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② 진단, 대구 의료체계의 빈틈

복기, 2020년 2월···지침 변경에도 집에서 숨진 환자들
74세 신장 이식 수술 환자는 왜 집에서 숨져야 했을까
상급종합병원 많은 대구 건강 수준은 왜 열악할까?
많지만 고르지 못한 의료자원, 그리고 경북 리스크

11:52

[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구시는 제2대구의료원 건립을 천명했고, 공공의료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제2대구의료원 건립 추진을 앞두고 대구 공공의료를 ‘어떻게’ 강화하고, 지원할지, ‘무엇을’ 강화하고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① 2021년 6월 현재, 대구의료원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② 진단, 대구 의료체계의 빈틈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③ 처방, 제2대구의료원이 나아갈 길은?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④ “제2대구의료원 건립, 큰 그림에서 고민해야”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⑤ “좋은 공공병원, 지자체 정책 의지가 중요해”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⑥ “공공병원, 잠재 응급환자 소화할 수 있어야”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⑦ “대구는 정말 의료 자원이 충분한가?”
[코로나 이후, 대구 공공의료] ⑧ “제2대구의료원 건립, 뉴노멀과 올드노멀의 경쟁될 것”

지난해 2월 18일, 대구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됐다. 며칠 지나지 않아 언론에선 대구의 ‘병상 부족’을 우려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정확하게는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돌볼 음압병상이 없다는 의미였다. 감염병 환자는 일반 환자와 달리 음압시설이 된 병상에서 치료해야 했지만, 당시 대구가 보유한 음압병상은 76개였다. 2월 23일 누적 확진자 148명, 닷새 만에 병상수 2배에 달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병원 입원을 기다리며 집에서 숨지는 환자가 속출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일부는 코로나19 환자는 음압병상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다는 걸 핑계 삼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2월 21, 코로나19 환자도 일반병상에 수용할 수 있도록 지침이 변경됐다. 그 후 엿새 뒤 27일에 처음 자택 대기 중 사망자가 확인됐다는 걸 고려하면, 단순히 지침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관련기사=코로나19 입원 대기 사망, 경찰이 먼저 인지···대기자 관리 공백 커(‘20.3.2))

74세의 신장 이식 수술 이력이 있던 사망자는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준비되지 못했다. 신장 이식 수술 이력만으로도 충분히 요주의 환자이지만 충분한 관리를 받지 못했다. 그가 병원에서 치료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 그저 생각지 못했던 일이 갑자기 발생해서 그런 걸까? 어쩌면 대구 의료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있었던 건 아닐까? 구멍이 있다면 어디에, 어느 정도 크기로 있는 걸까?

복기, 2020년 2월···지침 변경에도 집에서 숨진 환자들
74세 신장 이식 수술 환자는 왜 집에서 숨져야 했을까
대구 의료체계에 구멍은 없나? 있다면 어디에 얼마나?
2019년 책임의료기관 연구, 대구 건강수준은 열악

먼저 살펴볼 영역은 의료자원에 대한거다. 대구에는 적지 않은 병원이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통해 6월 현재 기준으로 치과나 한의원, 한방병원 등을 제외한 의료기관 6종(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원, 보건기관) 현황을 보면, 대구는 2,077개다. 서울(9,467), 경기(8,349), 부산(2,816), 경남(2,368) 다음이다. 대구시는 풍부한 의료자원을 활용해 대구시를 의료산업의 메카, 의료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문제는 양이 많다고 해서 좋은 질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책임의료기관 지정 및 육성 전략 연구’보고서를 보면 대구는 동북권과 서남권으로 진료권을 나눠 살펴볼 때, 의료자원은 충분(동북권)하지만 건강수준은 열악하거나, 의료자원도 부족(서남권)하고 건강수준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북권과 서남권에 자원이 고르지 않게 분포되고, 질적으로도 좋진 못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보고서는 동북권(동·북·중·수성구)은 인구수 대비 필수의료자원이 부족하고, 응급·심혈관 건강수준이 열악하다고 평가했다. 전체 의료자원이 충분하긴 하지만, 응급, 외상, 심뇌혈관 질환을 돌볼 필수의료자원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동북권에는 상급종합병원이 2개(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있고, 그에 버금가는 규모의 파티마병원도 있지만 평가는 박했다.

