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년, 공익의 ‘씨앗’] ② 한국어, 얼마나 정확히 사용하고 있나요?

[인터뷰] 2020, 21년 씨앗 참여팀, ‘클린안내문’ 추용수, 이석규 씨
대구중앙도서관 안내문에서 발견한 오류에서 시작

10:18
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주]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 이후 지속 운영 중인 ‘씨앗’ 사업이 올해로 7년차를 맞는다. 공익센터는 그간 ‘씨앗’ 사업에 참여한 시민을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뉴스민>은 시민 공익활동의 너른 저변 확대라는 의미를 가진 ‘씨앗’ 사업을 참여자 인터뷰와 보고서 분석을 통해 세 차례에 나눠 살펴볼 예정이다.

[벌써 7년, 공익의 ‘씨앗’] ① 아이들로부터 ‘멋지다’고 인정받은 엄마들

추용수(50) 씨는 지난 2020년 지하철 역사에서 ‘씨앗’ 활동 모집 포스터를 발견했다. ‘씨앗’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시민 공모 공익활동 사업이다. 시민 누구나 공익활동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제안하고 활동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추 씨는 평소 올바른 한국어 사용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이석규(64) 씨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클린안내문’팀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다.

▲씨앗 <클린안내문> 팀 추용수(왼쪽), 이석규 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클린안내문’팀은 도서관이나 지하철 같은 공공시설에 게시된 안내문의 잘못된 표기나 표현을 찾고 시정을 요청하는 공익활동을 이어온 팀이다. 지난 2020년 처음 씨앗 활동에 참여했고 2021년에는 한 단계 높여 ‘씨앗 플러스’ 사업을 이어갔다. 시작은 대구중앙도서관이었다. 추 씨는 중앙도서관에 게시된 국채보상운동 안내문을 읽던 중 잘못 표기된 한자를 발견했다. 다른 안내문도 살펴보니 크고 작은 오류가 발견됐다.

“대구가 외국인이 많이 오지 않습니까? 특히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이 많이 오는 거로 아는데, 그들이 와서 봤을 때 같은 한자 문화권인데 이렇게 한자 오류가 있는 걸 보면 한국인이 얼마나 무시를 당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국채보상공원은 일본의 구속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이뤄진 운동이었는데 일본인의 지적을 받는 일은 없어야지 않을까 생각도 했어요” (추용수)

‘씨앗’ 지원팀으로 선정되고 본격적으로 중앙도서관 안내문을 살펴보니 크고 작은 오류가 100여 건 발견됐다. 한자 오기부터, 띄어쓰기 오류, 숫자 오기, 구두점 누락, 사실 왜곡, 연도 착오, 일본 인명 오기, 중복 표현까지 오류의 종류도 다양했다. 2020년 ‘클린안내문’팀은 중앙도서관 안내문 오류를 정리했고, 도서관의 수정까지 요청했다.

시민의 발, 지하철에서도 잘못된 안내는 여럿 발견된다. 이석규 씨는 그중 ‘경로자’라는 표현을 대표적인 문제적 표현으로 꼽았다. 이 씨는 “우대권 발급기가 있는데 가끔 ‘우대권은 65세 이상 경로자, 장애인’ 이런 사람이 쓸 수 있다는 안내 멘트가 나와요. 그런데 ‘경로자’라는 말은 없지 않아요?”라며 “‘경로’는 노인을 공경한다는 뜻인데, ‘경로자’라는 건 ‘노인을 공경할 사람’이라는 뜻일 텐데, 그렇다면 젊은 사람이거든요”라고 설명했다.

▲<클린안내문> 팀이 안내문의 잘못된 내용을 취합 정리하고 있다. (사진=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이들은 오류의 근원에 한 발 더 다가가 보자는 취지에서 인터넷 전자사전의 오류를 찾는 일도 진행했다. 지난해 ‘씨앗 플러스’ 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 활동 규모를 조금 더 키운 셈이다. ‘씨앗 플러스’는 ‘씨앗’ 사업보다 활동비 지원이 더 많다. 이들은 포털이 운영하는 한자 사전에도 오류가 많다는 걸 확인하고 담당자에게 수정을 건의했다.

추 씨는 “한자 사전이 종이 옥편을 참고해서 만들어지는데, 인터넷상으로 옥편 내용을 옮기면서 오류가 많았던 것 같아요”라며 “나아가서 인터넷 한자 사전도 종이 옥편처럼 일본어, 중국어, 영어를 같이 기입해주고 발음까지 바로 들을 수 있다면 더 좋은 디지털 사전이 되리라 생각됩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문제가 바른 한국어 사용 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한국인들이 모국어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모국어보다 외국어를 써야 좀 더 세련되어 보인다고 의식하는 것 같기도 한데요. 학교 교육, 국어 교육부터 정상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라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