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 (6) 사단법인 대구여성의전화, 김정순

12:39

[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대구 시민사회 응원금을 전달받고 있는 김정순 대표(왼쪽 두 번째). 인터뷰는 공정옥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장(왼쪽 세 번째)이 진행했다.

Q. 간단하게 단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여성의 전화는 (남편의) 아내 구타와 같이 가정폭력이 많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 지역의 여성 교수님들이 중심이 돼서 만들어진 단체예요. 창립한 지는 33년째 됐습니다. 대구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여성폭력을 이슈화해냈고, 그러다 보니 여러 여성폭력과 관련한 법률을 제정할 때 지역에서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어요.

Q. 과거 정서에는 가족 안에 일어나는 일은 가족끼리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그걸 밖으로 드러내는 게 당시에는 되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래서 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있도록 전화를 한 대 두기 시작했어요. 그땐, 상담소라는 말이 없었는데 저희가 처음으로 상담소라는 말을 썼어요. 그렇게 하니까 전화기가 불이 나는 거죠. 그러면서 이 여성들이 애들도 데리고 나오기 시작했는데 갈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만든 곳이 쉼터예요. 쉼터라는 말도 여성의 전화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죠.

Q. 이번에 코로나가 대구에 워낙 직격탄이라 워낙 힘든 상황을 맞았고, 특히 비영리 단체들은 갑작스럽게 구호단체 역할까지 하게 됐잖아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 쉼터에 계신 분들의 상황은 어떠했나요?

처음 코로나가 터졌을 때 쉼터에 여덟 분 정도 계셨는데, 쉼터 안에 계신 분들을 보호해야 하니 새로운 분들을 받을 수가 없었고, 그분들은 어쩔 수 없이 한 2~3개월 정도 밖에 못 나가셨어요. 쉼터에 오랜 시간 계시다 보니 아무래도 먹는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더라고요. 평상시에는 잘 드시질 않더라도, 계속 안에만 계시니까 먹을 것이 부족했는데 시민센터에서 연결해 준 곳에서 먹거리를 후원해 주셨어요. ‘거기 있으면 안에만 있는데 현금이 뭐가 필요하겠냐’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지금 일하러 가시질 못하니 당장 나가야 될 핸드폰 요금 같은 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마침 4.19연대 유족 분들이 기금을 100만 원 보내주셨는데 정말 감사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Q. 외출도 못 했으면 보통 어떤 걸 하며 지내셨어요? 듣기로는 게임을 많이 하셨다고 하시던데요.

맞아요. (웃음) 처음에는 먹을 것이 많이 필요했는데, 먹을 것이 어느 정도 들어오고 나서 다른 필요한 것을 계신 분들에게 여쭤보니, 진짜 할 게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놀이기구 같은 걸 시민센터에 요청하니 보드게임들을 택배로 바로 주셨어요. ‘이럴 때 그동안 쌓아 두었던 느슨한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도 보답을 하자는 취지로 쪽방상담소에 필요한 걸 여쭤봤더니, 물품은 많은데 자원봉사자들한테 밥이라도 사줘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30만 원 정도를 드렸고, 그랬더니 쪽방에서도 쉼터에 물품을 많이 주셨어요. 그러면서 이번에 정말 우리 사회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죠.

Q. 이 일을 하면 힘은 들겠지만, 보람도 있겠어요.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다 기억에 남죠. 실제로 우리 쉼터에 계셨다가 나가고 나서 회원으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여러 분이 있지만 한 분은 오셨을 때 너무 힘들어하셔서 삶을 놓고 싶어 하던 상황이었는데, 쉼터에서 치유 받고 역량을 키워가면서 취업도 하고 주거지원도 받아 지금은 정말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세요.

Q. 시설에 들어오는 분들은 과거와 세대도 달라지고 생활양식이 달라지니, 주거를 같이하기보단 독립하고 싶어 하실 것 같아요. 독립한 분들도 많으실 텐데 독립 가구에 대한 지원책들이 마련이 되어 있나요?

쉼터가 가지고 있는 고유 역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쉼터라는 곳이 단순히 피해서 지내는 곳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만나고 생활하면서 지금까지 당했던 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대신에 사람들이 독립적인 공간을 원하니 쉼터도 바뀌어야죠. 지금 쉼터에 방이 4개가 있는데, 12명이 정원이에요. 피해자분들도 보이지 않는 트라우마 때문에 혼자 울고 싶기도 할 텐데 주변 사람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함께하되 적어도 잠은 혼자 잘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쉼터를 마련을 법인이 했지만 사실 이건 정말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인 거죠. 국가에서 이런 쉼터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쉼터에 오신 분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Q.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명확하진 않지만 느슨하게나마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느슨한 연계를 일상에서 어떤 매개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고민되는데, 어떠세요?

네트워크가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평소에는 교육이나 워크숍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회계든 조직 운영이든 교육에 참여하면 그곳에서 다른 단체들과 네트워크가 이뤄질 수 있으니까요. 작년에 공익센터에서 진행했었던 리더십 교육도 정말 좋았어요. 이런 교육을 한 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번 진행해야 가슴에 와 닿을 것 같아요.

Q. 코로나19가 심각했을 때는 한 사람도 입소하시지 못하셨을 텐데, 입소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를 하시나요?

안 그래도 코로나19 상황이 터졌을 때, 쉼터가 걱정돼서 대구시청 여성정책과에 연락했는데 대처 방안이 없었어요. 가정폭력이 코로나19 상황이라고 발생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계속 같이 있으면 더 폭력이 많아질 수 있는데 피해자들이 쉼터에 오면 바로 받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매뉴얼을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곳도 너무 바빠서 엄두를 못 내시더라고요.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코로나가 터진 몇 달간 입소 신청자가 1명도 없긴 했어요.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전화 상담 건수는 줄지 않았어요. 이걸 보면 가정폭력 피해가 없어서 입소를 하지 않으시는 건 아닌 것 같고, 이분들도 사실 감염이 될까봐, 또 다른 분들을 감염시킬까봐 나오질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가정폭력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Q. 여러 단체와 인터뷰를 해보면 공통적으로 시설을 닫는 것이 답은 아닌 것 같고 뭔가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는 별도 격리 시설을 더 만들어서 그곳에서 입소 희망자들이 편안하게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 있도록 공간을 하나씩 다 줘야 해요.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는 환경을 못 만드니, 우왕좌왕하다가 이곳에서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은 위험을 느껴서 다시 집으로 가거나 혼자 있게 되는 거죠. 이번에 한 번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는 이런 요구를 잘 받아들여서 이런 것까지 대비했으면 좋겠네요.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민간이 참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국가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보상을 해주거나 법률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여요. 이번에는 마음으로 주는 거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만은 할 수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