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 (5) 성서공동체FM,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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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대구 시민사회 응원금을 전달받고 있는 김상현 방송본부장(가장 왼쪽).

Q.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성서공동체FM은 이주노동자와 성서 주민의 이야기를 담는 동네방송국입니다. 전국에 7개 공동체 라디오가 있는데요. 2005년 개국해서 올해가 15주년이네요. 라디오 주파수 FM 89.1MHz를 맞추면 성서지역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저희 방송국 홈페이지와 팟빵 어플에서는 전 세계 어디서나 들으실 수 있고요, 듣기만 하던 라디오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말하고 직접 만드는 공동체 라디오입니다. 누구나 참여해서 직접 PD나 DJ가 될 수 있는 거죠. 라디오 제작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주세요.

Q. 코로나가 대구에 번진 초기에 성서공동체FM의 상황은 어땠나요?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던 2월 18일, <라디오 시인보호구역> 방송을 녹음하던 중이었는데, 제작팀 중 한 명이 감기 기운이 있어 오늘 녹음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하시더라구요. 또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제작하는 방송 <오늘은 해피데이> 녹음 일정을 취소한다는 연락이 왔어요. 장애인들이 코로나에 감염되면 비장애인들보다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인솔 선생님들의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신규프로그램 <턴테이블 위를 걷다> 첫 방송 녹음도 취소되었죠.

그날 하루에 다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 전에 방송국에 손 소독제와 마이크 커버, 마스크를 비치해두는 정도였는데, 사태가 심각해 진거죠. 우리 방송국 프로그램 대부분은 시민제작자들이 모여 제작하는데, 환기가 안 되는 스튜디오에서 장시간 녹음을 해야 하는 방송국에 확진자가 다녀가는 일이 발생하는 것만큼 위험한 상황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녹음 중단 결정을 내렸어요. 무엇보다 코로나는 사람들을 모이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거니까요.

Q. 계속 방송국 운영을 하지 않으신건가요?

사흘이 지나 대구와 청도가 감염병 특별 관리지역으로 지정됐고 이제 사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잖아요.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공동체에 기반한 방송이라면, 공동체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라도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코로나19 특별생방송>을 편성했어요.

방송 제작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하고, 수십 명의 시민제작자들은 각자 마을에서, 각자 일터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알려주는 리포터 역할을 해주었어요. 예를 들어 우리 동네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한 식자재 소진 소식, 공적마스크를 사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 있었던 우리 동네 우체국 앞 상황 등의 소식들을 전해주었죠.

또 주변에 돌고 있는 가짜뉴스를 올려주면 누군가는 검증하고 이것은 다시 방송으로 연결되었어요. 가끔은 악의적인 기사에 함께 공분도 하고 가슴 따뜻한 소식에 함께 기뻐하기도 했죠. 그렇게 3월 18일까지 총 11회의 생방송을 4주간 진행했고 방송은 기존 운영시스템으로 정상화되었습니다. 지금은 <생방송-우리는 마을에 산다> 에서 마을초대석이나 기존 프로그램을 통해 코로나 관련 소식이나 이슈를 전하고 있고요. 시민제작자가 직접 제작하는 각자 방송에서 코로나 소식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어요.

채널 영향력이 매우 미미한 우리가 방송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겠다고 생각했다면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었을 거예요. 다만 우리가 우리의 공동체가 겪고 있는 재난을 우리가 있는 곳에서 기록하는 것만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것이 공동체 라디오로서 우리가 지역공동체에 답하는 최소한의 의무라고 여겼어요.

Q. 후원물품이나 후원금 같은 나눔의 손길이 어느 정도 있었나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나요?

마을센터를 통해서 반찬, 김치, 면 마스크, 손 소독제, 즉석밥 등 지원물품을 많이 받아서 실질적인 도움이 제일 많이 되었던 거 같아요. 저희 방송국에 녹음하러 오는 방송 회원분들에게도 나눠드리기도 했고요. 당시에 방송하면서 점심 메뉴 걱정은 따로 없었던 것 같아요. 다른 지역 특산물 반찬들을 언제 또 그렇게 먹어 보겠어요.

마을기업에서 준 나눔 꾸러미에 양파즙 2팩, 소보로빵, 팥빵, 수제 면마스크 이렇게 들어 있는데, 소소하지만 하나하나 손길이 느껴졌고요. 마을메이커스페이스 ‘놀삶’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수제 쿠키와 빵을 또 나눠주셨어요. 저희가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귀한 선물처럼 느껴졌답니다.

