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대, “맞을 짓을 했다”며 가해자 두둔…장애인단체 반발

장애인단체, 장애 학생 폭행사건 대책마련 촉구

14:38

기숙사에서 발달장애 학생이 동급생 5명에게 5일간 감금되어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에 대해 H대(경북 경산)측 관계자는 채널A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속된 말로 맞을 짓을 많이 했습니다. 확인해보니까. 누구 말을 다 믿을 수 없는 거지만…” 폭행 사건 피해 학생에 대한 대책 마련보다 가해자를 두둔하고 나서자 피해자 가족과 장애인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호산대 동급생에게 폭행당한 A씨. [사진=페이스북]

피해자 A씨는 2015년?H대 관광호텔항공과에 입학해 기숙사 생활을 했다. 4월부터 가해자들의 “너 맞을래? 치킨 살래?”, “너 맞을래? 피자 살래?” 등의 위협이 시작됐고, 음식을 사주다 보니 용돈이 떨어졌다. 그러자 가해자들은 A씨에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집단 폭행과 성추행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 아버지 김진규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23일부터 언론보도가 시작됐다. 그러자 대학은 25일 학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피해자 측과는 어떤 상의도 없었다.

“맞을 짓을 많이 했다”는 학교 측 발언과 사과문 게재 전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던 김진규 씨는 7월 1일 대구경북지역 장애인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본관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처음 아들을 본 순간 내가 꿈속에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해자의 폭행보다 더 화난 것은 학교의 오만한 태도였다. 학교에 피해가 갈까 싶어 언론사, 관청에는 사과했지만, 저한테는 어떤 상의도 없었다. 항의하니 검찰 발표도 안 났는데 사과를 왜 하느냐고 하더라. 아들이 가해자 여자친구를 성추행해서 폭행했다는 가해 학생의 입장만 내게 전달했다. 대학이 하는 짓이 가해자와 뭐가 다르냐. 가해 학생과만 소통하면서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대학은 없어져야 한다”

노금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집행위원장은 “장기간 폭행 상태에 있었음에도 학교는 이를 지원할 제도가 없었다. 장애 학생을 대하는 대학의 태도가 만든 사건”이라며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며 사건을 은폐하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와 김진규 씨는 총장과 면담을 통해 ▲총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 ▲2차 가해 사건 관계자 처벌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지원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H대?총장은 “모든 것이 제 잘못이다. 요구사항을 다 지키겠다. 향후 피해자 측이 요구하는 수준의 대책반을 구성하고, 이번 계기를 통해 부족한 모습을 채워나가겠다”며 피해자 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