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장 선거 민주당-한국당 실세 대리전 양상?

홍준표 한국당 대표, 배광식 후보 지원
전해철, 송영길, 우상호, 이헌태 민주당 후보 지원

08:09

대구 북구청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실세들의 대리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대구에 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북구 칠곡시장을 방문해 배광식 후보를 지원한데 이어,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전해철 국회의원이 이헌태 후보 사무소를 찾았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당 대구시당 필승대회 참석차 대구를 방문한 후 16일 다시 대구를 찾았다. 홍 대표는 동구 반야월종합시장, 북구 칠곡시장을 방문했다. 동구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의 지역구이자 현직 구청장도 바른미래당 소속이다. 때문에 동구청장 선거는 처음부터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알려졌다.

북구는 지난 1월 홍 대표가 한국당 대구 북구을 지역위원장을 맡으면서 연을 맺었지만, 지역위원장으로서 특별한 행보를 보인 적은 없었다. 지방선거 북구 공천도 북구 갑·을 모두 북구갑을 지역구로 하는 정태옥 국회의원이 책임졌다고 알려졌다. 그런 홍 대표가 16일 칠곡시장을 찾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16일 대구 칠곡시장을 찾은 홍준표 대표가 ‘추풍령’을 부르고 있다. 배광식 북구청장이 함께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있다.

홍 대표는 칠곡시장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인증 사진을 찍으면서 여러 차례 “배광식이 어디있노”라면서 배 후보를 챙겼다. 홍 대표는 칠곡시장 개장 4주년 행사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면서도 배 후보를 찾았고, 배 후보는 무대에 올라 춤을 추며 분위기를 돋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헌태 후보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들이 문재인 정부 내각에 입각하거나 여당 국회의원에 여럿 포진해 있다. 대구 북구을 지역구 홍의락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내가 이헌태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여당 인사들과 가까운) 이헌태 도움을 받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할 정도다.

홍 의원은 SNS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나를 보자마자 ‘헌태 잘 있어요? 어때요?’ 질문이 끝나지 않는다. 김영춘 장관도 묻는다. 송영길 의원은 스스로 지역을 방문하겠다고 한다. 유은혜 의원도 일정을 잡아달라고 하고, 전해철 의원도 대구 가면 못 본척 하지 말란다”며 “현 정부의 실세들인 81학번들이 이헌태를 챙기기 시작했다”고 쓰기도 했다.

실제로 홍 의원이 언급한 인물들 중 전해철, 송영길 의원은 27일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 선대위 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 오면서 먼저 이헌태 후보 사무소부터 찾았다. 이 후보는 “혼자 치르는 선거가 아니라 변화를 바라는 북구 주민과 함께, 민주당과 함께 치르는 선거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며 전, 송 두 의원과 찍은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27일 송영길(제일 왼쪽), 전해철(오른쪽 두 번째) 의원이 이헌태 민주당 북구청장 후보 사무소를 찾았다. (사진=이헌태 후보 SNS)

이 후보와 고등학교 동기인 조응천 국회의원도 이미 여러 차례 대구를 찾아 이 후보를 지원하고 나섰다. 우상호 민주당 전 원내대표도 지난 12일 이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조 의원, 홍의락, 김현권, 권칠승 의원 등과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같은 날 민주당 대구시당 필승 전진대회도 열렸지만, 우 전 원내대표와 조 의원은 이 자리엔 참석치 않았다. 권칠승 의원만 두 곳 모두 참석했다. 우상호 전 원내대표, 김현미 장관, 송영길 의원 등은 모두 이 후보와 연세대 동기다.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대구에서 민주당 실세 의원이나 장관과 두터운 친분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북구 지역 정당 지지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점이다.

영남일보와 대구CBS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0, 21일 이틀간 대구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 +-3.4%p)에서 대구 동구와 북구가 포함된 동북권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은 각각 34.5%, 29%로 나타났다. 이어서 바른미래당 (12.3%), 정의당(5.1%), 민주평화당(0.7%) 순이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19~21일까지 사흘간 대구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 +-3.5%p)에서도 정당 지지도는 유사하게 나타났다. 북구, 동구, 남구, 서구를 포함한 중부권에서 민주당은 32.6%, 한국당은 29.1% 지지를 얻었다. 바른미래당(6.5%), 정의당(4.8%), 대한애국당(1.3%), 민중당(1.1%) 순이었다.

각 여론조사는 무선 ARS 60%(무선 가상번호 통신사 제공), 유선 ARS 40%(유선 번호 임의걸기) 방식(영남-대구CBS)과 같은 방법으로 무선 ARS 80%와 유선 ARS 20%(MBC)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