량 운행과 운전자 관리 등은 각 기초지자체가 시설관리공단이나 민간위탁을 통해 개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정 기초지자체가 24시간 상시 운행을 하지 않거나 야간에는 제한적으로만 운행하는 경우, 차량을 경북광역이동지원센터가 배정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경북광역이동지원센터 홈페이지

김태호 경북광역이동지원센터 팀장은 “센터가 경북의 배차 관리를 하지만 차량 운행은 지역마다 수행하는 것이 실정”이라며 “시군마다 따로 지자체 규정과 조례가 있다. 규정도 통합적으로 정비돼야 하는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통합적인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는 시군 상황에 맞출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하는 기초단체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대구시와 생활권을 공유하는 인근 경북 지역은 정기적인 야간 이용 수요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수요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야간 서비스 유지 비용 대비 효용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는 설명이다. A 지자체에 따르면 해당 지자체의 야간 이용 사례는 1년에 10건을 넘어서지 않으며, 이마저도 대부분 병원 이용 등으로 일상적 사유의 이용은 아니다.

A 지자체는 교통약자법 시행령 개정 전에도 장애인 콜택시 24시 상시 운영을 원칙으로 하는 조례를 시행했지만, 실제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운행했다. 야간 운행 사례가 많지 않다는 이유다.

A 지자체는 시행령 개정 이후 시행령 취지에 맞게 운행 범위나 시간을 조정하는 자체 조례 개정을 추진 하고 있지만, 장애인 콜택시 운전자 추가 고용, 실제 야간 운행 여부와 무관한 야간 수당에 맞춘 급여 지급 등 문제에 대한 합리적 방안 마련에는 고심하고 있다.

장애인 단체에서는 교통약자법 시행령 취지에 맞게 우선 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용준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경북은 장애인 단체가 목소리를 내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고민 자체가 부족한 곳이 많다”며 “특별교통수단 수요가 부족한 이유는 애초에 장애인이 쓰려고 해도 배차가 잘 안되거나 접근하기 어려워 단념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정안 취지에 맞게 운행한다면 이용자도 생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장애인도 제약 없이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수요가 없다면 그 지역에 장애인이 자립해서 살 여건이 부족한 탓이기도 할 것”이라며 “경북의 경우 특별교통수단만 문제가 아니라 저상버스 등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체계 자체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