보고서가 말하는 건강수준의 열악함은 입원사망비로 통칭된다. 동북권 입원사망비는 1.18이다. 1을 넘어서면 초과사망이 있다는 의미다. 70개로 구분된 중진료권에서 사망비가 동북권보다 높은 권역은 23개(32.9%)다. 필수의료분야인 응급, 심혈관, 뇌혈관으로 구분해서 사망비를 살펴보면 응급 1.16, 심혈관 1.08, 뇌혈관 0.87이다. 뇌혈관을 제외하면 모두 사망비가 1을 넘어선다.

동북권보다 응급사망비가 높은 진료권은 70개 중 13개(18.6%)뿐이다. 10개가 중소도시를 묶은 진료권이고, 대구와 마찬가지로 대도시권은 울산서남과 부산동부와 함께 대구서남이 포함된다. 심혈관은 33개(47.1%)가 동북권보다 높다.

서남권(남·서·달서구·달성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혈관과 뇌혈관 사망비는 1에 미치지 못해 양호하지만, 입원사망비 1.22, 응급사망비 1.19로 동북권보다 높다. 입원사망비는 서남권보다 높은 진료권이 18개(25.7%)에 그치고, 응급은 8개(11.4%)뿐이다.

▲대구경북 지역 중진료권 건강수준 현황. (자료=책임의료기관 지정 및 육성 전략 연구)

보고서는 서남권이 응급의료센터가 부족하고 응급 건강수준이 열악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입원병상수는 많지만 구조적으로 미흡해 적정수준 이상 주요 의료기관 육성과 응급필수의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남권에는 상급종합병원 3개(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가 있는데 보고서가 나온 후 영남대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됐다.

동북권과 서남권에는 2020년 기준으로 각각 권역응급센터 1곳, 지역응급센터 2곳, 심혈관인증병원 2곳, 뇌혈관인증병원 2곳이 있는 곳임에도 건강수준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동북권, 의료자원은 풍부한데 건강수준은 열악
서남권, 의료자원 부족하고, 건강수준은 매우 열악
상급종합병원 많은 대구 건강수준은 왜 열악할까?
많지만 고르지 못한 의료자원, 그리고 경북 리스크

적지 않은 의료자원에도 불구하고, 대구 건강수준은 왜 열악할까. 원인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의료자원이 많지만 고르지 못하다는 문제고, 두 번째는 경북의 열악한 의료자원과 건강수준이 미치는 부정적 요소다.

의료자원은 절대량이 많다곤 하지만, 뜯어보면 규모나 질에서 차이가 크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통해 인구 10만 명당 종합병원, 병원, 의원수를 확인해보면, 종합병원 0.5개, 병원 3.9개, 의원 77.7개다. 종합병원은 서울, 경기 다음으로 적은 수준인데 반해, 병원은 다섯 번째로 많고, 의원은 두 번째로 많다. 최소 7과목 전문의를 보유해야 하는 종합병원은 적은데, 병상도, 진료과목도 적은 병원과 의원급이 많다는 의미다.

종합병원급이 적고 병원과 의원급이 많다는 건 사실 전국적인 문제이긴 하다. 대구는 그중에서도 심한 축에 들어간다. 전국적으로 의료기관 6종은 4만 214개인데, 종합병원은 316개 0.8%에 그친다. 상급종합병원을 더해도 360개, 0.9%다. 대구는 2,077개 중 종합병원은 12개, 0.6%다.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비중이다. 상급종합병원을 합치면 17개, 0.8%로 겨우 평균에 다가간다.

