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부노인병원, 코로나19 유탄 맞아 경영 악화···임금체불 위기까지

대구의료원과 인접한 위치 때문에 환자 급감
정부 정책 맞춰 실시한 기능보강공사도 악영향

15:56

코로나19 유행이 1년 이상 계속되면서 대구의료원과 인접해 있는 대구서부노인전문병원도 장기간 어려움에 부닥친 상태다. 2019년에는 정부 치매안심병원 정책에 따라 치매전문병동 공사를 진행하면서 환자가 줄었고, 병동 공사가 완료될 무렵부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환자가 급감했다. 악재가 겹치면서 악화가 누적됐고 하마터면 7월엔 직원들 임금 지급도 하지 못할 뻔한 것으로 확인된다.

서부노인전문병원(서부노인병원)은 ‘대구광역시 노인전문병원 설치·운영 조례’에 따라 대구시가 건립해 위탁 운영하는 2개 공공 노인병원 중 한 곳이다. 대구시는 서부노인병원은 대구의료원에, 시지노인전문병원은 곽병원(운경의료재단)에 운영 위탁을 맡긴 상태다.

<뉴스민> 취재를 종합하면 서부노인병원은 지난 6월말 대구의료원으로부터 경상운영비 지원금 5억 원을 받았다. 이 지원금이 없었다면 7월 임금 지급 등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구의료원은 2019년부터 매년 3~5억 수준의 경상운영비를 서부노인병원에 지원하고 있다. 액수나 시기가 지정된 것은 아니고 서부노인병원 경영 상태에 따라 임의로 지원한다.

병원 측과 노조(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대구지역본부 서부노인전문병원 노동조합) 설명을 종합하면 경영 상태는 2017년부터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해서 2019년 급격히 악화됐다. 2017년과 2019년 모두 정부 정책에 따른 기능보강공사가 경영 악화의 원인이 됐다.

정부는 2014년 5월 발생한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 이후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그해 연말 법을 개정했다. 법에 따라 요양병원은 2018년 6월까지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다. 2017년 9월부터 서부노인병원은 스프링클러 공사를 시작했는데, 공사 시작 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환자가 늘어났다.

2019년에는 정부의 치매안심병원 정책에 따라 치매전문병동 기능보강공사를 실시했다. 스프링클러 공사 이후 조금 회복되던 병상 가동률은 다시 떨어졌고, 그대로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기를 맞았다. 스프링클러 공사를 시작하기 직전인 2017년 8월 기준으로 병상 가동률은 95%에 달했지만, 스프링클러 공사, 치매전문병동 공사, 코로나19를 거치면서 2020년 연말엔 7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7월 현재는 160여 개 병상에만 환자가 입원해서 가동률은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병상 60개로 구성된 1개 병동은 폐쇄하고 운영하지 않는 실정이다. 2017년 8월과 현재 상황을 놓고 비교하면 빈 병상이 늘어남에 따라 손해는 매달 1~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의료원과 인접한 위치 때문에 환자 급감
정부 정책 맞춰 실시한 기능보강공사도 악영향

▲대구서부노인전문병원 전경. 서부노인전문병원은 대구의료원과 인접한 위치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환자가 급감하는 경영 악화를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부노인병원과 시지노인병원을 비교하면서 서부노인병원의 경영 실패를 지적하기도 한다. 배지숙 대구시의원(국민의힘, 문화복지위원회)은 “시지노인병원과 비교할 때 서부노인병원만 코로나19 영향을 받는다고 보긴 힘들지 않나 싶다. 대구시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경영 혁신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부노인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의료원 바로 옆에 있어서 시지노인병원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병원 관계자는 “우편물을 배달해주는 분들 조차도 병원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려고 할 정도로 공포감이 컸다”며 “지난해 2월부터 예약한 분들은 예약을 취소하고, 상담은 뚝 끊어졌다. 발 빠르게 병원을 나가는 분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병원이란 특성상 의료급여환자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시지노인병원은 서부노인병원에 비해 그 비중이 적다. 시지노인병원은 2007년, 2012년 위수탁협약에서는 33%를 유지하도록 했지만, 2016년엔 25%로 줄었고, 올해 새로 위수탁협약서를 체결하면서는 20%로 더 줄었다.

반면 서부노인병원은 급여 환자 비중을 전체 환자의 30%로 유지해야 한다. 현재 서부노인병원 환자 160여 명 중 급여환자는 약 40%에 달한다. 급여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수익이 월 50~70만 원 가량 적다.

병원 측은 여기에 더해 2018년 16.4%, 2019년 10.9%로 대폭 늘어난 최저임금도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 임금은 늘어났지만 같은 시기 병원 경영은 악화됐기 때문이다.  2021년 현재 기준으로 병원 직원 중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이는 50%에 가깝다. 그럼에도 7월 임금을 주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어렵다는 의미다.

문제는 대구의료원이 서부노인병원 위탁 운영을 맡은 상황이라 서부노인병원 경영 악화는 그대로 대구의료원 경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대구시도 서부노인병원 경영 책임은 의료원에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시민건강국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서부노인병원과 대구의료원은 성격이 다르다. 노인병원은 의료원에 위탁해서 독립채산으로 운영된다. 경영에 대해서도 의료원장이 원장을 겸임해서 의료원에서 지원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대구의료원 예산을 삭감해 비판을 받은 후, 지난 3월 추경을 통해 약 100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최근 대구시의회에 제출한 2차 추경안에서 치매안심요양병원 공공보건사업 지원 명목으로 서부노인병원에 배정된 예산 1억 2,000만 원 중 1,000만 원이 삭감됐다. (관련기사=2021년 대구시 시민건강국 예산 분석···대구의료원 예산 일부 감소(‘20.11.6), 대구시, 삭감한 대구의료원 예산 추가 지원 나서(‘21.3.9))

대구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공공노인병원의 병상 가동률 등을 평가해서 예산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국비가 줄었고, 시비도 그에 따라 줄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병상 가동 악화가 악순환을 가져온 셈이다.

양상훈 서부노인병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대구의료원과 대구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며 “의료원에선 시에서 지원을 할 것이라곤 하는데, 우리 병원까지 지원할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의료원만 지원한다면 대응을 강한 대응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과거에 메르스, 신종플루 때도 대구의료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고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감염병 환자를 직접 보지 않는다고 지원을 하지 않는다. 시립 병원인데 책임은 안 지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