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대구경장] 유권자는 언제나 옳다

17:49

서울시장 보궐 선거가 참패로 끝이 났다. 서울지역 국회의원 49명 중 민주당 국회의원이 41명, 구청장 25명 중 24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시의원 110명 중 101명, 구의원 423명 중 249명이 민주당이 당선됐다. 구청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니 논외로 한다고 해도 선출직 절대다수가 민주당 의원이다. 이런 조직력으로 보궐선거 결과는 57.50%대 39.18%로 참패했다.

큰 선거일수록 미디어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과거, TV 채널 몇 곳과 신문 몇 곳이 정보를 독점하면서 선거의 당락에 영향을 미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흘러넘쳐서 골라 보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유권자는 후보를 선택한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 ‘카더라’ 방송만 믿고 선거하는 시대는 지났다. 보궐선거의 패배 원인을 기울어진 언론환경을 탓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다.

제1회 지방선거 민주당 조순 후보 42.5%, 제2회 선거 새정치국민회의 고건 후보 53.46%, 제3회 새천년민주당 김민석 후보 43.02%, 제5회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46.83%, 제6회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가 56.12%, 제7회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가 52.79%를 득표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분열되었던 제4회 선거에서 강금실 후보가 27.31%를 득표한 것을 제외하면 이번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후보가 득표한 39.18%는 역대 최저 득표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계열이 최저 득표를 한 제4회 지방선거의 당선인은 오세훈 후보였고 61.05%의 서울시장 선거 사상 최고 득표율을 자랑했다. 다음 선거인 제5회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와 격돌한 오세훈 후보는 47.43%를 득표해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선거를 합쳐 세 번의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는 모두 당선되었고 득표율도 61.05%, 47.43%, 이번에 57.50%를 득표했다.

오세훈 후보가 박빙의 승리를 거둔 제5회 지방선거는, 비록 경기도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민주당 유시민 후보에게 이겼지만 강원도 이광재 후보, 인천 송영길 후보, 충남 안희정 후보, 충북 이시종 후보 등 민주당 약진이 두드러진 선거였다. 대전시에서도 자유선진당 염홍철 후보가 당선될 정도로 한나라당의 열세가 확연했던 선거였다. 이 정도면 오세훈 후보 개인의 경쟁력을 인정해 주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운이 좋다거나 눈치가 빠르다고 비아냥거릴지 모르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가야 한다.

위에 열거한 수치를 바탕으로 ‘비전문가적’인 분석을 해보자. 득표 현황을 보면 서울 시민 40%는 더불어민주당, 다른 40%는 국민의힘에 정당투표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지지자 중 35%(제4회 지방선거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 27.31%+민주당 박주선 후보 7.71%)는 언제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강경 지지자이고 5%는 느슨한 지지자이다.

중도층으로 볼 수 있는 20% 중 10%는 5%씩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각각 우호적인 유권자다. 기왕이면 우호적인 정당을 찍으려는 경향이 있다. 서울 시장은 대게 나머지 10%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었다. 예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 민주당 인기가 최하점일 때인 4회 선거에서 중도층 20%는 모두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다. 6회 선거에서는 보수당에 우호적인 지지층 5%를 제외한 15%는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다.

그럼 선거 패인을 분석할 때 우호적 지지층과 그렇지 않은 중도층을 나누어서 분석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먼저, 민주당이 개혁 드라이브를 제대로 걸지 않아서 졌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40%의 민주당 지지자 중 느슨한 지지자 5%와 중도층 중 우호적 지지자인 5%의 의견일 것이다.

강력한 국정운영으로 가져올 수 있는 10%의 유권자는 민주당이 촛불 정신을 망각하고 있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민주당 후보를 외면했다. 이분들이 확실하게 민주당을 지지했다면 이번에 박영선 후보의 득표는 5회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가 얻었던 47% 내외 득표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39%로 지든, 47%로 지든 지는 선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 나머지 10% 중도층은 왜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을까? 첫 번째가 부동산 문제라는 주장은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 두 번째 문제에서 조국 전 장관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적으로 패배의 두 번째 원인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의 이미지가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 눈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정부는 검찰과 장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도, 부동산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을 때도 정책을 잘하고 있으니 기다리면 좋아진다고만 했지 정책을 수정하거나,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당도 마찬가지다. 3개월짜리 당대표를 하겠다는 개인 욕심에 모두 박수를 쳤고, 성 비위 문제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때문에 엄청난 선거비용으로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것에 대한 사과는 커녕 상대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로 선거 기간을 허비했다.

개인 조국, 개인 박원순에 대해 당원이나 특정 지지자가 안타까워하거나 옹호하거나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정권을 책임진 사람이나 정당을 책임진 사람은 국민 모두를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하고 국민의 상식선에서 메시지를 내야한다. 그 과정에서 특정 지지자에게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하고 지지자를 설득해서 국민 눈높이와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권자가 가짜뉴스의 포로가 되었다느니,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느니, 더 나아가 무지하다느니 하는 말들은 국민과 민주당의 간극만 더 벌어지게 만든다. 유권자는 언제나 옳다. 과거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김동식 대구시의원

김동식 대구시의원 / 김부겸 전 국회의원 보좌관

<김동식의 대구경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시의회에 첫 입성한 시의원으로서 첫 경험들을 ‘초보시의원 의회적응기’로 풀어냈던 김동식 대구시의원이 지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대구를 위한 제언을 격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