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당 위원장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청와대에 들어간다? 그것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결과만 놓고 보면, 돈을 뿌리던, 어쨌든 당선만 되면 다 이기는 게 되는 거다. 도당 위원장도 했죠, 결국에는. 청와대도 가잖아요. 갔다 와서 도지사 나가고, 지역 국회의원 나가고. 도지사 이번에 나와서 떨어지더라도, 다음 총선 때 비례에 상당히 근접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결국에는 국회의원까지 된다? 돈을 뿌리든 어쨌든 이기면 되는 거예요. 진보 정치한다는 우리가 이래서 되는건가요?”

이경원(41) 씨는 지난해 8월 4일 밤, 깊은 고민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그는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한참 도당 위원장 선거가 진행 중이던 시기였다. 위원장 선거는 오 위원장과 김현권 국회의원(비례) 경선으로 진행돼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오 위원장은 이 씨와 헤어지면서 5만 원권 10장이 든 봉투를 건넸다. 거절하는 이 씨에게 ‘누가 보면 안 된다’면서 재차 권했다. 이 씨는 돈 50만 원을 받아 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날 굉장히 늦게까지, 새벽 2~3시까지도 잠이 안 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떨리기도 했다.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신고했다가 내가 감당하지 못할 다른 일들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당장 내년에 대선도 있고, 앞으로 갈 일이 태산 같은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내가 뒷감당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결국 이 씨는 중앙당에 신고했고, 곧이어 경상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도 문제를 알렸다. 오 위원장은 이 일로 당으로부턴 경고 처분을 받았고, 지난달 26일 2심 재판에선 벌금 100만 원형을 받았다. 2일까지 검찰과 오 위원장 측 쌍방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면 판결은 확정된다.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된 걸까. 이 씨는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처음 이 일을 공론화한 이후부터 이 씨는 수많은 협박과 공격에 시달렸다. ‘동지’에게 ‘칼을 휘둘렀다’는 이유였다. 집안일을 밖으로 갖고 나갔다는 이유였다.

경북 경산 민주당에서 주요한 일을 맡아 했던 그는 이제 많은 영역에 견제받고, 배제되고 있다. 하지만 오중기 위원장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선임돼 곧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 씨는 “최근에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진보 정치한다는 우리가 이래서 되는건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를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 당 안팎에서 쏟아질 비난이 걱정되진 않냐고 물었다. 그는 “오히려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홀가분하다. 감당해야할 건 감당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8월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오중기 위원장이 다시 민주당 경북위원장에 당선됐다.

2016년 8월,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선거
오중기 위원장, 이경원 씨에게 50만 원 건네
“권리당원, 대의원과 자리 만들어달라고 했다”

= 아는 사람은 알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 간략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나?

“그날(2016.8.4)도 일 하는 중이었는데, (오중기 위원장이) 혹시 시간을 잠깐 내줄 수 있냐고 전화가 왔어요. 그날이 봉투를 준 날이에요. 도당 위원장이 보자고 하니까, 안 갈 이유도 없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어디서 볼까요?’ 그러니까 본인이 바쁘다고, (대구) 북구 톨게이트 근처에 조용한 일식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면서 좀 알아봐달라고 했어요. 저도 수소문하다가 일식당은 못 찾고, 중식당이 어떠냐고 하니까 ‘좋다’. 그래서 만났어요”

= 만나자마자 돈을 줬다는 건가?

“오 위원장이 먼저 도착해 있었어요. 그런데 예약할 때는 제일 저렴한 거로 예약을 했거든요? 비싼 걸 주문해 먹을 사이도 아니고, 각자 계산하든지, 아니면 제가 사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데 메뉴가 바뀌었어요. 저를 만날 때는 거기가 어떤 식당이든 그 집에서 제일 비싼 음식을 시키라고 했어요. 술을 한잔하자 해서, 고량주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했어요. 그 자리에서 제일 크게 느낀 건 ‘아, 내가 알던 위원장 모습 하곤 다른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그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했는데, 자리를 파할 때쯤 봉투를 내민 거죠. 제가 그 자리에서 ‘이게 뭡니까’ 그러니까 넣으시라고(하더라). 저한텐 이런 거 안 주셔도 된다 그랬죠. 그러니까 코스 요리잖아요. 코스가 끝난 상태가 아니어서 직원들이 오가는 중이었으니까. ‘직원 들어오면 큰일 난다’면서, 저한테 밀어 넣어서 얼떨결에 받았죠”

= 그렇게 그냥 돈을 줬다?

“봉투를 주고 난 다음에 저한테 무슨 이야길 했냐면, 지역위원회 사람을 좀 모아달라. 어떤 집도 괜찮으니까, 식대비는 생각하지 말고 모아주면 자기가 해결할 테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좀 모아달라. 권리당원이랑 대의원 좀 모아달라고 했어요”

(오 위원장은 1, 2심 재판에서 돈을 건넨 이유에 대해 도당 위원장으로서 고생하는 지역 간부에게 교통비 등으로 사용하라고 격려 차원에 건넨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북도당 대의원대회에서 오중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가장 믿는 분,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민 털어놔
“문재인 전 대표께서, 당내 자정 기능 있으니 원칙대로 하라고 해”

= 그때부터 신고하기로 마음 먹은건가?

“그날 밤늦게까지 잠도 안 왔어요. 떨리기도 했고,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했지만, 신고했다가 내가 감당하지 못할 다른 일들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당장 내년에 대선도 있는데, 앞으로 갈 일이 태산같이 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외부로 알려지면 내가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론 그냥 저도 사람이니까,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받고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바로 또 그런 생각을 하는 제가 밉더라구요. 순간이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래서 일단은 실행에 옮겨야겠다 생각을 하고, 당에서 가장 믿는 분한테 연락을 드렸어요”

= 가장 믿는 분이라고 하면 누구를 말하는 건가?

