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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와 ‘외교’라는 낯선 조합을 다룬 책 <퀴어 디플로머시>(한티재 출판)의 북펀딩이 진행 중이다. 국제사회 성소수자 인권 외교의 현실과 갈등을 다룬 이 책은 독자의 연대를 기다리고 있다.
<퀴어 디플로머시>(한티재 출판)는 외교라는 다소 낯선 우리 세계의 현실로 독자를 초대한다. 저자 더글러스 재노프는 캐나다의 외교부 고위정책보좌관이자 퀴어 당사자로서 여러 외교 현장에서 국제사회의 성소수자 인권 논의와 이에 대한 평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퀴어 권리를 둘러싼 국제 갈등을 짚어주면서, 다자 외교의 현장에서 LGBT 권리가 어떠한 맥락과 배경에서 이뤄지는지 소개한다.
‘민족주의’, ‘식민주의’, ‘무슬림 정체성’ 등 민감한 주제를 비껴가지 않고, 오히려 중요한 화두로 조명하는 점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은 서구 사회 퀴어 운동을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 운동은 비서구 사회에서의 퀴어 인권 현실과 함께 조명된다.
퀴어 담론이 비서구권 국가에 대한 문화적 강요로 이어질 수 있는 부정적 현상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저자는 비서구 국가의 동성애 반대 담론의 특수한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살펴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 좀 더 포괄적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때문에 이 책은 ‘국제외교의 극도로 정치화되고 양극화된 맥락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증진하려는 활동가들의 윤리적 딜레마와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매우 솔직한 평가’라는 평도 뒤따른다.
이 책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가 국가인권위원장인 한국의 독자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비해 성소수자 인권 보호 측면에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국의 성소수자 현실 속,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에게 이 책은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경로와 연대를 풍성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외교 실무자, 인권 활동가도 좋은 참고서로 쓸 수 있다.
유수의 출판사 문턱 못 넘어
대구 출판사 한티재, 북펀딩 시작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번역자 서정현 씨는 사실 출판을 위해 처음부터 한티재를 찾지는 않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출판사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실제 출판 계약까지 이루지는 못했다. ‘퀴어’와 ‘외교’란, 실제로 상업적인 흥행을 보장하지는 못할 듯한 조합이다.
번역자가 한티재의 문을 두드렸을 때 오은지 한티재 대표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출판을 결정했다.
“생각보다 요즘 퀴어 관련 책들이 많이 나왔어요. 성소수자 에세이도 많이 나왔고요. 이 책에는 기존의 이야기보다 좀더 나아가서, 외교에 있어서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성소수자와 관련한 좀더 넓은 시야를 갖는 데에 도움이 될 내용이에요. 대중적으로 팔리기 어려운 내용이라도 발간하는 것이 출판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어요.”(오은지)
번역자 서정현 씨는 “이 책에서 묘사되는 성소수자 이슈를 둘러싼 국제사회 갈등을 보며 한국사회를 떠올렸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거센 저항에 직면하는 한국사회가 마치 국제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 씨는 “우리가 국내적으로 어떻게 해법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에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 책의 번역을 결심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놓고 이 사안에 관한 대화의 장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퀴어 디플로머시>는 현재 알라딘에서 북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7일 현재 북펀딩에 참여한 인원은 420여 명이다. 최소 500명은 넘어야 제작비 등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펀딩 참여는 이곳[알라딘 링크, <퀴어 디플로머시> 북펀딩 참여하기)에서 할 수 있다. 펀딩 마감은 오는 11일까지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