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 / 대구가톨릭대학교 시국선언 참가자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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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

세월호 수장에서부터 시작한 박근혜정 부는 끝내 국가를 수장시키며 그 종말을 고했다. 국민이 원한 건 아니지만 책임총리 임명은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국가 통치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 보면 그러한 인사권은 아직도 박근혜정부가 불통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금 민심은 한 나라가 정부 요직에 있지도 않은 한 민간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더군다나 박근혜정부가 그동안 저질러온 국가의 사유화 행태가 철저하게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고 우주의 기운이니 혼의 비정상화니 하는 듣보잡 공식 언어가 왜 대통령 입에서 나오는 것인지 의아해 하다가 그 의문이 풀리면서 국민들은 더더욱 경악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주도로 최순실 정국을 어덯게든 모면해 보려고 가지가지 꼼수를 부리고 있다. 실상은 박근혜 게이트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최순실 게이트로 둔갑시키고 검찰을 주무를 사람을 민정수석 자리에 앉히면서 청와대 수석비서관 교체가 허울뿐인 인선임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순실을 구속하고 안종범은 체포하면서도 여전히 최순실 빙의에서 풀리지 않았는지 칠선녀 모임을 가여워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사표 수리한 우병우는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거국중립내각만 해도 그렇다.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밉상이지만 스스로의 능력으로 정국을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국내 최대의 권력피싱업체인 조선일보의 지시를 받고 허깨비마냥 그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거국중립내각을 하겠다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의 태도다. 이쯤 되면 연설문도 최순실의 지시를 받고 고치고 재벌들에게서 삥을 뜯는 것도 일일이 최순실의 지시대로 움직여 온 박근혜 정부가 그 스스로 통치의 불가능성을 드러낸 만큼 스스로 이미 유고상태에 들어간 대통령직을 버리고 청와대에서 짐을 싸야 하는 것이 순리다. 김기춘과 최재경만 믿고 성난 민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라면 민주주의를 사수하고 경제적 평등을 갈망하는 민심이 그 의지를 거슬러 더더욱 폭발할 것이고 그럴수록 IMF 데자뷰의 망령이 어른거리고 있는 장기불황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지고 말 것이다. 최순실에 빙의된 통치능력 전무라고 하는 개인적인 사정은 십분 이해하겠으나 87년 시민항쟁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고 있는 거센 민심에 의해 강제로 퇴진 당하는 것보다 스스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통치의 미덕을 조금이나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토록 속이 훤히 보이고 삼척동자도 죄 알만하게 느닷없이 개헌하겠다고 종이 한 장 달랑 들고 나올 수 있는가. 그렇게 하면 국민이 그 속을 전혀 낌새채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는가. 우주의 기운은 대통령 혼자만 받으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혼의 비정상화를 목청껏 외친 대통령의 목소리와 달리 혼이 지극히 정상적인 국민들은 개헌논의가 미르 재단 K 스포츠 재단 등의 비선실세에 의한 비리를 뒤덮으려는 음모라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 그 알량한 꼼수에 국민들은 지금 격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거국중립내각이라는 미끼를 던져 국민들을 혼란의 도가니로 쑤셔 넣을 궁리만 하고 있다.

여론은 헌법상 대통령을 형사 소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통령 자신을 수사하지 않고서는 온갖 비리와 악행의 근원을 파헤칠 수 없으니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아무리 감이 없어도 그렇지 잔뜩 화가 나 있는 민심에 이토록 무감할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미 저자거리에는 무당은 프라다를 신는다는 둥 별의별 괴담인 듯 괴담 아닌 이야기들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박정희 독재자의 궁정에서 곱게 자란 공주님이라서 저자거리의 갖가지 치욕스러운 이야기를 귀 감고 눈 막은 채 그 치욕 자체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인가. 우이독경도 유분수지 수치심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한 개인로서도 정신적 파산상태에 들어갔다는 뜻이고 혼이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비틀어져 있다는 증거다.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국민 못지않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런 감언이설로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내시들 틈바구니에서 대통령을 구하는 올바른 길은 대통령 스스로 하야하는 것이다. 박관천 전 경정이 대통령의 권력서열이 3위라고 이야기한 만큼 그리고 최순실이 나랏일을 농락한 게 아니라 아예 청와대를 접수해 직접 국정을 운영한 사실이 온 천하에 드러난 만큼 헌정질서 파괴 같은 고상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대통령 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박근혜 정부는 폐업신고를 하고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 그림자 권력을 창조한 그 창조경제를 포기하고 최순실이 가르쳐 준 늘품체조 하면서 여생을 창조적으로 보내라는 국민들의 마지막 선물을 받아 들어라. 애초에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공언하고 나서 청와대에 들어온 만큼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즉각 하야 준비를 하고 다시 청와대를 나서야 한다.

2016년 11월 10일
대구가톨릭대학교 시국선언 참가자 교수 일동

이득재 (러시아어과) 지정민 손종현 (교육학과) 박종훈 (경영학부) 이의활 (중문학과) 이준 선주연 정진영 (디지털디자인과) 임한권(신소재화학공학과) 김안나 김동일 (사회 복지학부) 박근서 권장원 장택원 (언론광고학부) 조수정 김병배 (교양교육원) 이상 16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