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 대구시민대회, “우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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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신동희(51) 씨는 대구 북구 지역에서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약속 지킴이’ 활동을 이어왔다. 북구 세월호 약속 지킴이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북구 국우동 번화가에서 세월호 노란 리본을 나누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이어왔다. 10년이 흘러 신 씨는 참사 당시에는 세상에 없던 아이들이 자라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이제는 잊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불편한 기억을 지우지 못하게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10년째 대구 북구에서 세월호 약속 지킴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신동희 씨가 13일 대구시민대회에 참석해 “작고 소박한 활동이지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매주 수요일 거리에 선다”고 말했다.

13일 신 씨는 참사 10주기를 맞아 동성로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대구시민대회’ 무대에 올라 지난 10년의 기억을 풀어놨다. 그는 “세월호 약속 지킴이 활동을 시작할 때 간절한 마음은 바다에 묻힌 아이들이, 희생자들이 모두 부모님과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며 “매주 수요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다. 작고 소박한 활동이지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매주 수요일 거리에 선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망각을 종용한다. 시간은 망각을 향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기억을 향해 흘러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어린아이였거나 태어나지 않았을 아이들을 만난다. 그 아이들이 노란 리본을 받아 들고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하고 떠올려야 우리는 세월호 이전과 다른 출발선에서 조금은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3일 오후 5시부터 대구 동성로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대구시민대회가 열렸다.

시민대회는 신 씨를 포함해 10주기를 맞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데 마음을 보태는 시민들이 함께 했다. 대구4.16시민연대와 세월호 참사 10주기 대구시민위원회는 10주기를 맞아 추모 주간 사업을 준비했고, 이날엔 오전부터 동성로 일대에 다양한 부스를 설치하고 시민들과 세월호를 기억했다.

오후 5시부터 열린 시민대회에는 약 300명이 마련된 의자를 지켰고, 때때로 현장을 지나는 시민들도 발길을 멈춰 대회를 지켜봤다. 탭네이션, 풋소리, 아트지, 별들의 도시 은하 등 지역 스트릿댄스팀은 지난 10년을 상징하는 댄스 공연을 준비했고, 2.18대구지하철화재참사 희생자 유족 등이 참여한 2.18합창단도 추모 공연으로 마음을 보탰다.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한은지, 황지현, 신승희 학생의 아버지, 어머니도 참석해 응원을 당부했다.

박신호 대구4.16연대 상임대표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를 되풀이한다고 한다. 이미 대구에서 발생한 참사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잊혀졌거나 잊혀지는 과정에 있다. 세월호 참사 활동을 하면서 눈에 밟히는 참사들”이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과 시민들은 기억하지 못하면 쉽게 잊혀진다는 것을, 잊혀지면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묻히고 참사는 반복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다양한 기억의 방법을 찾아 실천하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 기억의 힘은 무척 세다. KBS가 세월호 다큐 방송을 하지 못하게 해도 지금 이 시각 전국 방방곡곡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추모하고 기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이라는 10주기 키워드를 늘 마음에 품고 함께 나아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단원고 한은지 학생의 아버지 한홍덕 씨는 “10년이 지났는데 아직 진실 규명이 안 되고, 책임자 처벌도 안 됐다. 구조도 안 된 원인을 알고 싶은데 정부도 나 몰라라 한다”며 “시민들의 의식도 많이 변화했는데, 정부는 아직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대구의 많은 시민분들 보면 미안하고 고맙다. 올해 국회도 많이 변했으니 이제 생명을 존중하고 좋은 나라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대회는 이동우, 석경관, 장진호, 이지예, 이상만, 오늘 하루, 윤동희, 황성재, 추영경, 탁정아, 이은주 씨 등이 참여한 ‘그리GO 프로젝트’의 추모 공연과 퍼포먼스를 끝으로 종료됐다. 대구4.16연대와 대구시민위원회는 참사 10주기 당일인 16일엔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과 한일극장 사이에서 대구시민추모 분향소를 운영하고,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진행되는 기억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