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학생·직원, “교수회 총장직선제 참여 비율 발표 합의 없었다”

"교수만 직선제...학생과 직원은 선거인단 꾸려 간접선거?"

10:41

경북대학교 교수회가 총장 선출 규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수회는 지난 23일 교수회 평의회를 앞둔 22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총학생회와 직원 대표를 따로 불러 직선제로 하는 총장 선거의 선거인 비율을 교수 80%, 직원 15%, 학생 4%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교수회는 23일 평의회에서 “최근 직원협의회와 총학생회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쟁점이었던 선거인 구성 비율을 교수 80% 직원 15% 학생 4% 기타 1%로 최종 합의했다”라고 밝혔고,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평의회는 만장일치로 경북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규정(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총학생회와 직원 단체는 교수회가 공식적으로 합의하지 않은 선거인 비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선정규정(안)에는 선거인 비율을 규정하면서 휴직·정직 중인 자를 제외한 전임교수는 1인 1표의 권한을 주고 직원과 학생은 일부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과 학생은 시행세칙을 통해 선거인단을 따로 꾸리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학생과 직원 단체 사이에서는 ‘교수만의 직선제’라는 비판이 나았다.

경북대학교 총학생회는 교수회 발표에 대해 지난 25일 입장문도 냈다. 총학생회는 “학생 비율 4%는 교수회의 일방적인 의견이었으며, 당연하게도 학생사회 내에서의 논의 없이 이를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총학생회에서는 비율에 관한 문제는 선거시행세칙을 제정할 때, 내년에 설치될 대학평의원회에서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라며 “교수회도 이에 동의했다. 그 자리는 선거인 비율에 관한 교수회의 가이드라인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 이상의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북대학교의 총장직선제가 실질적인 직선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과 직원들에게도 선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형식적인 비율의 참여만 보장하고 실질적인 정치참여의 기회가 없다면 새로이 시행될 총장직선제도 유명무실할 뿐”이라며 “총장직선제 부활은 적폐청산의 일환이며, 이를 교수들만의 선거로 두어서는 안 된다. 학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은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만들고, 진정한 대학 자율성의 보장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소원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은 “학생도 직원도 최종 합의한 게 아니다. 22일 교수회에서 직원대표와 총학생회 대표를 따로따로 비공식적으로 불러서 선거인 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걸 가지고 대표들과 합의했다고 평의회에서 이야기했다”라며 “총학생회가 마음대로 합의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학생사회 총의가 수렴돼야 할 수 있다. 총학생회는 비율과 관련해서 중앙운영위원회나 전학대회도 열지 않은 상태다. 교수회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걸고 항의 공문 등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20일 경북대학교에서 총장직선제 관련 교수회의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여한 직원들은 규정 개정 절차에 항의하며 공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인환 경북대학교교육공무원협의회 회장은 “한 번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 없다. 직선제라고 하는데 교수만 직선제지, 학생과 직원은 선거인단을 구성한다는 내용도 있다”라며 “차기 총장 선거까지 시간이 많은데 공청회 추진부터 전체적으로 직선제 전환 과정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공식적으로 선거인 비율에 대해 얘기한 적 없는데 합의됐다고 나와서 구성원이 분노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무효”라고 설명했다.

한편, 11월 9일 국회에서 가결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에는 대학이 직원과 학생을 포함하는 대학평의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평의원회는 학칙의 재정과 개정에 대한 사항 등 학교 운영과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다. 평의원회는 11인 이상의 평의원으로 구성되며, 교원, 직원, 학생 중 한 쪽이 평의원 정수 반수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북대학교 교수회가 평의원회 설치에 앞서 선거인 비율에 대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규정 개정에 서둘렀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