특히 마을센터에서 꽃다발을 한 아름 나눔 해 주셨는데, 꽃이다 보니 저희 방송국에 많이 두는 것 보다, 방송회원 중에 원하시는 분들에게 빨리 전해 드리자 싶어서 바로 단체 카톡에 올렸죠. 그렇게 전달되면서 나눔의 의미나 나눔 하시는 분들의 뜻이 여러 사람에게 전해졌으리라 생각해요.

Q.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애틋한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코로나19 특별생방송>을 하면서 재난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자가 격리된 중증장애인,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서기조차 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 무료급식이 끊긴 쪽방촌 사람들, 면역력이 약한 백혈병 소아암 환자들이 겪는 공포 등 재난을 더 혹독하게 치르는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변변한 공공병원도 없고 공중보건의 역학조사관이 단 한 명뿐이던 대구의 열악한 공공의료의 현실이 참 착잡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 특별생방송>을 진행하면서, 공동체 위기를 공동체의 온기로 채우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쪽방촌 사람들을 위해 김밥을 싸는 사람들, 대구에 온 의료진에게 게스트하우스를 개방한 사회적 기업, ‘그런데 장애인은 어쩌죠?’라는 단 한마디에 이틀 동안 3백만 원이 넘는 돈을 모금한 시지마을공동체사람들 이야기, 대구 환자들을 받겠다는 광주 사람들의 이야기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기꺼이 돕고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행정과 정치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공동체의 진정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성서우체국에 공적 마스크 판매 현장 취재를 갔었는데요.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했던 오후 5시 이전에 이미 번호표를 모두 나눠준 상황이었어요. 할머니 한 분이 번호표를 미리 나눠준 걸 모르고 5시에 오셨어요. 그 할머니는 버스 타는 것도 위험하다고 해서 용산동에서 걸어오셨대요.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뭐 다 알고 사기도하고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이 관절도 아픈데 그 멀리서 걸어왔더니 마스크 한 장 사기가 이렇게 어렵냐”며 저희 마이크에 하소연을 하셨어요.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젊은 여성분이 자신의 번호표를 할머니에게 주시더라고요. 마스크 하나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던 때였잖아요. 당시 공적 시스템의 허술한 문제는 차치하고 그때 우리는 모두가 모두의,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는 마음을 곳곳에서 확인했던 거 같아요.

Q. 재난 상황을 대비해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대구가 메디시티 대구, 의료특별도시라고 많이 이야기해왔는데, 이번에 그런 것들이 전부 허상임이 드러났다고 봐요.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이 모두 폐쇄됐었고, 대구의료원에는 기존에 입원해있던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갑자기 옮겨야 했고, 백혈병 소아암 같은 기존에 질병이 있는 분들은 예정된 진료도 받을 수 없었죠.

특히 중증장애인 등의 취약계층 확진자들의 경우 격리부터 입원까지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의료대책이 없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부족한 의료 인력에 보호장비도 부족했고요. 하나하나 다시 떠올려 보면 공공의료의 공백이 시민들의 불안을 더 증폭시키기에 충분했었던 것 같아요.

저희가 <코로나19 특별생방송>에서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김동은(계명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 선생님이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주셔서 인터뷰를 했는데요, ‘대구시 신청사 이전이 문제가 아니고 공공병원 확충이 더 시급하므로 신청사를 옮기면 그 자리에 공공병원을 만들 수도 있겠고, 또 대구에서 보면 동구 쪽이 공공의료가 취약한 상황이니 대구의료원은 서구에 있듯이, 좀 어려운 쪽으로 병원이 많이 없는 쪽에 제2의 대구의료원을 세우면 어떨까’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코로나 같은 감염병 사태가 주기적으로 올 수 있다고 한다면 공공병원을 더 만들고 공공의료를 강화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공공병원을 짓는 것이 당장 어렵다고 한다면 민간병원과 협력 매뉴얼을 만든다든지,이제 공공의료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하지 않을까요?

Q.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대구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일까요?

저희가 <코로나19특집생방송>을 하면서<시민이 직접 만드는 라디오캠페인>도 진행했었는데요, 전남마을활동가분들, 전남지역 주민들이 여수갓김치, 물김치 등 나눔을 많이 해주셨잖아요, 그분들 한 분 한 분 이름을 부르면서 감사하다고, 대구시민이 전남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겠다고 했었던 3분 정도 분량의 라디오 캠페인이 있었어요.

재난 상황에서 저희 방송국은 이런 것들을 기록하고 계속 이야기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기성언론에서는 주목하지 않았던 우리 주변에 소소한 것들, 공동체가 하는 일들을 기록하고 계속 말하려고 해요. 지금 저희가 <재난 이후 재난을 말한다>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인데요. 이 프로그램 기획 의도도 재난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거든요. 저희 방송국 성서공동체FM이 공동체 라디오로서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 내 소통을 이루어내는 통로가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