“문(재인) 대표님이요. 당시에는 당내에서 아무런 직도 안 맡고 계실 땐데, 전화를 드렸어요. 요즘 바쁘실 텐데, 고민되는 일이 있어서 연락을 드렸다고 하니까, 무슨 일이냐고 하더라. 그간의 과정을 다 이야길 드렸어요. 오중기 위원장께서 돈 봉투를 주셨는데 선관위 신고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대표님께 의견을 여쭈려고 전화드렸다고 하니까, 당시에 대표께서 일단 당내에 자정 기능이 충분히 있고, 관리 감독하는 기구가 있으니까 거기부터 보고하고 처분을 기다려보자고 하셨어요. 그럼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하고, 중앙당에 신고하기로 했어요”

=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가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영향을 줬다는 건가?

“그렇죠. 저도 과연 제가 이런 일들을 추후에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 신고하는 것 자체가 당장 다음 해에 대선이 있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작은 것을 위해서 큰 것을 잃어버리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했죠. 그런데 과연 이걸 작은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진짜 작은 게 무엇이고, 진짜 큰 건 무엇인가, 스스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상담도 하면서 문 대표께서 중앙당에 연락해서 원칙대로, 우리 당 선관위가 있으니까 당에 처분과 선관위 처분을 기다려보자고 하셔서 진행한 거죠”

= 문재인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 건가?

“2002년에 노사모 활동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저 노 대통령 친구로 알게 됐죠. 노 대통령 돌아가시고 제가 정말 눈물이 많이 나기도 했고, 삶에 회의가 들기도 했고, 정말 내가 그동안 뭘 하면서 산 거지? 후회가 많이 됐어요. 후회되는 마음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러면서 그때 이명박 정부 시절에 KTX 민영화 반대, 4대강 반대, 광우병 촛불집회 같은 각종 운동에 안 빠지고 다 참여했어요. 당연히 2012년에 문재인 대통령 선거운동도 했고요.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번호도 알게 된 건 2015년이에요. 그때 당 대표 선거하면서 지역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사무국장들 중에 혼자 갔던 거 같아요. 왜냐면 다들 제가 문 대표님 선거운동도 하고 문 대표님 광팬이라는 걸 알고 계셨거든요. 그래서 사무국장인데도 문 대표 오시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 해서 가서 사진도 찍고, 번호를 받았어요. 그 후론 때 되면 안부 문자 드리는 정도였어요. 일개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이 연락을 계속할 순 없는 거니까요. 축하드릴 일 있으면 문자 드리고 하다가 이번 일로 다시 전화했어요”

(이 씨는 지난해 8월 7일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렸고, 중앙당에서는 8일 조사관 1명을 파견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11일 오전, 오 위원장에게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12일 경북도당 위원장 선거가 열렸다.)

▲지난 4월 17일 대구 경북대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민주당 당 차원 조사 후, 오중기에 경고 처분
이 씨, 선관위에 신고···법정 다툼 2심서 벌금 100만 원
“세월호, ‘조금만 봐주자, 조금만 봐주자’ 하다가 가라앉았다”

= 중앙당에선 특별한 제재 없이 경고하는 데만 그쳤는데?

“조사를 받고 계속 중앙당에 처분을 물어봤죠. 계속 보류하다가 마지막에 나온 게 경고 처분으로 끝이었어요. 경고 이유도 뭐냐면, 금전을 주고받고, 사람을 모아달라고 하고, 그건 매표 행위인데도 불구하고 그게 아니라, 후보자 간 선거 과열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으니까 거기에 대해 경고 조치한다는 거였어요. 저로선 황당한 거죠. 당헌, 당규를 보면 이런 사안이 신고되면 선관위에서 조사하고, 증거가 확보됐잖아요? 그럼 선관위나, 경찰에 신고하도록 되어있어요. 그런데 그걸 안 했어요. 일반 당원도 아니고 당이 당헌, 당규를 어긴 거에요”

= 그래서 직접 선관위에 신고했고, 오 위원장은 벌금형도 받았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가 있나? (관련기사=법원, 오중기 민주당 경북위원장 정당법 위반 검찰 항소 기각···벌금 100만 원 유지(‘17.7.26))

“그때 당시로 시간을 돌려놓고 보면 그분(오중기 위원장)이 도당 위원장이 돼선 안 되는 분이에요. 법을 어긴 분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자격이 없는데 끝까지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요. 재판 과정에서도 변명으로 일관했고요. 그 자격 없는 분이 청와대에 선임 행정관으로 간다고 하잖아요. 잠깐 경험 쌓고 다시 내려와서 이 문젤 털고 싶을 거예요. 행정관 갈려면 탈당도 해야 하니까, 탈당해서 과거는 털어버리고 돌아와서 도당을 다시 끌고 가겠다? 그냥 가만히 두고만 봐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오 위원장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새롭게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 이 인터뷰로 지금보다 더 모진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데?

“재판 때도 증인으로 나가서 이야길 했는데요. 우리 사회가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이 그동안 정권을 잡아 왔기 때문이었다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세월호? 국정농단? 각종 사건 사고들이 그들 때문만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것, 중요한 것들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죠. 물론 그들(자유한국당 지칭)이 그걸 안 지키는 집단이긴 했지만 솔직히 이 문제도 눈감고 덮어주면 그들과 다를 게 뭡니까? 이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지 않겠냐 하면 그 기준은 누가 세우는 건가요? 조금만 봐주자, 조금만 봐주자, 그러다 보면 세월호가 가라앉는 거다.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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