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도 칼바람에도 밝힌 대구촛불, “우리가 여기서 주춤하면 안 돼”

11차 대구시국대회, 시민 700여 명 모여 "재벌도 해체하라"
오는 21일, 대구 촛불 토론회 열린다

21:48

칼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에도 대구시민 700여 명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촛불을 들었다.

14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통도로에서 11차 ‘내려와라 박근혜’ 대구시국대회가 열렸다. 영하 4도의 매서운 날씨에도 시민들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의 박근혜 정권 퇴진과 재벌총수 구속을 외쳤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후 분신한 정원 스님과 민주화 열사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한 손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노란 풍선을 들었다. 태극기와 직접 만든 피켓을 든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에서 온 나정호(69) 씨는 “1919년 민족 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할 때도 배신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일본이 절대로 망하지 않을 줄 알았다고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나 씨는 “박근혜의 부역자들도 박근혜, 새누리당은 망하지 않는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 사람들의 고생은 헛고생이 될 거다. 지금 대세는 우리다. 우리가 이 추운 데서 고생하는 건 헛고생이 아니다”며 “우리가 여기서 주춤하면 안 된다. 광화문, 부산, 대구의 촛불 시민의 목소리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들리도록 하자”고 말했다.

▲나정호(69) 씨

밴드 ‘바람’과 경북 성주군에서 온 ‘차재근과 촛불풍물패’가 흥겨운 공연으로 추운 날씨에 촛불집회 분위기를 북돋웠다. 차재근과 촛불풍물패는 민요 쾌지나칭칭나네를 개사해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한국사 국정교과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노동개악,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까지 박근혜 정권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태광 대구노동운동역사자료실 대표는 “11주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는데, 돌아보니 뭐가 바뀌었나. 새누리당이 해체됐나. 정치 검찰 국정원이 해체됐나. 수구 언론, 독점 재벌이 해체됐나. 모두 그대로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처음에 우리는 이 국정농단 사태를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박근혜-재벌 게이트’였다”며 “박근혜는 사퇴하고 구속하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과 짜고 이 사회를 말아먹는 독점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경제 독재 권력 재벌을 해체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7시께부터 참가자들은 부부젤라, 탬버린 등 각자 준비한 소품을 들고 ‘세상을 깨우는 요란한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행진은 중앙로네거리에서 봉산육거리를 거쳐 동성로 구 갤러리존 등을 거치면서 처음으로 동성로 내부로 행진했다.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은 오는 21일 중구 일대에서 12차 대구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중구 대구YMCA 기념관에서 대구 촛불집회 방향과 역할 등을 주제로 ‘2017 촛불, 대구시민이 말한다’ 토론회가 열린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토론회 참가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