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 (4) 달서구 청소년쉼터,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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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대구 시민사회 응원금을 전달받고 있는 최윤정 소장(왼쪽). 인터뷰는 공정옥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장(오른쪽)이 진행했다.

Q. 코로나19를 겪는 풍경은 기관마다 좀 다른 것 같은데요. 이곳은 특히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시설이고 더구나 생활 시설이라서 또 다른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에 대한 상황은 어땠나요?

서울, 경기도, 전라도에서 확진자가 20명이 넘어가고 대구의 코로나19 확산속도가 빠르지 않을 때, 우리는 생활 시설이기 때문에 준비를 미리 했어요. 1월에 우리 센터 예산으로 마스크도 구매했고요. 그 기간에 설이 있었는데, 우리 쉼터 자체가 다른 쉼터와 달리 단기라서 아이들의 가정복귀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설이나 추석 때는 ‘집에 갔다 오너라’고 권유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집에 선물을 하나씩 사서 보내고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가정으로)복귀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사람 수가 좀 줄어들었어요,

그렇게 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시설에도 공문이 왔어요. ‘이용시설은 외부인 출입 안 하는 거로 하고 쉼터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입소를 되도록 자제했으면 좋겠다’, ‘안에 있는 아이들은 외출을 삼갔으면 좋겠다’고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거였어요.

아이들한테도 상황이 이러니 외출이 어렵다고 안내했어요. 사실 우리 쉼터는 매일 14시부터 17시 사이에 나가는 활동을 권장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거든요. 활동을 시키기 위해서 헬스장도 보냈는데, 헬스장도 문을 닫게 되고 갈 곳이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는 2월 말까지 했지만, 상황이 이러니 가지 말라고 했어요. 결국은 그만두고 사업장에도 저희가 전화로 상황을 전달해서 아이들 자체 활동은 거의 안 했죠.

Q. 아이들이 많이 갑갑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데,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어요?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때가 없어서 처음에는 먹는 거로 하더라고요. 식욕이 폭발해서 우리가 예전에 13명 정도 있을 때 드는 생계비와 지금 5~7명 있을 때 나가는 생계비가 비슷했어요. 그래서 몇몇 아이들은 15kg이나 쪘고, 우리끼리는 ‘확찐자’의 ‘살 천지’라면서 지냈죠. 2월 말에는 각성해서 저녁 먹는 양을 줄이고 며칠 동안 노력하니까 바로 살이 빠지긴 했지만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먹을 걸 너무 많이 먹으니까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에너지를 쓰게 하려고 퍼즐 맞추기 같은 보드게임을 했어요. 그러다가 그것도 힘들 것 같아 닭싸움이나 실내 올림픽을 했습니다. 또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게 하려고 요리대회도 했죠. 새벽에 등산하고 싶었는데 그걸 실무자가 하기는 어려워서 진행을 못 했어요.

Q. 지금 상황은 나아지셨나요?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 동선 체크는 하고 있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집에만 있기 힘들어서 몰래 담을 넘어 PC방 같은 곳에 나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들어오라고 전화도 하고 앞에 PC방을 찾아 가기도 합니다. PC방에 갔다가 돌아온 아이는 방에서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1인 1실을 쓰게끔 했죠. 그리고 PC방 간 아이가 자가격리하는 동안 아이들한테는 “안에서는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딴 애들도 이렇게 불편한 상황”이라고 조심하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Q. 이곳에 들어오니 분위기가 아주 밝고 좋은 것 같은데, 쉼터가 청소년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은데요?

우리 아이들 인사성이 밝아요. 조금 전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의 경우에도 방에서 잘 나오지 않았는데 최근에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이런 순간 정말 보람을 느껴요. 우리 직원들한테 “아이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사랑스럽다’고 이야기해 주자”,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를 했죠. 선생님들도 그런 말을 잘 안 하다가 하려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래서 아이들과 사업을 해보면 안 될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9개월밖에 있지 못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아이들과 함께하기가 쉽지 않네요.

Q. 코로나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기억이 남는 사례가 있으세요?

개인 후원 같은 경우도 큰 금액은 아니지만 안 끊고 계속 후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려요. 또 작은 것이지만 지원을 해주시는 모든 것들이 저희는 정말 감사하죠. 대구시민센터를 통해 알게 된 지역 교회들도, 사실 교회대로 힘든 부분들이 있을 건데 또 연락해 주셨거든요. 코로나19 때문에 중간에 연결해주는 연계기관, 중간 허브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전에는 사실 “저곳은 뭐 하는 곳이지?” 하면서 무심코 지나쳤을 테지만,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센터들이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 덕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지원받은 기관에 우리 기관을 소개해 줄 수도 있었죠.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센터장님과 제가 20년 동안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 해왔던 것이 헛되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요.

그래서 센터장님 처음 전화 왔을 때도 제가 저희 직원들한테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곳인데 이렇게 우리 센터를 기억하고 연락을 줬다. 정말 감사하지 않냐”면서 이야기를 했어요. 10년, 20년 이상 알게 된 사람들도 연락이 오고 최근에 알게 된 사람들도 저희를 걱정해주시니까 노인이나 유아나 쪽방도 어려운데 청소년 쉼터도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던 계기인 거 같아요. 또 ‘우리도 어필을 더 많이 해야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다시 감염병이 왔을 때 정부나 지자체에 제안하고픈 대안이나 대책 등 이런 것들이 있을까요?

전국 쉼터가 가지고 가는 공통 고민일 수도 있는데요. 아이들이 움직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대구지역에 있던 아이들이 경기도나 다른 지역으로 희망해서 갈 때 쉼터들이 (감염 우려 때문에)받기 어려운 점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경기도나 다른 지역 아이가 우리한테 온다고 했을 때 받기가 좀 그런 거예요. 그래서 권역별로 유스호스텔과 같이 문을 닫고 있던 곳을 대관하여 아이들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격리하다가 지역 쉼터에서 받으면 되니깐 아이들 동선을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죠. 아이들은 한군데만 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동선이 불확실하거든요.

아이가 새로 들어오거나 하면 쉼터 종사자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검사를 위한 재원이 부족해요. 실무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환경이 노부모와 있다면 우리는 그 노부모의 건강까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정부에서 시스템적으로 코로나19 검사비가 전액 지원이 안 되면 반값이라도 지원을 해준다든지 아니면 ⅓ 값이라도 지원을 해준다면 다른 지역의 쉼터에 있는 아이들이 대구에 있는 쉼터로 갈 수도 있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