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의락 신임 대구 경제부시장, 그의 ‘룬샷’은 성공할까

“권영진 시장 스스로도 독 쓴 것···성공한 협치 모델 만들어야”
“하던 대로는 안 되니까 날 부른 것···하던 대로 아닌 방법 써야”
“대구 부품회사들, 1, 2차 하청에 만족···역량 갖추지 못해”

19:36

‘룬샷(loon shot).’ 거칠게 해석하면 미치광이의 발상이다. 문자 그대론 ‘달 탐측선 발사’를 의미하지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프로젝트, 발상으로도 의역되는 문샷(moon shot)에서 ‘문’을 ‘룬(loon, 미치광이)’으로 바꾼 단어다. 당장 실현 가능성이 없는 ‘미친 소리’처럼 보이지만, 종국에는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가 된다는 의미다.

1일부터 업무 시작을 앞둔 홍의락 신임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같은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안팎에서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협치의 길 앞에 선 홍 부시장이 읽는 책이 ‘룬샷’이라는 게 절묘했다. 30일 만난 홍 부시장은 ‘하던 대로가 아닌 다른 방법’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30일 대구 경제부시장으로 첫 출근을 앞둔 홍의락 신임 부시장을 만났다.

지난 2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도시락을 먹으며 경제부시장직을 제안받은 홍 부시장은 약 한 달여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이용만 당할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우려와 비판도 있지만, 그는 “대구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며 ‘독배’를 들었다. 홍 부시장은 “권 시장도 자기한테 독이 될 수 있는, 비산을 썼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독배를 마시는 건데 성공하도록 만들어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대구가 자부심이 많이 훼손되고 자존심도 많이 일그러진 상태에서 이 협치, 정말 불가능해 보이는 협치를 대구에서만은 성공해서 대구형 협치라고 일컬을만한 정의를 얻을 수 있는 성공이 되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을 해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어떻게 ‘성공한 대구형 협치’ 모델을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현재까진 그도 뾰족한 방안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권 시장도 하던 대론 안되니까 하던 대로 하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해달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발상의 전환을 하던, 어떤 방식으로던 하던 대로가 아닌 방법. 그걸 세상 사람들은 혁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굳이 혁신이라고 하지 않아도 다른 방법으로 접근을 부탁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뼉도 마주쳐야 한다. 대구가 그간 플레이어로서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플레이어로 같이 뒹굴고 땀 흘리면서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며 “경제부시장 하나 불러놓고 ‘니가 잘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쳐다본다고 해서 성공할 일이 아니다. 계란을 밖에서 깨면 그냥 프라이다. 안에서 깨고 나오면 생명이 된단 말”이라고 다시 한번 ‘줄탁동시’를 강조했다.

줄곧 ‘탁(琢, 밖에서 쪼는)’ 하다가 함께 ‘줄(啐, 안에서 쪼는)’해야 할 자리에 서게 될 그는 구성원의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하던 대로 안 하면 여러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구성원이 너무 힘들어하면 할 수 없다. 그것도 숙제”라고 말했다.

숙제는 그뿐 만은 아니다. 통합신공항 문제나 코로나19 이후 최근 연잇는 기업 철수나 정리해고 문제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통합신공항 문제에 대해선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듯 공동체의 합의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 부시장은 “공동체가 합의한 사안을 실천하지 않을 경우 ‘응징’한다든가 접근하는 방법이 취약하다”며 “언론도 마찬가지다. 합의 정신을 지키지 않을 때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감시 책무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 철수를 공언한 한국게이츠 문제나 정리해고를 진행 중인 AVO카본코리아 문제는 대구 자동차 부품 업계 전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업체가 힘들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 수 있지만 이전에도 힘들었다. 대구 부품회사들이 그냥 1, 2차 하청에 만족하다 보니 역량을 갖추질 못했다”고 짚었다.

그는 “전기자동차 시대가 오기 때문에 부품 회사는 더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여러 가지 혁신적 사고와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많이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홍 부시장은 1일 권 시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으면 별도 취임식 없이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내일 차를 보낸다더라. 이런 것부터 바꿔가야지 않을까”라며 “이전에도 대구 공무원과 교류하고 도움도 주고 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밖에서 본 시각이다. ‘어렵다, 어렵다’하는데 얼마나 어려운지,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패싱’, ‘홀대’ 당했다는 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첫 출근을 앞둔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