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취수원 다변화 설명회서 일부 구미 시민 강한 항의

한정애·권영진·이철우 참석 통합물관리방안 설명회 열려
반대 주민들 기자회견, "구미 시민 배제한 논의 인정 못해"

16:24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대구 취수원 다변화를 추진하더라도 구미 취수원 인근 상수원 보호구역을 확대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대구 취수원 다변화에 반대하는 구미 시민들은 불신을 드러냈다.

14일 오전 10시 환경부·대구시·경상북도·구미시는 구미코에서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구미지역 합동 설명회를 열었다. 대구 취수원 다변화 사업뿐만 아니라 낙동강 수질개선 계획 등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행사에는 한정애 장관, 권영진 시장, 이철우 도지사, 장세용 시장과 구미 도개면, 무을면, 고아읍 등 사업에 강하게 반대하는 지역민,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반대특위 소속 시의원 7명, 해평면 등 사업 찬성 의사를 밝힌 지역 주민도 참석했다.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구미지역 합동 설명회에 참석한 권영진 시장, 한정애 장관, 이철우 도지사

한정애 장관은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추진해도) 절대 구미 상수원 보호구역을 확대하지 않는다. 또 기존의 대구 상수원 보호구역도 절대 해제하지 않는다”며 “대구는 (사업 후에도) 문산과 매곡 정수장 통해서 물을 먹어야 한다. 해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참석한 시민들은 “그걸 어떻게 믿느냐”고 항의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시민들은 주로 구미 상수원 보호구역 확대 등 규제 확대에 대해 우려하며 정부나 지자체 설명에 불신을 드러냈다.

한 장관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앞서 5개 단체장이 참여한 낙동강 유역위원회 결정사항에도 남아 있는 내용이다. 서류로 남아 있다”며 “혼자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상수원 보호구역 확대하지 않는다”고 다시 강조했다.

권영진 시장은 대구 시민의 식수원 관련 불안감을 호소했다. 권 시장은 “대구시가 30만 톤을 가져가도 수량, 수질에 문제없다. 상수원 보호구역에도 지장이 없다”며 “대구 시민이 왜 공단 상류로 취수원을 옮기려 하는지 아시지 않으냐. 1992년 페놀 사태로 시작해서 2018년 과불화화합물 사태까지 구미공단 유해물질 때문에 공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가 구미 물을 전부 먹는 게 아니다. 대구 취수원은 그대로 두고, 구미에 여유분을 얻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서공단 지역의 오염물질 배출이 더 심각하다는 윤종호 구미시의원(국민의힘, 해평·장천면·산동읍·양포동)의 지적에, 권 시장은 “때로 구미공단보다도 유해물질이 더 나오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문제는 성서공단에서 경남의 취수장까지는 72km이지만, 문산, 매곡 취수장은 (구미공단에서) 31km다. 자연정화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철우 도지사는 “대구 시민들이 페놀 사태를 우려한다. 지금 시설을 마련하고 평소에는 쓰지 말고, 사고가 나면 가져가는 방안도 건의하고 있다”며 “제한구역(보호구역)을 넓힌다든지, 물이 모자란다든지 하면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명회에서 한정애 장관 등에 항의하는 윤종호 시의원
▲대구 취수원 다변화 관련 사업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이 이철우 도지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설명회 직전인 오전 9시 20분, 도개면 등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 강하게 반대하는 지역민들은 구미코 앞에서 사업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상섭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구미시 범시민 반대추진위원장은 “구미 시민을 배제한 어떠한 논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 지역 주민 입장을 수렴하지 않고 철저히 배제했다”며 “설명회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종호 의원은 “대구취수원, 해평으로 이전하는 다변화는 수질개선대책이 될 수 없다. 구미시민이 안전하고 맑은 물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사업은 구미시민 의견 반영된 후에 추진돼야 한다. 환경부는 해당 지역과 주민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종호 구미시의원(왼쪽), 김상섭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구미시 범시민 반대추진위원장(오른쪽)

환경부에 따르면 낙동강 상류 취수량 중 대구·경북 지역 하루 물 필요량은 58.8만 톤이다. 환경부는 58.8만 톤 중 향후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30만 톤, 문산·매곡 취수장 28.8만 톤을 취수하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금은 문산·매곡 정수장에서 53만여 톤을 취수한다.

환경부는 수혜 지역이 영향 지역 주민 소득을 지원하도록 하고, 영향 지역과 그린뉴딜 등 국가정책사업 연계 등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환경부는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30만 톤을 추가로 취수하더라도 상수원 보호구역 등 토지이용 제한은 확대하지 않을 계획이다.

앞서 환경부는 낙동강 물문제 해결을 위해 2019년 3월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같은 해 4월에는 국무총리 주재로 낙동강 물문제 해소를 위해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는 대구시, 경상북도, 구미시도 참여했다. 환경부는 2020년 8월,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용역’ 중간 성과 보고회에서 낙동강 상류 지역 취수원 관련 해평취수장 30만 톤, 문산·매곡 정수장 28.8만 톤을 취수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2021년 6월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공동위원장 한정애 장관, 이진애 인제대학교 교수)는 2028년까지 취수원을 다변화해 먹는물 불안을 해소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의결문에는 문산·매곡 취수량의 일부를 해평취수장에서 이동 취수하더라도 문산·매곡 취수장 관련 상수원보호구역은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