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 “시급성 없다” 자문에도 전자관‧전자상가 ‘시장현대화’ 예산 배정

올 2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사업 명목별로 컨설팅 의뢰
“시설 개선사업은 상대적으로 타 시장 사업에 우선 안 한다” 결론
동대구신시장, 아케이드 설치 “조속히 진행“ 자문 받고도 예산 배정 안 해

10:48

대구 북구청(청장 배광식)이 “다른 시장 사업에 우선하지 않는다”는 자문에도 불구하고 유통단지 내 전자관, 전자상가 등에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명목으로 예산 10억 원을 우선 편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유통단지가 전통시장? 대구 북구청, 전자제품매장에 시장현대화 예산 19억(‘17.12.7))

▲대구 북구 유통단지 내 전자관 내부 모습. 북구는 전자관 공중화장실 개보수 예산으로 3억1,829만 원을 배정했다.

북구의회에서 심의 중인 북구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북구청은 유통단지 내 전자관과 전자상가, 산업용재관 등에 20억 원에 달하는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예산을 배정했다. 북구는 예산 배정에 앞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시설별 개보수 사업 각각에 대해 타당성이 있는지 컨설팅 자문했고, 2월 자문보고서를 받았다.

자문보고서를 보면 북구는 우선 전자관의 ▲공중화장실 개보수공사(3억 1,829만 원) ▲승강기 교체사업(8억 5,700만 원) ▲에스컬레이터 교체사업(12억 6,000만 원) 추진 타당성을 물었다.

보고서는 해당 사업들에 대해 “시설 개선사업은 상대적으로 타 시장의 사업에 우선하지 않음으로 공중화장실에 대해서도 연차사업으로 추진함이 바람직하며, 승강기 및 에스컬레이터 교체사업은 시설현대화에서 지원하기엔 다소 부족한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밝혔다. 다른 시장 현대화 사업에 비해 급하지도 않고, 오히려 부적합하다고 분석한 것이다.

북구청은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교체사업 예산은 배정하지 않았지만, 공중화장실 개보수공사 예산은 계획대로 3억 1,829만 원을 배정했다.

전자상가도 마찬가지다. 북구는 전자상가 ▲공중화장실 개보수공사(1억 9,206만 원) ▲미장 방수공사(1억 6,936만 원) ▲도장공사(2,626만 원) ▲LED 조명 교체 공사(1억 3,204만 원) ▲고객 쉼터 리모델링 공사(3,114만 원) ▲비 가림 시설 보수공사(2억 6,053만 원) ▲1층 아스콘 보강공사(578만 원) 등 전체 8억 1,720만 원에 달하는 사업 타당성을 물었다.

보고서는 이 역시 모두 다른 시장 시설 현대화에 우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시설 개선사업은 상대적으로 타 시장의 사업에 우선하지 않음으로 연차적으로 운영 유지관리에 대한 계획에 의거해 추진함이 바람직함”이라고 설명했다. 북구청은 리모델링 공사만 뺀 7억 8,606만 원은 모두 계획대로 예산 편성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컨설팅 자문을 받은 동대구신시장은 노후화된 시장 현대화를 위한 아케이드 설치 사업이 타당하다는 자문 결과를 얻었지만,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자문보고서를 보면 “기존 재래시장 환경으론 쇼핑을 하는데 불편함으로 인해 주변 재래시장 및 대형마트로 고객 유출이 많다”며 “아케이드 설치를 조속히 진행해 편의성을 증진시켜야 할 것으로 봄”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북구청이 시급하지도 않은 예산을 편성한 것을 두고 정치적 배경에 의문을 품는 의견도 나오는 실정이다. 북구 관계자도 “상식적인 차원에서 유통단지 개별공동관이 시장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전자관, 전자상가를 전통시장으로 지정하고 ‘전통시장’ 예산을 편성하는 게 보편 상식에서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구 북구는 2017년 한 해 동안 전자관, 전자상가, 산업용재관을 포함해 칠곡시장, 칠성시장, 동대구신시장, 능금시장, 유통단지 섬유재품관 등에 대해서도 컨설팅을 받았다.

하지만 임태화 북구 도시재생과장은 “구청은 결정 권한이 없고, 중소벤처기업부와 시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의문을 불식시키려 했다. 임 과장은 자문 내용에 대해서 질문해도 “저도 보긴 했는데, 다른 일반 자문위원들은 내용이 다르다“면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보다 “결정은 중소벤처기업부나 시에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반복했다. 임 과장은 동대구신시장 예산이 배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그건 잘 모르겠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시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예산 지원도 기초지자체가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거다. 기초에서 신청을 하는 거고, 시설 현대화 사업은 지역발전특별회계로 시·도 자율편성 사업이다. 시·도 예산 편성 한도 내에서 하겠다고 하면 하는 것“이라며 지자체 의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에 대한 최종 심의도 지자체에서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지방청에서도 평가위원으로 가지만 우리는 마지막으로 법적으로 지원 조건을 갖췄는지만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