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의회 ‘법인카드’ 청구서] ① 가족 불러 밥 먹고, 의원 식당서 밥 먹고

포괄적인 의정운영공통경비 사용 규정, 허점 많아
지방의원 사용 예산 중 규정 모호한 예산
현실적 여건 ‘식대’ 어쩔 수 없지만···“교육·업무비 비중 따져봐야”

14:28

지방의원에게는 국회의원처럼 영수증 없이 써도 되는 특수활동비가 없다. 그러나 사용 규정이 허술한 의정운영공통경비가 있다. 의원 가족을 불러 식대로 써도, 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써도, 신문사가 개최한 신년교례회 참가비로 써도, 의회 이름으로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내도 무방하다.

의정운영공통경비는 의회운영업무추진비와 함께 지방의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여윳돈 중 하나다. 업무추진비는 그간 허술한 사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사용과 정보공개가 일부 투명성을 갖춰가고 있지만, 의정운영공통경비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의정운영공통경비를 자진해 공개하거나 관련 조례나 규칙을 제정한 곳은 거의 없다.

때문인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그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임기를 마친 지난 대구 지방의회는 의정운영공통경비(의정경비)의 많은 부분을 ‘식대’로 사용했다. 대구시의회와 8개 기초의회가 지난 4년 동안 사용한 의정경비는 29억 7,113만 원으로 약 30억 원에 달한다. 이중 식대로 17억 2,979만 원, 58.2%를 사용했다. 다과 비용을 포함하면 먹는데 사용한 돈은 19억 6,242만 원, 66%까지 늘어난다.

반면 교육비로는 4억 4,330만 원, 14.9%를 사용했다. 도서 구입, 회의 참석자 출석 비용, 수화 통역비 등 업무 관련 비용은 2,624만 원, 0.9%에 그쳤다.

특히 가장 많은 의정경비를 사용한 대구시의회(전체 중 25%)는 교육비로 0.6%를 지출했지만, 식대로는 70.6%를 썼다. 다과 비용까지 포함하면 먹는데만 78.3%를 썼다. 남구의회는 교육비로 29.2%를 쓰고, 식대로는 52.1%를 썼다. 수성구의회도 식대로는 38.7%만 지출하고 교육비로 24.4%를 썼다. 9개 대구 지방의회 중 대구시의회가 가장 의정경비 사용에 불량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구 지방의회 의정운영공통경비 사용 현황


포괄적인 의정운영공통경비 사용 규정, 허점 많아

지방의원 사용 예산 중 규정 모호한 예산
현실적 여건 ‘식대’ 어쩔 수 없지만···“교육·업무비 비중 따져봐야”

의정경비와 관련한 규정은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기준’과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일부 언급된 수준이다. 예산편성 운영기준에는 “지방의회 또는 위원회 명의의 공적 의정활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공통적인 경비”로 의정경비를 정의하고, 공청회, 세미나, 각종 회의 및 행사, 위탁 교육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포괄적으로 정해뒀다.

별표 규정에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이 있다. 의정활동 수행에 필요한 경우에는 위로금, 격려금 및 소액경비는 관련 증빙서류를 첨부하고 현금으로 집행이 가능하고, 특별위원회의 원활한 활동과 전문분야별 연구 활동 지원 경비로 사용 가능하다.

반면 ▲의원 개인 명의의 의정 활동이나 홍보물 제작비로 사용하거나 ▲의원 개인별 월간 또는 연간 집행 상한액을 정해 월정액 집행하거나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기준경비에서 정하지 않는 의원연구 활동비 등을 별도로 편성하거나 집행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해져 있는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은 직접적으로 의정경비를 언급하는 조항은 없다. 다만 행안부가 발행하는 규칙 해설집을 보면 업무추진비의 일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경비의 집행성격이 지방의회 또는 위원회 명의의 공적 의정활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공통적인 경비인 경우”에는 의정경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구체적으론 해당 지방의회가 주관하는 회의나 행사 또는 교육 운영에 필요한 사무용품 등의 구입이나 현수막 제작 및 임차료 지급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해당 의회나 다른 의회, 교육기관에서 개최하는 직무 관련 위탁 교육에 필요한 교육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교육 참석을 위해 소요되는 여비는 의원 국내여비에서 집행하도록 정해놨다.

정리하면 의정경비는 원칙적으로 공청회나 세미나 각종 회의나 행사, 위탁 교육에 사용할 수 있고, 의정활동에 필요한 ‘공통적인’ 경비까지도 포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의정활동에 ‘필요한’ ‘공통적’인 경비라는 규정이 해석에 따라서 송년·신년회 식대, 신년교례회 참가비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대다수 의회가 식대로 경비 대부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지방의원들에게 제공되는 예산 중 이처럼 사용 규정이 모호한 예산은 의정경비가 유일하다. 지방의원들에게 제공되는 예산은 월급명목인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포함해 의원 국내 여비, 의정운영공통경비, 의회운영업무추진비, 의장단협의체 부담금, 의원 국민연금 부담금, 의원 국민건강보험금 등이 의회비 명목으로 지방의원 활동에 지원된다.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는 사실상 월급이기 때문에 어떻게 쓰든 무방하고, 업무추진비는 앞서 언급한 예산편성 기준과 업무추진비 규칙 등에 상세하게 규정돼 있다. 각 부담금과 보험금은 사용처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의정경비만 그렇지 않은 셈이다.

▲6.13 지방선거로 선출된 지방의원들은 지난 7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사진=대구시의회)

장태수 전 서구의회 부의장(정의당)은 “현실적으로 공식행사 이후 사용한 식대를 문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다만 의정운영공통경비의 취지가 의정활동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의정활동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 관련 비용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과 집행이 필요하고, 이를 살피는 건 의미있다”고 짚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달 관련 자료를 공개하면서 “집행부의 예산편성과 집행을 감시,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비록 적은 규모라고 하더라도 업무추진비를 위법, 부당하게 사용한다면 정당성은 현저하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며 새로 임기를 시작한 지방의회가 관련 제도를 조속히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뉴스민>은 경실련이 공개한 의정경비를 분석해 의회별 사용 실태를 개별적으로 확인했다. 교육비는 0.6% 쓰고, 식대로 70% 이상 사용한 의회부터, 의원 가족 초청 간담회 식대로 사용한 의회, 의원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경비를 사용한 의회, 신문사가 개최한 신년교례회 참가비로 사용한 의회까지, 각 의회마다 뜯어봤다.

*데이터 분석 도움=김서현 공공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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