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온 ‘통근 버스’ 김민수의 편지···”여러분이 저의 희망”

6일 항소심 첫 공판도 열려···4월 변호인심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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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태우고 통근 버스를 운행하다 단속에 놀라 출입국 차량을 박은 김민수(가명, 42)가 도움을 전한 시민들과 <뉴스민> 독자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김민수는 편지지 4장에 접견 시간 10분 동안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었다. IMF 이후 빚을 갚기 위해 5만 원을 들고 창녕에서 대구 공단에 취직했을 때 김민수 나이는 열여덟. 그 이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주야 맞교대하며 지낸 사연이 담겼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사치로 알고 살았던 김민수는 이주노동자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깊게 쌓을 여럭은 없었지만, 김민수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점차 동질감을 느끼게 됐다.

“친척들이 저희를 거지 취급해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5만 원을 갖고 집을 나와 대구 공단에 취직했습니다. 그때 나이 18살입니다. 그때부터 외국인 근로자랑 하루 12시간 이상 주야 근무를 하며 서로 대화도 안 되는데 정말 손짓발짓으로 소통하며 지냈습니다. 타지역에 혼자 있는 저는 외국인 근로자가 남 같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여기 오기 위해 브로커한테 얼마를 주는지, 3년은 일해야 빚이라도 갚는다는 걸 알아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 없었나 봅니다.···친구도 없기에 명절 때도 그 당시 혼자였습니다. 그냥 회사에서 특근 말하면 무조건 했습니다. 이렇게 이런 친구들을 보며 함께 일하며 오늘까지 왔습니다.” (김민수)

김민수는 감옥 안에서 <뉴스민> 기자가 김민수에게 쓴 편지와 변호인을 통해 후원금과 탄원서가 모이고 있으며, 시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이 소식에 감사를 표하며 김민수는 답장을 끝마쳤다.

“내용이 두서없고 맞춤법도 엉망입니다. 이해해 주세요. 여러분들의 관심이 제게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변호사님 접견 전까지 전 차라리 죽여주지 그럼 사망보험금으로 일단 집 대출금이라도 어느 정도 안될까 이따위 생각하는 저에게 여러분의 관심이 진심으로 힘이 되고 있습니다. 좋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릴 때는 어머니, 여동생을 책임지는 가장이어야 했고 지금은 저의 처자식 책임지는 가장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저의 희망입니다.” (김민수)

▲김민수가 뉴스민에 보낸 편지

한편 6일 오후 2시 30분 대구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승규)는 김민수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사건 항소심 첫 기일을 열었다. 이날 변호인은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심문을 위해 공판 속행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다음 공판은 오는 4월 3일이다. (관련 기사=접견 시간은 10분, 동료시민이 이야기를 시작했다(‘24.2.28.), 강제단속 일변 불법체류 대응, 또 다른 ‘김민수’ 만들까(‘24.3.4.), 7,300여 명의 탄원, “이주노동자 걱정하는 마음, 재판부 선처를···”(‘24.3.5.), 이자스민, “한국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없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됐다”(‘24.3.6.))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