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 잊지 않은 대구시민들, “진실 규명 이제 첫발”

대구 세월호 참사 4주기 시민대회 열려···유가족, 시민 200여 명 참여

21:33

“국가는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후) 지난 4년간, 어떤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국민 생명을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의가 이긴다는 말은 요원한 소린 줄 알았는데, 요즘은 다시 희망이 보인다고 합니다. 수밀문 개방, 항적도 조작, 누군가 감추고 숨겼던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서 조금이나마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주세요.” (세월호 희생자 故 유혜원 씨의 아버지 유영민 씨, 49)

유영민 씨는 최근 세월호 참사 관련 새로운 사실들이 알려지는 것에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참사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 확인 결과, 수밀문(선체 내부 해수면 아래에 있는 침수 방지 시설)이 모두 열려 있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영민 씨

“수밀문이 열린 상태로 운행했는데, 이걸 닫은 채로 운행하면 가라앉을 수가 없어요. 열린 채로 운행해서 가라앉은 겁니다. 기관사는 수밀문 개폐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인데 가장 먼저 탈출했어요. 다시 조사해야 합니다”

최근 세월호 선체 조사 등 업무를 수행 중인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준) 활동 과정에서 소위 ‘외력설’을 제기한 점에 대해서 유영민 씨는 “외력설은 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5시, 유영민 씨는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4주기 시민대회’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 200여 명도 함께했다.

▲14일 오후 5시,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4주기 시민대회가 열렸다.
▲장수미 씨(왼쪽)

안순호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시민대회에 보낸 영상에서 “세월호 침몰 이유도, 304명을 구조하지 않은 이유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진상규명을 방해한 이유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보고서는 조작과 거짓이었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유가족을 탄압했다”라며 “이제 조금씩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누군가는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도 바뀌었다고, 이제 알아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하지 않겠냐고, 가만히 있어도 되지 않겠냐고 한다”라며 “박근혜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기에 바빴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적극적으로 참사 원인을 밝히고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알아내야 한다. 합동 영결식 후 세월호 분향소가 없어진다. 앞으로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분향소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수미(19) 씨는 참사 희생자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장 씨는 “참사 당시 음악 수업 시간이었다. 친구들이 소식을 듣고 모두 걱정하는데 나는 모두 구조될 거라고 했다.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더 나이를 먹었다. 온전히 애도만 할 수 있는 완전한 이별이 필요한데,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이별할 수 없다. 진실을 향해 걸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행사장 주변에서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범국민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행사장 주변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4주기 시민 분향소’에는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영정 앞에 국화꽃을 올리고 추모했다.

이날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세월호 추모 분향에도 참여한 강민정(13), 백수민(13) 씨는 “아직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4년이나 흘렀는데 아직도 왜 참사가 일어났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프다. 참사 원인이라도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4주기,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분향을 마친 시민들
▲세월호참사 4주기,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분향하는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