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학자금 지급 차별, 법원 손해배상 책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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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하청노동자에게 복리후생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3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현숙)는 하청노동자 373명이 포스코 포항제철소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복지기금은 협력사 48개 사가 공동으로 이익금을 출연해 조성한 공동근로복지기금법인이다.

복지기금 정관에 따르면 법인은 장학금이나 그 밖의 생활 원조, 복지카드 지원을 사업으로 하며, 정관에는 사업 대상으로 포항제철소 주요 협력사 48개 사 재직 중인 노동자라고 명시했다. 해당 정관에는 장학금 지급 등에 대해 근속 기간 기준 조항 외에 소송 제기 여부와 관련한 제한 조항은 없다.

하지만 복지기금은 협력업체 재직 중인 노동자 중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만 쏙 빼고 자녀 장학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해 왔다.

재판부는 복지기금 정관에 근거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원고들도 사업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복지기금 측은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자들이 향후 근로자 지위가 확인되면 장학금 지급 대상이 아니게 되므로 지위 확정까지 유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금반언의 원칙을 위반했다고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학금과 복지카드 지급 대상은 참여회사(협력업체) 재직 중인 근속 1년 이상의 근로자로,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정만으로 참여회사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며 “향후 근로자지위를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포스코를 상대로 포스코 근로자로서 받았을 임금 기준 미지급 임금 청구가 이뤄질 것이고 이때 해당 금원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지급한 장학금과 복지카드 상당의 복리후생비를 환수해야 할 경우가 발생해도 환수 절차 등의 편의라는 목적이 지급유예를 정당화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포스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정만으로 복리후생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면 이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근로자들과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판결 이후 금속노조 포항지부는 포스코 본사 앞에서 ‘노동탄압 중단 학자금, 복지포인트 지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포스코는 불법파견 인정하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자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에게 학자금과 복지포인트를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청, 국가인권위도 시정을 지시하거나 권고했는데 이를 모두 무시했다”며 “노조 탄압에 공동복지기금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연간 99만 원의 자녀장학금과 복지포인트를 주지 않다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하면 지급하는 방식으로 불법파견 소송 규모 축소와 노조 파괴를 위해 탄압에 나섰다. 실제로 소송 인원이 2,133명에서 1,556명으로 줄었다”며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즉각 사과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