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 접종과 사망 인과성 낮아···과도한 언론 관심이 상황 극단으로”

정재훈 가천대 교수, 대학의학회지 투고

16:31

23일 대한의학회지에는 최근 잇따라 보고되는 독감 예방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예방 접종과 역학적 인과관계가 낮다는 분석이 게재됐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COVID-19 유행시기 중 보고된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후 사망 사례에 대한 역학적 평가 및 위험 의사소통’을 통해 발생 가능한 백신 부작용 시나리오를 짚고 역학적 인과관계가 낮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2013년 미국 백신 안전 데이터 링크를 활용한 연구 결과 인구집단 전체에서 백신을 접종한 후 일주일 이내 사망률은 백신 접종 10만 회당 약 6명이다. 이는 고령으로 갈수록 높아지는데 65~74세 인구집단은 10만 회당 약 11.3명이고, 75~85세는 10만 회당 23.2명까지로 늘어난다.

정 교수는 이를 두고 “백신 접종 후 사망은 자연스럽게 보고되는 일”이라며 “고연령층의 사망률은 이미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재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사망 보고에 대한 언론보도가 전수 감시에 가깝다 해도 이례적인 수치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뿐 아니라 ▲백신 제조 공정상 문제 ▲부적절한 백신 운송과정 및 냉장유통 ▲백신 소규모 운송 및 의료기관 내 보관 문제 ▲백신 자체의 부작용 등 4가지 시나리오를 하나씩 검증하면서 독감 예방 접종과 최근의 사망 보고가 인과관계가 낮다는 점도 짚었다.

정 교수는 백신 제조 공정상 문제에 대해 “현재 조사 결과 백신 제조사와 로트1번호는 보고된 사례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제조 공정상 문제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최근 동일한 로트번호를 접종한 이들 중 사망자가 확인된 것을 두고도 생일 패러독스(Birthday paradox)2를 근거로 “우리나라 인플루엔자 백신 로트번호는 약 200개로 추정된다. 2개의 동일한 로트번호를 가진 쌍이 발생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부적절한 백신 운송 과정 및 냉장유통 문제는 최근 사망자들의 지역적 동일성이 없는 점을 이유로 근거가 없다고 봤고, 백신 소규모 운송 및 의료기관 내 보관 문제에 대해서도 동일 의료기관 내 집단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근거가 없다고 봤다.

백신 자체 부작용 문제에 대해선 아나필락시스와 길랑바레증후군으로 대표되는 두 가지 백신 부작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없다고 봤다. 정 교수는 “현재 보고된 사례는 아나필락시스라고 보기엔 너무 시간이 길”고, “길랑바레증후군은 대부분 반나절에서 몇 주 사이 기간을 두고 근육 무력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접종 후 하루에서 나흘 정도에 걸친 현재 급성 사망 사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물론 면밀한 조사가 수반되어야 하나 인플루엔자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 특히 사망과 관련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번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에 대한 우려는 백신 유통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와 이로 인한 불신에서 비롯됐으나 COVID-19(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과도한 언론 관심이 상황을 극단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예방 접종 후 사망 사례로 신고된 사례는 모두 25건이다. 2009년이 8건으로 가장 많고, 2010, 2011, 2013년에 각 1건, 2014년 5건, 2015년 3건 보고된 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건씩 보고됐다. 이 중 1건만 예방 접종과 인과관계가 인정됐고, 해당 사례는 백신 접종 후 발생한 길랑바레증후군으로 인한 사망 사례였다.

  1. 로트(LOT)는 같은 날 같은 원료로 같은 설비를 이용해 생산하는 백신 일체를 뜻한다. 한 로트의 백신에는 같은 로트번호가 부여된다.
  2. , 임의 사람들이 모였을 때 그중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존재할 확률을 구하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