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대구경북 토론회···민주당 비례정당 참여 반대 한목소리

TK 기반 허승규, 황정화 운영위원장도 나란히 후보에
전국 순회 토론회 거쳐 다음주 선출, 23일께 결과 나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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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비례대표 경쟁에 나선 후보자들은 녹색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원내 진출 가능성과 소수정당으로서의 입지 등 현실적 문제에 고심했다. 정의당과 선거연합정당은 원내에 진입할 현실적인 방안으로 봤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것은 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15일 저녁 ‘제22대 총선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자 토론회’가 지난 8일 수도권(경기·서울·인천)에 이어 대구에서 열렸다. 공천자격심사위원회를 거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자는 정유현 전국사무처장, 허승규 경북도당 공동운영위원장, 황정화 대구시당 운영위원장(가나다순)이다.

▲ 정유현 전국사무처장, 허승규 경북도당 공동운영위원장, 황정화 대구시당 운영위원장

먼저 후보자들은 정견 발표 순서를 통해 활동 이력을 소개하면서 스스로가 녹색당의 가치를 보여줄 후보라고 강조했다. 2016년 입당한 정유현 후보는 “녹색당에 필요하고, 좋은 정치인은 당이 시키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다. 제가 그런 사람이라 출마하게 됐다”며 “소수자∙인권, 여성과 이주민 분야의 국제인권 활동가로 활동하고, 성소수자 인권과 생태, 평화의 기치로 활동하는 진보적 교회에서 전도사로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서 “돌보고 책임지는 정치를 하는 녹색당의 강령과 정책이 제 마음을 대변해 주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 녹색당이 대안정치세력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강조했다.

2015년 입당해 두 차례 안동시의원에 도전한 허승규 후보는 “‘버스타기 좋은 안동’ 활동을 하면서 소외된 다양한 시민을 만났다. 지역 교통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전면적인 버스공영제 확산과 교통기본법 제정을 위해 출마했다”며 “낙동강 최상단에 위치한 영풍제련소 폐쇄·이전·복구와 주민생계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그리고 ‘녹색당’ 최초 여성 지방의원 배출, 2027년 기후 대선 후보, 2028년 총선에서 녹색당의 지역거점 대구경북이 되도록 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지역과 정당 활동의 경험을 담아 당원 여러분들과 녹색 정치의 최전선인 국회에서 역할을 해나가겠다. 제 옆에 두 분의 훌륭한 후보가 있다. 녹색당이 어려울 때 사무처장을 맡아서 조직을 뒷받침하고, 또 한국 사회 종교계가 혐오를 외칠 때 사랑과 평화로 맞선 교회의 전도사였던 우리 정유현 후보님의 꿈을 안고 가려고 한다”며 “녹색 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해서 녹색당을 지켜왔고, 울진 핵발전소 노동자들을 사례로 연구를 해왔던 황정화 후보님의 꿈을 안고 국회로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녹색당 창당에 참여했고, 대구시의원 비례대표 출마 경험이 있는 황정화 후보는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가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 나름 대안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자부했지만 이를 계기로 석유와 핵발전에 의존한 체제가 견고하게 있다면 안전한 희망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누군가의 희생과 생명의 희망을 갉아먹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녹색당 창당에 함께했고, 대구 녹색당을 지키고 세우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로 정의로운 전환의 지역 모델,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와 인근 주민들 주거 이전 법적 근거를 만들고 싶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앞당기고 싶다. 녹색당과 기후시민운동사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통과 협력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포부도 밝혔다.

후보자들은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녹색당과 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 전략을 강조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통합형 비례정당 참여에는 모두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새진보연합(옛 기본소득당), 진보당과 함께 범야권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녹색정의당에 합류를 촉구했다. 녹색정의당은 17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유현 후보는 “정당은 원내 진입이 꼭 필요하다. 국회에서 녹색당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며 “3%를 녹색당만의 힘으로 뚫기가 어렵다. 작고 연약할수록 진보정당이 모여서 힘을 더 모아야 한다. 기후정치 실현을 위한 녹색정치라는 가능성을 본다면 녹색당은 누구라도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녹색정의당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으로 강하게 민주당과 연합정당은 절대 안 된다고 고집하는 사람”이라며 “이번 저희 총선 목표는 거대양당에 의존하지 않고 기후정치 세력화를 위해 원내 진입에 성공한다는 가치 방침에 따라 민주당과 연합정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승규 후보도 “이번 선거에서 선거연합정당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12년 동안 녹색당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지만 녹색정치가 한번도 중요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다”며 “필사즉생 사필즉생의 정신으로 원칙과 가치를 지키고 각성해야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지역정치에 있어서 독자적인 정치 세력으로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발 비례위성 정당 참여는 명분도, 실리도, 타이밍도 다 그르다. 강경하게 반대한다”며 “정의당과 민주당은 같지 않고, (선거연합에 동의한 당원) 84%의 최대 한계선은 기득권 양당 바깥의 연합이다.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하면) 우리당이 쪼개진다”고 했다.

황정화 후보 역시 “저도 전국위원회 위원으로 이 결정 과정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저 나름의 우선순위는 녹색당 조직의 지속 가능성”이라면서 “선거연합 정당이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명운을 걸지 않아도 우리는 이 과정을 해낼 만한 조직적 역량을 갖췄다. 우리가 함께 잘 해냈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위성 정당은 반민주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양당 정치 타파라는 선을 만들어 놓고 선거연합 정당에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가 그 선을 지켜야 한다”면서 “민주당과 연합하는 방식이 됐을 때 우리는 그 판에서 물러나야 된다. 전략적 판단에 의해 바꿀 수는 없다. 우리 브랜드 정치를 하자”고 강조했다.

▲ 15일 저녁 ‘제22대 총선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자 토론회’가 지난 8일 수도권(경기·서울·인천)에 이어 대구에서 열렸다.

한편,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자 전국순회 토론회는 16~18일 충남대전, 제주, 온라인 토론회를 치른다. 이후 19일 오전 9시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 전자투표 방식으로 후보자를 선출한다. 과반수 투표와 유효 총 투표수 5% 이상을 득표한 다득표자 순으로 우선 순위를 받게 된다. 최다 득표 후보자는 녹색정의당에 합류해 비례대표 2번을 받고, 차순위 후보들은 5~15번 전략공천 가능성이 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