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 (3) 한국소아암백혈병협회 대구경북지부, 박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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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대구 시민사회 응원금을 전달받고 있는 박성표 간사(왼쪽). 인터뷰는 장영실 공유대구 매니저(오른쪽)이 진행했다.

Q. 한국소아암백혈병협회 대구경북지부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는 단체명에서도 드러나듯이 사업 대상이 뚜렷하다. 백혈병 소아암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는 곳이다. 진단받은 친구들, 완치된 친구들 모두 포함한다. 그 친구들에게 사회 적응, 학업, 치료비 지원을 하고 있다. 지원도 지원이지만 사실 같이 어울리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주된 일이다. 물론 사무실 내에서 해야 하는 서류작업 양도 많다. 대구 지부는 ’13년도에 생긴 걸로 알고 있다. 상근자는 사무국장님을 포함해서 3명이 있다.

큰 병을 겪는 아이들은 신체의 병도 병이지만, 학업 기간 중 조별 과제 등을 하면, 보통의 친구들만큼 참여하지 못해서 소외감을 겪거나 낙인감을 느낀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사회적인 충격을 받아 엄마 아니면 의사 선생님이랑만 얘기하는 아이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비슷한 아픔을 지닌 친구들과 공감하고 어울리면서 정서적으로도 치유를 받는 듯하다. 말이 없던 친구가 마음을 열고 간사인 나에게 처음 말 걸어줬을 때 참 기뻤다.

Q.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상황으로 인해 2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힘든 시기였습니다. 특히 대구경북이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 단체의 상황은 어떠했나요?

1주일에 한 번씩 지회에서 ‘희망다미웰니스센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아이들과 가족들이 모여 댄스, 연극, 요리, 공예아트 등 다양한 수업활동을 하고 모임을 가지는 활동이였는데 웰니스센터도 방학이 있다. 학교와 비슷하게 1~2월은 방학이었는데, 그 뒤에 진행하려 했던 3월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가 되었다(학교 개학에 맞추어 프로그램 다시 진행 예정).

그래서 그 기간 동안 아이들을 위해서 마스크 지원 사업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면역력이 매우 약해서 평소에도 KF마스크를 껴야 하지만 밖에 거의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우체국에서 아침부터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해야 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 자체도 감염이 될까 봐 줄을 서지 못하셨다.

마스크 모금을 했고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가정에는 직접 배달하고, 경북은 택배로 보냈다. 환아 가정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스크를 구하는 중에 병원에서 보급된 마스크 개수가 적어 싸운 적도 있어 너무 힘들었고 그 와중에 지원받은 마스크가 너무 감사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대구경북지역에 백혈병과 소아암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배송 될 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Q. 타지역에서 나눔의 손길도 많이 있었습니다. 후원 물품이나 후원금 등 나눔의 손길이 어느 정도 있었나요? 그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나요?

마스크 모금에 대한 홍보를 보고 많은 분이 지원해주셔서 19,340개의 마스크가 모였다. 후원은 재단과 단체 포함해서 2천만 원 정도 후원이 들어왔다. 평소 나밖에 모르고 이기적으로 살아온 내가,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자기 것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느낀 것이 많고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Q.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애틋한 사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처음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재택 근무하던 시기였다. 마스크 지원을 결정하고 홍보를 시작한 지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던 그 시점에, 누군가 아무도 모르게 마스크를 지회 문 앞에 놓아두고 가셨다. 그 뒤로 많은 사람이 택배로 마스크를 보내주셨다. 보통 한번에 20~30장 정도의 마스크가 왔는데, 마스크 3장이 든 택배도 있었다. 3장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작지만 이거라도 나눠야겠다는 그 마음에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 위드협동조합을 통해서 자원봉사자분들이 많은 도움들을 주셨다. 90곳이나 되는 아이들의 가정에 배급하기 위해 모두 돌아다닐 수 없었는데 자원봉사분들이 15가구씩 나눠서 전달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Q. 이런 재난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사회적 약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 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재난상황을 대비하여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가 있을까요?

다양한 지원에 대한 빠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무자가 여기저기 도움처를 찾아서 움직이지 않았으면 아무 지원도 못 받았을 것 같다. 실무자들이 사랑의 열매 모금회 등에 직접 문의하여서, 대구시 복지정책과도 연결되었고 수소문을 하여 구호물품을 받을 수 있는 대구스타디움에도 방문할 수 있었다.

대구스타디움에는 창고형 마트 못지않은 엄청난 기부 자원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처음엔 마스크 등 물품 배부에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그 뒤 새 번쯤 갔는데 급박한 시국이 잠잠해질 때쯤에 갔을 때는 다 처리하는 식으로 배급을 해 줘서 실망했다. 급할 때는 쥐고 있다가, 나중에는 처치 곤란해진 자원이 돼버린 것이다. 왜 물건들을 움켜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초기에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더 많은 곳을 지원 해 줬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많이 느끼고 돌아왔다.

그리고 공공기관에 재난상황 대응 권한이 주어져서 유연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 구청에 전화하니깐 보건소에 전화하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심지어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는데 결국 안 왔다. 행정도 바쁘겠지만, 지원 과정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Q. 앞으로 이런 재난이 또 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재난상황에 대비하는 대구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현장의 필요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돕는 대상이 있는 단체가 있다면 발 빠르게 대상에게 필요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별적으로는 재난상황에서 망설이지 않고 이타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또 각종 지원에 대한 대구시민사회단체들 간의 정보공유도 활발히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