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대구 스토킹 112 신고, 피해자 지원은 어떻게?

(사)여성의전화 주최 ‘대구 스토킹 피해자 지원 현황, 방향’ 집담회
"상담, 수사, 법률 지원에서 바라본 피해자 지원 방향은?"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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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죽을까봐 무섭다‘는 불안감이 크다. 친밀한 사이에서 발생한 폭력이기 때문에 가해자와 즉각적인 분리가 어렵고, 피해자 지원에 있어 피해자와 주변인의 생명 보호 체계에 한계가 있다. 스토킹 피해자 쉼터로 가려다가도 가족이나 직장 등 주변인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반려동물이 있는 1인 가구도 많아 쉼터 입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임향원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피어라 상담팀장)

23일 오후 (사)대구여성의전화는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에서 스토킹 피해자 지원 집담회 ‘대구지역, 스토킹 피해자 지원 현황 및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주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임향원 (사)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피어라 상담팀장은 상담 지원 현장을 중심으로, 토론자로 나선 곽미경 대구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 2팀장은 수사 지원 현장을, 김동철 변호사는 법률 지원 현장을 중심으로 각각 대구지역 스토킹 피해자 지원을 위한 방향을 고민했다.

대구 스토킹 피해자 지원 단체에 접수된 최근 3년 간 상담 건수를 각각 살펴보면, 증가 추세가 확인된다. 대구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디지털 성폭력 상담건수는 164건(2021년), 512건(2022년), 825건(2023년 1~9월)으로 집계됐고, 대구 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대구여성통합상담소·대구여성인권센터 통계는 91건(2021년), 152건(2022년), 132건(2023년 1~9월), 대구여성긴급전화 1366는 90건(2021년), 184건(2022년)이었다.  

▲ 23일 오후 ‘대구지역, 스토킹 피해자 지원 현황 및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스토킹 피해자 지원 관련 집담회가 (사)대구여성의전화 주최로 대구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임향원 상담팀장은 “상담 건수는 2021년 대비 올해 5배 이상 상승했다. 한 사람이 여러 건 상담을 하는 경우도 포함되어 있다”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과거 애인 관계가 많았고, 또 스토킹만 아니라 다른 범죄 피해와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등이 동반되는 복합적 피해 형태가 많다. 스토킹만 단독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20대가 가장 많고, 본인을 드러내기 힘든 경우도 적지않아 파악이 힘든 경우도 많다. 가해자가 한 공간에 있거나 가까운 사람이라 그런 것인데 그만큼 두려움이 크다는 이야기”라며 “과거 법이 없어서 ‘스토킹’이라고 하지 못했던 것이 법이 생기고, ‘스토킹’ 행위를 정확히 인식하게 되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 스토킹 112 신고 건수는 2021년 560건, 2022년 1,268건, 2023년 1~9월 1,175건이지만, 형사사건으로 처리된 건 2021년 47건(8.4%), 2022년 423건(33.4%), 2023년 1~9월 438건(37.3%)에 불과하다.

곽미경 팀장은 통계를 소개하며, “형사사건 처리 건수가 낮아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형사사건이 처리되지 않은 경우는 상담 안내와 경고 조치 등으로 현장 종결된 경우가 많다”며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곽 팀장은 ‘경고장의 효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장에서 가해자들은 ‘왜 헤어져야 하는지 이유를 물어보기 위해 왔다, 용서를 빌고 싶어 왔다, 돈 문제가 남았다, 집에 물건을 두고 나왔다’ 등 찾아온 이유를 격앙되고 구구절절 설명한다. 그들에게 범죄 행위임을 설명하고 경고장을 발부하면 의외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들은 상담과 경찰 신고로 해결될까, 오히려 보복받지 않을까 염려하실 수 있는데, 신고를 해서 해결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스토킹은 범죄 인식이 없는 일상 경계선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현행 법에 규정되지 않는 부분이라도 적극적인 개념 확장 검토가 필요하다”며 “스토킹 예방을 위한 인식 개선 교육과 함께 효과적인 피해자 보호, 지원 체계를 위한 수사기관과 상담기관의 지역 네트워크도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김동철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서도 개념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전 정착되지 않는 것 같다. 직접적인 성범죄로 신고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스토킹만으로는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피해자 입장에서 받은 문자 같은 것들을 찝찝해서 삭제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국선변호를 맡으며 느낀 점은 피해자들의 정서적 회복을 위해 병원 치료나 상담 같은 누군가와 꾸준한 소통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현행 스토킹처벌법에선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 행위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범죄로 보고 처벌한다. 주요 행위는 다음과 같다. ▲상대방 또는 동거인, 가족에게 접근하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상대방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의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상대방에게 우편, 전화, 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 말,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부재중전화, 벨소리, 스팸 포함)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지 등에 물건을 두는 행위 ▲상대방 등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 등을 훼손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배포 또는 게시하는 해우이(딥페이크 범죄)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 이름, 명칭, 사진, 영상 또는 신분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상대방인것처럼 가장하는 행위 등이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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