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폭탄 돌리기’에 뿔난 김천주민들…“사드 갈 곳 없어”

[르포] 국방부 제3부지 검토 인근 주민을 만나다
증명되지 않은 사드 전자파, 전쟁 위험도 불안
혁신도시 ‘맘카페’ 중심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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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일로 온다카는데, 미사일 쏘면 우리 부락 바로 위로 지나간다니까요. 국방부도 어디 한 군데 정했으면 어떻게든 주민들을 설득하던지 해야지, 반대한다고 자꾸 떠밀려 보내면 어떡하나. 칠곡에 그랬고, 성주는 4만 명이 반대해서 일로 떠밀렸는데, 김천은 14만 명인데 가만히 있겠냐고. 어디 무인도 가서 하면 아무 말도 안 하겠지. 안 그러면 미국으로 다시 보내던가” (김천 농소면 노곡리 주민)

24일 오후 3시, 한낮 더위가 절정인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 마을회관에는 10명의 주민이 이른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열리는 ‘사드 성주 골프장 배치 반대 궐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한 주민은 “저녁에 데모하러 가려고 벌써 저녁 먹고 안 있나. 김천은 살기가 좋아서 무슨 과일이라도 심기만 하면 A급이라. 살기 좋은 동네라고 큰소리 빵빵 쳤는데 무슨 날벼락인고 모르겠네”라며 찬물에 만 밥을 호로록 넘겼다.

사드 폭탄 돌리기에 뿔난 주민들
지역구 국회의원, 국방부 질타…“우리 손으로 뽑았더니

[사진=구글 지도 갈무리]
[사진=구글 지도 갈무리]

노곡리 마을회관은 사드 배치 제3부지로 알려진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컨트리클럽(롯데CC)과 직선거리로 2.9km가량 떨어져 있다. 롯데CC에서 바로 북쪽이다. 노곡리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에는 ‘사드 결사반대, 말로만 성주 김천이 직격탄’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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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 기자가 왔다는 소식에 달려온 김도환 노곡리 노인회장(85)은 “제일 원망스러운 게 우리 국회의원 이철우”라고 하소연했다. 노곡리 마을회관에는 한나라당 시절 이철우 의원 의정보고서가 그대로 있다.

그는 “우리 국회의원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근무했는데 미리 안 알았겠나. 그러면 주민들 걱정 안 하도록 막았어야 하는데, 이때까지 모른 척했으니 원망스럽지”라며 “이철우 국회의원 만들려고 우리가 많이 노력했어. 새누리당이 박근혜 당이라고 들어가서 잘하라고 우리 손으로 뽑아줬는데, 이철우가 내 옆에 있으면 따질 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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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농소면 노곡리 마을회관

사드 배치 지역을 옮기는 정부를 탓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 사드 최적지가 칠곡이라 그랬잖아. 그런데 거기서 데모하니까 성주로 떠밀려 오고, 또 여기로 오잖아. 충분히 검토해서 한 번 정하면 그 자리에서 하도록 해야지”라며 “시민들이 반대하면 이해를 시키던지 보상을 잘해서 설득을 해야지. 성주에 촌사람이라고 거기로 했다가 또 밀려서 여기로 오는데, 여기 인구 14만 명이 가만히 있겠습니까”라며 언성을 높였다.

김도환 노인회장은 마을회관에서 나와 뒷산을 가르켰다. 바로 롯데CC가 있는 산이다. 곧이어 박태정 노곡리 이장(67)이 마을회관을 찾았다. 박태정 이장 역시 마을 뒷산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소식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태정 이장은 “다들 걱정이 태산이다. 노곡리와 성주 초전 경계에 있는 산인데, 김천이나 다름없다. 성주 사람들은 저기로 가면 자기들하고 관계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반대하려면 끝까지 해야지”라며 성주군민들에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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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농소면 노곡리로 가는 방면에 사드 배치 제3부지로 알려진 롯데CC 안내판이 함께 있다

증명되지 않은 사드 전자파, 전쟁 위험도 불안
월남전도 10, 20년 지나 고엽제 증상 나타났다
혁신도시 맘카페중심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박태정 이장은 “우리도 좀 찾아보니까 사드가 미국, 일본 방어하는 거라고 하더라. 우리나라와 관계가 없다. 우리나라에 필요하다고 하면 그보다 더한 것도 하겠다”며 “옛날처럼 열강들 틈바구니에서 잘못하면 또 전쟁터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사드 짓고 나서도 매일 데모한다고 하더라. 지금까지 사드가 검증된 게 없다”며 “10년, 20년 지나서 월남전 고엽제처럼 그런 일이 생기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불안함을 내비쳤다.

최근 김천혁신도시로 이주해 온 젊은 세대는 갑작스런 사드 소식에 황당하기만 하다. 김천시 율곡동 혁신도시는 롯데CC 북쪽으로 약 8km 떨어져 있다. 혁신도시 상가 곳곳에는 이날 오후 6시 열리는 ‘사드 배치 반대 범시민 궐기대회’에 참가하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한 상가는 궐기대회 참가로 오후 5시 영업을 마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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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율곡동 혁신도시 한 카페

포털사이트 ‘김천혁신맘’ 카페에는 얼마 전부터 ‘사드 소식’이라는 메뉴가 생겼다. 카페 회원들은 사드와 관련한 기사, 성주 소식 등을 올리기 시작했다. 또, 성주에서 시작된 평화의 파란 리본 만들기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카페 운영진 김고은 씨(가명, 40대)는 “여기 내려올 때도 힘들게 왔다. 혁신도시 잘 지어놨다고 거의 강제이주 비슷하게 내려왔다. 이제 좀 적응하고 살려고 하는데 다시 떠나야 하나. 다들 굉장히 힘들어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엄마들이 내 아이를 지키려고 나서고 있다. 정부가 지역 갈등만 일으키고 있다. 사드가 들어오면 전자파도 문제지만, 결국 전쟁터 총알받이가 되는 거다. 실컷 혁신도시 잘 지어 놓고…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카페에 모인 회원들은 25일 오후 7시부터 매일 저녁 김천시 율곡동 안산공원(율곡초등학교 뒤편)에서 촛불 집회를 열기로 했다.

김 씨는 “사드가 갈 곳이 없을 것 같다.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서 다시 성주로 갈 수도 없을 것이고,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는 안 된다.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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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율곡동 혁신도시 한 태권도장이 버스에 현수막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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