그나마 있는 대구 종합병원은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병상만 놓고 보면 상급종합병원 5곳 병상보다 12개 종합병원 병상이 더 적다. <뉴스민>이 대구시를 통해 확보한 지역 내 병원별 병상수 현황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5개가 지역 내 병상 11.1%에 해당하는 4,324개를 보유한다. 12개 종합병원 병상은 3,556개(9.1%)에 그쳤다. 나머지 병상은 요양병원을 포함한 병원급에서 2만 7,650개(70.8%)를 충당한다.

전체 의료체계에서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종합병원이 적으면, 그만큼 의료전달체계에 왜곡이 일어난다. 지난 18일 열린 ‘대구의료원 역할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종연 대구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부족한 종합병원 병상을 상급종합병원과 병원이 채우는 현실이다. 이로인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연 단장은 “종합병원에 있어야 할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이나 병원으로 시프팅(이동) 되면서 상급종합병원은 과밀화 현상을 유발하고 이로인해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병원 진료를 받을 환자가 일반 병원에서 진료받으면 적절하지 못한 진료를 받을 가능성도 생긴다”고 우려했다.

응급의료체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
일명, ‘데드 스페이스’ 많은 경북
영주권, 상주권은 취약지진료권

▲지난 6월 18일 대구의료원 역할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그런 연유 때문에 응급의료체계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한다. 응급의료 과밀화는 대구의 고질적 문제다. 대구시는 2012년부터 응급의료 과밀화 해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동북권과 서남권 구분 없이 응급사망비가 1을 넘기고, 초과사망이 상당히 발생하는 것도 이런 사정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는 대구 지역 환자만 오는 것도 아니다. 의료자원이 부족한 경북에서도 수시로 환자가 넘어온다. 일선 현장에선 ‘데드 스페이스’라고 부르는 영역이 경북에 다수다.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없는 지역을 일컫는다.

전체 여섯 개 중진료권으로 나뉘는 경북에는 상급종합병원이 없다. 대신 종합병원 20개, 요양병원을 제외한 병원 54개 등이 분포된다. 고령층이 많아 요양병원은 110개나 된다. 전국 다섯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의료기관수만 놓고 보면 적지 않지만, 난이도 있는 진료를 적절히 볼 수 있는 의료기관은 사실상 없다. 2019년 기준으로 뇌혈관 진료 인증기관은 여섯 개 진료권 모두 없고, 영주권(영주·예천·봉화)과 상주권(상주·문경)에는 심혈관 인증기관도 없다. 영주권에는 응급의료센터도 없다. 영주권과 상주권은 취약지진료권으로 구분된다.

경북의 심뇌혈관 환자의 많은 경우가 대구 병원으로 옮겨져 온다고 봐야 하는 이유다. 지역 최대 규모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에는 경북 각 지역의 응급환자는 물론이고, 강원도나 심하면 전라도에서도 응급환자가 실려온다. 정부는 2019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취약지에 양질의 공공의료기관이나 응급의료센터 지정·육성하기로 했지만 지지부진하다.

김종연 단장은 “대구의 종합병원급 지역응급의료센터가 부족하고 경북에서 많은 환자가 유입됨에 따라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쏠림 현상이 삼각하다”며 “2012년부터 대구에선 응급의료 과밀화 해소 사업을 예산을 들여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의료전달체계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고 짚었다.

많지만 고르지 못한 의료자원, 고르지 못한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전달체계의 부재, 그리고 대구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의료 환경이 가중시키는 부담. 다시 되돌아가서 지난해 2월, 지침 변경 이후에도 한참 동안 해결되지 못한 병상 부족 문제는 결국 내재된 대구 의료체계의 빈틈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게 옳아 보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현장에선 적어도 코로나19 환자에 대해선 유기적인 전달체계가 세워졌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답은 없고 답을 고민하는 사람들만 속을 끓이고 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